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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자연의 공정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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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자연의 공정함을 배운다
  • 오영기 도시농업관리사
  • 승인 2019.12.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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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오영기] 한해를 계절별로 구분하여 24절기(節氣)로 나눈다. 양력으로 나누는 24절기는 봄이 시작되는 매년 2월 4일경 입춘(立春)을 시작으로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과 마지막으로 대한이다.

지금은 기후변화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 더위가 오래가고 추위는 늦게 시작하지만, 옛날에는 입동(立冬)을 전후하여 김장담그기를 시작하였고 부엌에 있는 밥 짓는 솥 위에 우리나라 고유의 찜기인 질그릇으로 만든 시루를 올려놓고 장작으로 불을 지펴서 스팀으로 그해에 추수한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었다.

시루떡은 추수에 감사하는 기쁨으로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시루떡을 만드는 날은 준비에서 나눔까지 바쁜 날이었다. 따끈따끈한 시루떡을 어머님께서 알려주시는 대로 집집마다 배달하는 것은 내 몫이다. 배고픈 시절임에도 이웃과의 나눔에 아깝다는 생각보다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것 같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시루떡의 구수한 냄새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 심부름 하는 데 불만은 없었다. 시루떡을 담아간 그릇엔 집집마다 답례품이 담겨져 돌아오기도 하였다.

20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은 부족한 가을걷이가 있는지 꼼꼼히 챙겨보고 저장까지 마무리를 하여야 한다. 보리와 밀, 마늘도 더 늦기 전에 심는다. 11월에 만나는 열매로 꽈리, 까마중 열매, 산수유열매, 오갈피열매, 고욤나무열매, 산딸나무열매, 도토리, 밤 등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그런데 들짐승과 새들의 겨울 양식인 열매를 사람이 끼어들어 나눠 먹으려 한다. 아니 싹쓸이 한다. 심지어 낙엽도 갈퀴로 긁어모아 땔감으로 쓰기도 하여 산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더 나은 자연 환경을 위하여 야생에서 자란 열매는 들짐승과 새들에게 양보하여야 하고 낙엽은 그대로 쌓여 부식으로 천연비료로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게 하여야 한다. 코스모스와 야생국화인 감국도 가을의 끝을 꽃으로 아름답게 한다. 길가에 자그마한 쑥부쟁이나 구절초의 꽃도 나름 향기와 자태가 있다. 꽃은 언제 어디서보아도 힐링이고 치유다. 갈대와 억새풀도 가을 색으로 수놓는다.

그리고 채소류 중에도 풋고추와 붉은 고추를 선물하고 마지막 남은 고추 잎을 수확하여 만든 나물이나 짱아찌도 건강식품이고 고구마 줄기로 담은 김치는 국물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저장방법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배추나 무는 땅을 파고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꺼내보면 싹이 나기도 했는데 싹도 무침으로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장한 고구마는 한겨울에 쌓인 눈 속에 넣었다가 꺼내 먹으면 시원하고도 달콤한 간식이 따로 없었다. 늦가을의 정취는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낙엽이 최고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낙엽이 꽃이라면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라고 하였다. 낙엽은 두 번째의 꽃이라고도 말한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라고 한다. 봄을 두 번이나 맞이하는 행복을 눈과 마음으로 담는다.

계절이 다시 오고 24절기도 돌고 돌기를 반복하듯이 결과적으로 시작과 끝이 다른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사계절이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가을이 가기 전에 가을이 주는 선물을 누리고 살아야 한다. 자연은 가진 사람이나 부족한 사람, 아픈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차별하지 아니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힐링과 즐거움 그리고 마음에 여유를 준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글 오영기(도시농업관리사) | 사진 픽사베이

오영기 씨는…
오영기 씨는 평생 몸담은 농협을 퇴직한 후 2010년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현재 도시농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2014년 서울도시농업전문가회 부회장을 거쳐 다음 해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은퇴자를 위한 봉사활동 차원에서 친환경 농장 6개를 운영 중이며, 중앙보훈병원에서 중증 환자 목욕, 장애청소년 돌보기 등 봉사활동에도 열정적이다. 중간중간 MBC <똑? 똑! 키즈스쿨>에 출연하며 ‘땅부 할아버지’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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