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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닭고기 가격 담합과 악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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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닭고기 가격 담합과 악어의 눈물
  • 유인근 기자
  • 승인 2022.03.18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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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유인근 편집국장] 또 '닭' 이야기를 해야겠다. 

최근 하림‧올품‧마니커 등 국내 닭고기 가공 판매 16개 업체가 17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들은 치킨 등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냉장 상태의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을 높이기 위해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 등을 담합한 이들 16개 업체에 천문학적인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들 16개 업체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년 동안 판매가격을 올리기 위해 가격 인상, 공급량 조절 등 "가능한 모든 담합 방법을 다 썼다"고 밝혔다. 

한두 해도 아니고 무려 12년 동안 담합을 했다니,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담합으로 적발된 이들 16개 업체가 육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77%에 달한다. 눈치볼 것 없이 맘대로 농간을 부릴 만도 했을 듯싶다. 더구나 이 업체들은 2005년 담합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새로운 담합을 이어갔다고 하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한참 나온 모양이다. 그들에게 소비자는 얼마나 호구로 보였을까. 최근 치킨값 2만원 시대가 열린 것도 이들의 농간과 무관하지 않다는 확신이 든다. 

이들 16개 업체가 가격 담합을 위해 벌인 농간을 보면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출고 가격을 번갈아 조금씩 올려가며 전체적으로 가격 인상을 유도한 것은 양반이다. 명절을 앞두고 공급량을 줄이고자 냉동비축량을 늘리는 것까지도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그런데 가격을 올릴 생각에 생산량을 줄이고자 멀쩡한 달걀을 폐기하거나 병아리를 감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공정위에 의하면 16개 업체는 2012년 7월24일부터 2016년 7월25일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적게는 81만5000마리부터 많게는 1922만 마리의 병아리 입식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였다. 이 기간 강제로 감축한 병아리는 3133만 마리가 넘었다. 말이 감축이지 죽였다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가 "병아리 같은 경우는 그냥 렌더링(사료화) 하는 거다. 죽이는 거다"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이들이 이렇게 끔찍하고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12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육계협회가 나서 "산업 특성과 정부 행정지도를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며, "막대한 과징금에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고 하니, 정말 '악어의 눈물'이 따로 없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그런데, 묘하게도 닭고기 쪽 담합 등의 불법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있다. 바로 하림과 올품이다. 두 회사는 부자(父子) 회사다. 하림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씨가 올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담합으로 받은 과징금도 하림이 406억200만원, 올품이 256억3400만원으로, 담합 16개 업체 중 사이좋게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이야기다.

하림은 국내 1위 닭고기 가공업체다. 그런 하림이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가격 담합, 2015년 사료가격 담합, 2019년 원종계 수입량 담합 등에 계속 이름을 올리면서 1위 사업자가 시장경제를 교란시킨다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이유로 약 49억원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오너2세의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그룹 지배권을 유지·강화하고자 올품이 하림 계열사로부터 부당하게 지원받은 금액이 7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홍국 회장 일가의 불법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중이다.

이 정도면 도덕불감증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업계 1위라는 기업이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뭔가 근본적으로 구조적으로 잘못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많은 담합으로 인한 과징금과 고발에도 계속해서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건 담합을 인한 손해보다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엔 솜방망이 처벌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이다. 

예부터 "먹는 걸로 장난치면 천벌을 받는다"고 했다. 먹을 것을 돈벌이로 보고 유해물질을 넣는 행위는 아니지만 담합을 통해 온국민의 간식인 치킨의 가격을 올리고 시장을 교란한 죄는 어떤 처벌이 필요한가? 천벌을 받을 일이다.

그나저나 쉴새없이 터지는 닭 관련 불법 행위에 치킨에서 멀어진 입맛은 쉬 돌아오지 못할 듯싶다. 한때 가장 사랑했던 식품이지만 '호구'가 되기 싫고 '봉'이 될까 두려워서다. "차카게 살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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