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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뉴노멀’을 더 심화시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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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뉴노멀’을 더 심화시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장재철
  • 승인 2022.03.1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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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브렌트유가 장중 한때 100달러를 넘는 등 국제유가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 안내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브렌트유가 장중 한때 100달러를 넘는 등 국제유가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 안내판.

 

[푸드경제 장재철] 세계 경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가 다시 110달러 내외로 안정되었지만, 지난해 3월 초의 배럴당 60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80%나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농산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니켈, 팔라듐 등을 수출하는 러시아의 전쟁은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투기적 수요를 유발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 같은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에 맞추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더 빠르게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가속에 대한 중앙은행의 발 빠른 정책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이유는 정책금리의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은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지만, 경기는 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코로나 위기 이후의 경기회복과 공급망 차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적어도 올해나 내년 초까지는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의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올해 안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은 양국의 전쟁 상황이 악화되거나 장기화하면 더 높아질 것이다.

이는 코로나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팬데믹과 전쟁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학자 네트워크인 CEPR의 한 보고서는 1300년대 흑사병 이후의 팬데믹과 전쟁이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수차례의 팬데믹 기간 중 인플레이션은 큰 변화가 없었으며, 팬데믹 이후에는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어쩌면 이 같은 경험치가 미 연준의 ‘이번 코로나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7% 중반을 상회하면서, 미 연준은 이러한 판단이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물가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금리 조정을 예고했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 실수의 원인은 코로나 위기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팬데믹 효과를 가져왔다는 데 있다. 과거 팬데믹은 막대한 사상자를 유발해 공급 위축보다는 수요 위축을 더 크게해 물가가 하락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에서는 의료 및 보건·위생의 향상으로 사상자 감소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 수준에 상응하는 재정지출과 양적완화나 정책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으로 위축되었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오히려 공급망 차질에 따른 공급 위축이 더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총수요 부족에 의한 물가하락 여력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보고서는 전쟁의 경우 인플레이션은 전쟁 기간에도 상승하고, 전쟁 이후 1년간은 평균적으로 8% 포인트의 추가 상승이 있었다고 했다. 전쟁 중에는 사상자와 생산설비 파괴 등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전후에는 복구를 위한 재정투자 등이 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여파는 생산자원의 파괴보다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원자재를 수출하는 양국의 특성상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통한 충격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과거와는 다른 팬데믹 효과로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에 당초 전망보다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1년 미만의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장기금리는 이 같은 단기금리의 변화에 더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준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단기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로 장기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더 상승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종합하면 세계 경제는 코로나 위기로 뉴노멀, 즉 새로운 변화의 특징인 이전과는 다른 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뉴노멀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으로 유명한 한 전문가는 ‘세계 경제와 국제정치 체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유럽은 러시아 원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일 것이며, 이는 러시아를 제외한 에너지 생산국가에서의 추가적인 수요 증가를 유발해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높아질 인플레이션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2050년 탄소중립은 연기되거나 또 다른 목표 설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는 또한 유럽의 여러 나라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한 것을 목도한 이상 자국의 국방력 제고를 위한 정부지출을 확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서방의 압력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효과를 약화시키고, 이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켜 소련 붕괴 이후 사라졌던 냉전을 새롭게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러한 지정학적 평가 또한 궁극적으로는 높아진 에너지 가격, 국방비 등 정부지출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 미국과 중국 등의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속 등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유럽 여러 나라의 국방비 지출을 위한 추가적인 국채 발행은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더해 금리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

글 장 재 철(KB국민은행,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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