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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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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오영기
  • 승인 2019.06.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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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오영기] 얼마 전 텃밭을 새롭게 단장하려고 주변을 정리하다가 가시덩굴에 오른쪽 엄지손가락 손톱 밑은 찔렸는데 아프다. TV 리모컨 버튼을 누를 때나 핸드폰을 누를 때는 더 아프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일상생활에 불편이 따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침 몸으로 집에 도착하여 습관적으로 현관문을 열고 전기 스위치를 켰는데 불이 환하게 밝혀지지 않고 캄캄하다. 다시 시도해 봐도 암흑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순간 당황스럽고 짜증이 난다.
핸드폰의 불빛을 이용해서 들어와 안방에 스위치를 켜보니 다행히 전기불이 환하게 비친다.

냉장고는 안전할까? 뇌리에 스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달려간다. 안전하다. 긴장이 풀린다. 현관 전등만 고장이 난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길게 느껴진다. 전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이 참으로 많다. 모두가 소중하겠지만 물과 공기 그리고 햇빛은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소중하다. 물은 값을 지불하고 먹거나 쓰지만, 공기나 햇빛은 거저 내어준다. 물론 요즘은 미세먼지 등의 환경 변화로 맑은 공기도 물처럼 값을 지불해야 하는 시기가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기도 하다. 햇빛도 시간이 갈수록 소중함을 더욱 느껴지게 될 것이다. 잊고 살았던 일상생활에서의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고마움과 살아가는 동안 빚진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고조선시대부터 인식되어 왔다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無窮花)가 그렇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흔하고, 가치가 없고, 보잘 것 없는 꽃으로 여겨져 시선에서 멀어져 왔다. 공식적으로 법에서 인정하는 국화(國花)는 아니다. 하지만 정서적 관습적으로 국화(國花)로 알고 있다. 무궁화 보급에 노력하신 분으로 알려진 남국 억 선생은 무궁화 꽃 수놓기를 주도하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전하였다고 한다. 무궁화 꽃 수놓기는 주로 이불이나 베개의 커버에 무궁화 자수를 넣기도 하고 액자로 만들어 안방에 걸어 놓기도 하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는 놀이 문화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아이들이 모여 술래를 정하고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고 외친 다음 뒤돌아 볼 때 동작을 그대로 멈춰야하는데 움직이거나 열 번을 외친 다음 숨어 있을 만한 곳에서 찾아내면 술래가 바뀐다. 술래를 면하기 위하여 ‘무궁화 꽃이’까지는 천천히 하다가 ‘피었습니다’를 빠르게 하고 뒤돌아보면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걸려든다. 어떤 아이는 안전하게 숨을 곳을 자기네 집으로 정하여 찾지 못하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놀이판에서 보이지 않으면 집에 간 줄 안다.

애국가 가사, 대통령 표장, 법원 마크, 국회의원과 시도 기초의원 배지, 경찰 견장, 국기봉 모양, 우리나라 최고의 훈장, 무궁화호 여객열차, 우리나라 최초 통신위성 등에 중요하고 다양한 분야에 무궁화가 사용되고 있다.

무궁화 꽃은 우아하기도 하지만 7월에서 10월까지 100여일 동안 계속해서 매일 새로운 꽃을 피우는데 한 나무에서 오백에서 이천 송이를 피운다고 한다. 생명력도 강하여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어느 작물이나 마찬가지로 관리를 소홀히 하면 병해충이 발생한다. 주기적인 병해충 관리와 적당한 영양분을 준다면 절대로 지저분한 꽃이 아니다. 꽃과 잎이 차나 약용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한다. 다른 작물에는 애정과 관심으로 지극정성으로 키우면서 무궁화에 대하여는 관심도 적고 소홀하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사소한 소중함을 잊고 살아온 것처럼 정서적 관습적으로 국화(國花)라고 불리는 무궁화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왔다. 이제라도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해온 무궁화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국민의 꽃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오영기(도시농업관리사)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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