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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치킨업계, 동물복지 유감
  • 유인근 기자
  • 승인 2022.03.08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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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이미지.
병아리 이미지.

[푸드경제 유인근 편집국장]우리시대의 화두가 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강조되면서 '동물복지'란 말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특히 얼마전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촬영 중 말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고를 계기로 '동물복지'가 다시한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드라마속 낙마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배우를 태운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이 알려져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것이 발단. 이후 KBS가 공식 입장을 통해 촬영 일주일 후 말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연출 방식이 오랜 촬영 관행이었다는 업계의 변명은 공분을 더욱 키웠고, 마침내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까지 했다. 

죽음을 당한 말은 퇴역경주마였다. 과천 경마장 일대에서 5년여 간 경주마 생활을 하다 퇴역한 이후 말 대여업체에 팔려왔다가 이번에 이같은 봉변을 당했다. 말의 평균 수명은 25년 이상이지만 경주마의 은퇴 시기는 대략 2~4살으로, 이 말 역시 5~6살로 추정되는 어린 말이었다. 이 사실은 더욱 사람들을 분노케했다. 평생 사람만을 위해 살다가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했고 다시한번 동물복지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동물복지'란 건강하게 자란 축산물이 사람의 건강에도 안전하다고 생각에서 출발한다. 동물을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도축과 운반 과정에서도 동물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최소화 하려는 개념이다. 최근들어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사실 우리의 현실은 동물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간식으로 자리한 치킨이 대표적이다. 맛있는 치킨이 우리의 가정으로 배달되기까지 병아리와 닭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죽어가는지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사실 사육업자나 치킨업자 등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 도리도 별로 없다.  

사실 병아리들이 닭으로 사육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의 크기는 퇴역경주마와는 비교도 안된다. 얼마전 보도된 내용이다. 한 사육업자의 증언에 의하면, 병아리들은 닭이 될때까지 3.3㎡(1평)의 좁은 공간에서 70마리 이상 다닥다닥 붙어서 운동도 못한다. 또 한 달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한다. 게다가 오래 살지도 못한다. 병아리도 닭도 아닌 이들의 생은 불과 한달 정도다. 인간에게 한 달내내 들들 볶이다 치킨이 되기 위해 짧디짧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인간들이 들들 볶아대는 이유는 뻔하다. 돈이다. 소비자가 좋아하도록 정상적인 닭이 아닌, 가슴에 살만 잔뜩 찐 기형의 비만 병아리로 키우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알에서 깨자마자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사육장으로 보내진다. 계사 천장에는 수십개의 전등이 달려있고 24시간 내내 불을 비춰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도 대낮처럼 환하게 유지한다. 닭들이 밤에도 낮이라고 착각해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사료를 먹어 빠른 시간 내에 살을 찌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방법은 전문용어로 '종야 점등법'이다. 우리나라 대다수 육계 농가가 쓰고 있는 방법이라하니 기막 막힐 노릇이다. 이 '잔인한' 사육법은 효과가 좋아 50g이 되지 않던 병아리들이 한 달만에 1.5㎏ 이상으로 불어나는 신기를 발휘한다. 

불쌍한 병아리들이 햇빛을 보는 순간은 농장에 들어갈 때와 도계장으로 이동할 때 딱 두번뿐이라고 한다. 1.5㎏가 넘으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괴로운 삶도 한 달 이상은 허용되지 않는다. 솔직히 일제시대 일본 순사들이 독립투사들을 고문하기 위해 잠을 재우지 않았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병아리의 살을 찌우기 위해 잠을 재우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을 터다. 

필자도 치킨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한 사람이다. 하지만 치킨이 배달되기까지의 과정을 알고부터는 닭다리를 집을 수 없다. 그것이 한달살이 병아리였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고 또 미안해서 맛있게 먹을 자신이 없어서다. 그런 치킨은 먹고 싶지도 않다. 혹자들은 이것저것 다 따지면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동물복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물학대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프렌차이즈 치킨업계의 '빅3' BBQ와 교촌치킨, bhc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직접 병아리를 키운 것은 아니지만 사들이는 입장에서 그 과정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는 법이다. 치킨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이들 빅3의 동물복지에 대한 무감각 때문에 이같은 '병아리 고문 사육'이 당연한 일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해 한 음식평론가는 "한국 치킨은 닭이 작아 맛없다"고 주장해 치킨논쟁을 일으킨 적이 있다. 처음엔 그 말이 헛소리인줄 알았지만 이제는 그의 주장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3kg 내외의 닭을 요리로 쓰지만 한국만 1.5kg 병아리도 아니고 닭도 아닌 것을 치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상반된 사례가 있다. 유기농 친환경마켓 초록마을에서는 '동물복지 닭가슴살'이란 제품을 판매한다. 초록마을이 관리하는 동물복지 닭은 바람이 잘 드는 계사에서 자유롭게 뛰놀았고, 짚과 톱밥이 깔린 평지에서 무항생제 사료를 먹으며 자랐다. 그 덕분에 '동물복지 닭가슴살'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한다. 

결코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는 세상 한편에서는 이처럼 재빠르게 동물복지가 실행되고 있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인 것이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동물복지를 외면하고, 어린 병아리들을 들들 볶는데 기여하는 회사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하기를 바란다면 과욕이고 시대착오다.  

최근 물가상승에 편승해 교촌치킨을 시작으로 우르르 치킨값 2만원 시대가 열렸다. 그럼에도 치킨은 여전히 작고 동물복지는 요원하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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