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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12년째…사립대 재정건전성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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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12년째…사립대 재정건전성 ‘급락’
  • 박연화 기자
  • 승인 2020.01.27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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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발원 2007년 이후 사립대 운영수지 분석 결과

[푸드경제 박연화 기자] "밖에서는 잘 모르지만 대학 자체만으론 운영에서 적자가 난 지 몇 년 됐다. 법인에서 추가로 돈을 집어넣어 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에 있는 대학이 아니라 서울지역 한 4년제 사립대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 등록금 동결이 12년째 이어지면서 사립대가 2015년부터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국책연구기관 조사에서 확인됐다.

재정적자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지역 4년제 사립대에서도 재정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호소하는 사립대 주장이 엄살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고등교육 정부 재정 확보 방안 연구'에서 최근 12년간(2007~2018년) 사립대 운영수지를 분석한 결과다. 등록금 수입, 기부금, 국가보조금 등 '운영수입'에서 교직원 보수, 관리운영비, 연구학생경비 등 '운영지출'을 빼 '운영수지'를 산출했다. 대학 운영에 필요한 수입과 지출을 비교한 것이다.

운영수지 분석 결과, 2009년 등록금 동결 정책이 시작되면서 2010년부터 재정 건전성이 급락했다. 4년제 사립대 운영수지가 2009년 2조7230억원에서 2010년 1조6809억원으로 떨어졌다. 전문대학을 합한 사립대 전체로는 4조8001억원에서 2조1985억원으로 반토막났다.

2016년부터는 재정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6년 4년제 사립대의 운영수지는 -138억원을 기록했다. 지출보다 수입이 더 적었다는 얘기다. 전문대는 이보다 앞서 2015년(-427억원)부터 적자가 발생했다. 사립대 전체로는 2015년(-260억원)부터 적자가 발생했다. 교육개발원은 "대학들은 재정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2015년 이후 적립금을 인출해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4년제 사립대는 2016년 -138억원에서 2017년 -2230억원, 2018년 -2676억원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점점 늘고 있다. 전문대는 2015년 -427억원에서 2018년 -1132억원으로 급증했다. 사립대 전체로는 재정적자 규모가 2015년 -260억원에서 2018년 -3808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학 한 곳당 평균 재정적자 규모도 2015년에는 -7800만원이었으나 2018년에는 -11억72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18년 4년제 사립대의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한 곳당 -15억7400만원이다. 전문대의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7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지역별 운영수지 결과를 보면 사립대(4년제+전문대)의 재정적자는 2012년 광주, 세종, 전남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다. 2013년부터는 경북, 부산, 전북지역에서 재정적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 중 14개 시·도에서 재정적자가 나타났다. 2018년에는 이전까지 흑자였던 서울과 충남에서도 처음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4년제 사립대의 지역별 운영수지 현황에서도 2010년 제주지역에서 처음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2012년에는 제주뿐 아니라 광주, 세종, 울산, 전남지역에서도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2017년에는 14개 시·도로 늘었다. 2018년에는 울산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재정 적자가 나타났다.

특히 서울(-13억7000만원)과 충남지역(-280억8000만원) 4년제 사립대도 2018년 처음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전문대는 서울에서도 이미 2014년(-26억5000만원)부터 재정적자가 나타났다. 2017년에는 재정적자 규모가 -151억4000만원으로 늘었다. 전문대 한 곳당 평균 -16억8000만원 규모다.

재정적자 누적규모는 경기지역 4년제 사립대가 -1511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주 -1299억8000만원, 경북 -1183억6000만원, 부산 -1121억2000만원, 전북 -1049억4000만원, 충북 -1003억7000만원 순이다.

교육개발원은 "수도권에 위치한 경기 지역이 재정적자 누적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학령인구 감소와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내는 전라, 경상권에서도 누적 재정적자의 규모가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4년제 사립대의 지역별 대학당 운영수지 현황을 보면 2016년 -9000만원에서 2017년 -14억6000만원, 2018년 -17억7000만원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커졌다. 대학당 평균 적자 규모는 2018년 기준 대구지역이 -15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북 -49억6000만원, 인천 -44억원, 부산 -43억원, 전북 -4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개발원은 "사립대가 84%인 우리나라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대학재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등록금 제한이 설정돼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제한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재정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불필요한 재원을 교육 외의 분야에 지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학이 등록금 이외에 자구적인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추진하려면 재정, 회계, 세금, 기부금 제도 등 차원에서 합리적이고 유연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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