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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균·임계화 부부의 자연과 맛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나물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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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균·임계화 부부의 자연과 맛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나물 밥상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08.0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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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균 임계화 부부의 자연밥상5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2014년 파리 유네스코본부 초대작가인 신경균 씨. 그가 제작한 백자 달항아리는 여러 국빈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주어졌으며, 콜렉터로서 일본 문화재급 이도다완(조선 찻사발) 등 많은 예술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제철요리 전문가인 부인 임계화 씨는 미식가인 남편 신경균 씨와 장안요를 찾는 많은 손님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내놓아 인기가 높다. 제철 요리의 달인인 두 부부는 긴 겨울 끝에 만난 반가운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자연산 식재료로 봄 내음 가득한 밥상을 차려냈다(3월호).

신경균 작가는 식탁 위 봄나물을 앞에 두고 새봄 예찬으로 입을 열었다.

“야산에서는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고 들에서는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운다. 노란 꽃이 피어나면 봄도 같이 피어난다. 봄이 오는 소식은 산새들이 가장 먼저 알려준다. 봄은 새들이 짝짓기를 하는 시기. 짝을 짓기 위해 유혹하는 새들의 소리를 들어보았나? 애절하면서도 사랑이 가득한 새들의 봄 합창은 예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쑥, 취나물, 냉이, 부추, 봄동, 도다리 등 모질고 긴 겨울을 꿋꿋이 이겨내고 봄을 맞이한 제철 재료로 꾸며진 이번 자연밥상을 두고 신경균 작가는 밥상에도 자연의 섭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 계절에 나는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것이 24절기 음식이다.”

‘봄물은 푸르다. 얼음이 녹은 봄의 물빛은 푸르고
새소리는 맑고 예쁘고…’

세월이 변하고,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봄이 되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들나물들을 섭취해야만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입춘이 지나 봄이 시작된 지금은 쑥, 취나물, 냉이 등 들에서 난 나물이 가장 맛있을 때다. 지난 가을 수확한 양식이 바닥을 드러내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못한 보릿고개에는 들나물만큼 훌륭한 식재료가 없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때는 먹을 것이 없어 반가웠던 재료라고 하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귀한 대접을 받는 것들이다.
신 작가는 야생초를 구분하는 법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우선 채소의 밑둥을 보면 붉은 것이 있는데, 붉은 밑둥 채소는 눈밭 속에서 추위를 견디면서 자란 자연산이다. 또한 자연산 냉이는 뿌리가 긴데 야생 냉이는 추운 겨울날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이다. 겨울에 얼어 있다 얼굴을 내민 야생 부추는 짧은 것이 특징이고, 자연산 달래는 알이 굵고 향이 특별하다.”

봄도다리쑥국·부추무침·울릉도취나물·봄동겉절이

제철요리 전문가인 임계화 씨는 나물을 재료를 손질해 툭툭 잘라 넣고 소스만 뿌려 먹는 서양의 샐러드와 비교하며, 나물이 그만큼 쉬운 요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좋은 재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요리다. 양념이 많이 들어가거나 조리법이 복잡해지면 오히려 그 맛을 해친다.”

간장, 된장, 참기름, 고춧가루, 깨소금만 있으면 어떤 나물도 훌륭한 요리로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낸 나물은 한식은 물론 양식과 곁들어 먹어도 꽤 괜찮은 조합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스테이크와 함께 가니시로 내놓아도 먹음직스럽고, 막걸리 한 잔을 마신 후 입가심으로도 깔끔하다. 임 씨는 취나물, 냉이, 부추를 이용해 손쉽게 세 가지 봄나물 요리를 선보였다.

울릉도에서 채취한 취나물은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짠 뒤 집간장을 이용해 조물조물 무쳐낸다. 향이 강한 봄나물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조리법이다. 냉이는 간장에 무쳐도 맛있지만 이번 밥상에서는 된장과 함께 맛을 냈다. 신 작가 집에서 자란 야생 냉이는 그 뿌리가 한눈에 보아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굵고, 인삼과 비슷한 향이 났다. 이런 자연산 냉이 한 뿌리는 산삼 한 뿌리와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보양식이란다.

그 다음으로 눈길을 끌었던 재료는 부추다.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는 사투리로 불리기도 하는데, 오늘 준비한 부추는 일명 ‘아씨 정구지’라는 이름의 일반 재배 부추보다 줄기가 훨씬 짧다. 겨울 언 땅에서 기운을 듬뿍 받고 자란 야생 햇부추를 수확했기에 길이가 그리 길지 않다. 이 아씨 정구지는 사위도 주지 않고 남편에게만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자양강장제다.

김장철에 크기가 작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둔 채 겨울을 보내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봄동이 탄생한다. 춥고 모진 겨울을 온 몸으로 이겨낸 질긴 생명력만큼이나 영양소가 풍부하다. 지난 김장 때 남은 양념을 이용해 미리 만들어 두었던 봄동 김치는 입맛 없을 때 갓 지어낸 쌀 밥 한 숟가락에 얹어 먹으면 그만이다.

이번 밥상의 메인 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봄도다리쑥국’이었다. 알이 가득 들어찬 도다리와 향긋한 쑥이 넘치도록 들어간 별미. 신경균 작가는 봄에는 도다리의 맛이 확 떨어져 바닷가 지방에서는 거져 준다고 해도 먹지 않는 생선이라고 설명했다.

“도다리는 봄에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이동한다. 연안에 많이 들어오니까 흔하게 잡히고, 알이 가득 찬 도다리는 말리기도 힘들고 횟감으로도 맛이 덜하다. 그래서 봄에는 도다리를 국으로 즐겨 먹었다. 지금 계절에 야생초로는 쑥이 흔하니까 쑥을 뜯어 알이 가득한 도다리쑥국을 만들어 선조들이 즐겨 먹은 것이다.”

임 씨는 봄도다리쑥국을 끓일 때는 그야말로 ‘쑥국’에 도다리를 곁들인다는 기분으로 한 솥 가득 쑥을 넣으라고 조언했다. 입에 넣는 순간 쑥의 향긋함과 도다리의 쫄깃함이 가득 퍼지는 봄도다리쑥국에 밥 한 그릇을 말아 먹고 나면 길고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봄도다리쑥국

봄도다리쑥국
재료 : 도다리, 햇쑥, 다진마늘, 집간장·된장,약간, 다싯물(무·파뿌리·다시마·멸치)
만드는 법 : ①손질한 도다리를 적당한 크기로 썬다. ②밑둥이 빨간 햇쑥은 다듬어 씻어두고 다싯물이 끓으면 도다리를 넣고 거품을 걷어낸다. ③된장·집간장·다진마늘을 넣고 한번 더 끓으면 쑥을 듬뿍 얹고 한소끔 끓인다. ④기호에 따라 된장·들깨가루를 첨가하면 구수한 맛도 즐길 수 있다.

 

냉이무침

냉이무침
재료 : 냉이(된장·참기름·통깨·다진마늘 약간)
만드는 법 : ①냉이는 뿌리째로 소금 약간 넣어 물이 끓으면 살짝 데친다. ②물기를 짜고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다음 통깨로 마무리 한다.

 

울릉도취나물무침

울릉도취나물무침
재료 : 밑둥이 붉은 취나물, 집간장(된장), 다진마늘 약간, 통깨, 참기름
만드는 법 : ①울취(울릉도취나물)는 씻어 채반에 건져두고 소금을 약간 넣은 물이 끓으면 울취를 데친다. ②데쳐낸 울취는 찬물에 헹궈 채반에 건져내고 물기를 적당히 짠 다음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다. *기호에 따라 집간장이나 된장을 선택한다.

 

아씨정구지무침

아씨정구지무침
재료 : 어린 야생 부추, 양념장(고춧가루, 집간장과 외간장 1:1, 매실엑기스 약간, 막걸리식초 약간, 참기름, 통깨, 다진마늘 약간)
만드는 법 : ①정구지를 물에 10분 정도 담갔다 두세 번 설렁설렁 씻어 채반에 밭여둔다. ②큰 볼에 먼저 양념장을 만들어 정구지를 살살 무친 다음 통깨를 한 번 더 살짝 비틀어 뿌려낸다.

진행 유화미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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