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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치명인' 1호와 상처받은 '김치종주국'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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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치명인' 1호와 상처받은 '김치종주국' 자존심
  • 유인근 기자
  • 승인 2022.02.23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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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식품 대표 김순자 김치명인.(사진 한성식품)
한성식품 대표 김순자 김치명인.(사진 한성식품)

[푸드경제 유인근 편집국장] "정부는 당장 김순자 대표의 식품명인 자격을 박탈하기 바란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썩은 김치 논란을 일으킨 '김치명인' 1호 김순자씨를 겨냥해 올린 글이다. 이 말에 절대공감한다.

김순자씨는 2007년 정부로부터 전통명인 29호, 김치명인 1호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 전통김치 외에 미니롤 보쌈김치, 미역김치 등의 특허김치를 개발하는 등의 활약을 펼치고 ㈜한성식품이라는 김치 회사까지 차렸다. 김순자 명장이 30여년 동안 김치를 연구 개발해오며 특허 등록된 김치는 26종에 달한다. 전통방식의 김치 제조법뿐만 아니라 치자를 활용한 치자미역말이김치 등의 특허김치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왔으며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할랄 인증 김치, 맵지 않은 김치 등을 개발해 알리고 있어 김치전도사로 유명하다.

상도 많이 받았다. 김치 기술 및 특허와 관련해 국내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여성발명훈장을 받은 바 있고 2000년에는 국무총리표창, 2009년 지식경제부장관표창을 받는 등 김치와 관련해 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 김치명인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불량 재료로 김치를 제조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MBC 보도에 의하면 한성식품은 썩거나 변색된 배추와 무에서 먹을 수 없는 부분을 도려낸 뒤 김치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고, 식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제 충북 진천에 위치한 한성식품 자회사 김치공장에 조사관 4명을 보내 9시간 동안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 공장의 위생상태와 원자재 관리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기까지는 공익신고자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해당 공장에서 썩거나 물러진 원재료를 손질한 다음 김치를 만들고 있는 실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익신고자들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이 공장에선 속까지 변색돼 있는 배추를 원재료로 납품받았고, 무 역시 잘라진 단면에 짙은색 반점들이 있는 등 상태가 불량했다. 깍두기용 무를 담아놓은 상자엔 시커먼 물때와 곰팡이가 붙어 있었으며 완제품 포장 김치를 보관하는 상자엔 애벌레 알이 달려 있어 토가 나올 지경이다. 공익신고자는 "이런 걸 가지고서 음식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비양심적이고. '대한민국 명인 명장' 이렇게 판매하는 김치인데.."라며 혀를 찼다. 

한성식품은 직영 공장 3곳과 자회사 소속 공장 1곳 등 4곳의 공장에서 김치를 만드는데, 해당 공장은 자회사 소속 공장이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김치의 약 70%는 해외에 수출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대기업 급식업체, 서울의 한 종합병원, 유명 리조트 체인 등에 납품된다고 한다.

한성식품은 즉각 사과하고 문제의 공장을 폐쇄하고, 23일 김순자 대표이사 명의로 "22일 보도된 자회사 '효원'의 김치 제조 위생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 수출된 김치 중에 문제의 김치가 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 김치에도 대한민국 김치명인라는 이름을 달았을 것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외국인들은 이제 한국산 김치를 맘 편히 먹을 수가 없을 게 뻔하다.

무엇보다 '김치종주국'이라는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에도 시퍼런 멍이 들게 생겼다. 김치가 한민족에게 어떤 존재인가. 김치는 한반도에서만 발달해 온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자랑스런 문화이고, 김치는 시대를 뛰어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Soul Food)'다. 

김치가 세계적 인기를 모으니 중국은 최근 한국의 김치를 자국의 문화에 편입시키려고 갖은 수를 쓰고 있다. 자기들이 국제 김치시장의 표준을 세웠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며 우리나라와 김치 종주국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김치명인이 만든 썪은 김치라니... 우리 국민들의 김치종주국이란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 틈을 노리고 또다시 도발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방어를 할 것인가, 앞이 캄캄하다.

아직 식약처의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에서 밝혀졌듯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다만 영상에서 본 것 외에 더 큰 혐의가 안 나오길 바랄 뿐이다. 한성식품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국민들이 회복불능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부는 당장 김순자 대표의 식품명인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책임도 지게해야 한다. 썩은 상처는 도려내야 비로서 새살이 돋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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