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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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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
  • 장재철
  • 승인 2022.02.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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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장재철]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고, 연중 상승폭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의 전망보다 높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은 실제 인플레이션 (spot inflation)뿐만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 (expected inflation) 모두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미국의 지난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7.0%로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에도 7%를 상회하는 수준을 예상한다. 유로 지역의 1월 물가상승률도 5.1%로 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6% 상승해 전월의 3.7%보다 소폭 둔화했으나, 지난 10년의 평균 수준인 1.2%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시장이 이러한 물가 상승세를 우려하는 이유는 매달 발표 때마다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과 곧 하향 안정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한동안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향후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 위기 이전의 저물가에서 벗어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로 인한 투자와 고용시장 회복 지연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컨테이너 및 항만 하역 등 물류 부문의 비용상승이 커피 등 농산물 가격에도 전가되며 시차를 두고 식료품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난 12월 4.8%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1월 현재 2.6%로 코로나 위기 당시보다 1%P 이상 상승했다. 이러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모두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2%를 상회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 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 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같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임금과 물가상승을 가속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직장복귀 지연이나 일부 직종에 대한 노동공급 부족이 전체 평균 임금의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간당 평균 임금이 지난 1월 전년 동월대비 5.7%로 전월의 4.9%를 크게 상회했다. 임금상승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되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요인이 된다. 지금과 같이, 발표되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고, 앞으로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게 된다. 노동자는 이같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상응하는 임금상승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임금이 높아지면, 다시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이는 다시 임금이 상승하는 임금-물가의 순환적 상승 가속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점이 최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양적완화 종료와 정책금리 인상, 양적긴축으로의 전환을 예고한 이유이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3월에 양적완화를 종료, 즉 자산매입을 종료하고, 3월부터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 인상을 시작해 연중으로 6회 내외의 인상을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3월에 0.5%P의 인상을 전망하기도 하나, 그보다는 남아 있는 통화정책 회의 때마다 0.25%P씩 지속해서 인상하는 방안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연준은 이전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을 0.5%P 인상으로 시작한 적이 없었으며, 최근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고려하면 큰 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스트레스를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중앙은행인 ECB도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위기 관련 유동성 공급조치 (PEPP) 하에서의 자산순매입을 오는 3월에 종료하고, 연내 정책금리 인상과 양적완화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 ECB가 1회 혹은 2회의 정책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 BOE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2월 3일 0.25%P 인상으로 정책금리를 0.5%까지 올려놓았으며 상반기 중에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이러한 유럽과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은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은 지난 12월 전망에서 정책금리가 2024년에 2.0~2.25% 수준까지 상승할 것을 시사했다. ECB의 경우, 2024년까지 정책금리의 하나인 예금금리가 현재 –0.5%에서 1.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폭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코로나 위기 이후 경기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연준의 양적긴축 속도와 규모가 유럽보다 빠르고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1월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1.5~1.75%로 한두 차례의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

이같은 전망은 현재 인플레이션이나 경기를 과대평가했을 리스크가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주요국 경제는 정책금리 인상이나 양적완화 종료로 인한 긴축적인 금융 여건과 작년보다 규모가 축소된 코로나 위기 관련 재정지출 등의 영향으로 성장 모멘텀 약화가 예상된다. 또한 인플레이션 역시 공급망의 점진적 개선과 기저효과 등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따라서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과거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경기침체로 끝났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 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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