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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차 베테랑 도시 농부, 강윤원 나도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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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차 베테랑 도시 농부, 강윤원 나도농 대표
  • 이연숙 기자
  • 승인 2019.03.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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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원 나도농 대표.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아파트나 주택의 베란다, 옥상이나 자투리땅을 활용해 친환경농산물을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름 하여 도시 농부들. 귀농을 꿈꾸지만 자녀교육, 경제적 사정으로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찾은 대안이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의미도 꽤 커지고 있는데…. 10년 차 베테랑 도시 농부로 살다가 지난해 ‘나는도시농부 네트워크(이하 나도농)’까지 설립한 강윤원 대표를 만나 보았다.

오랫동안 공직에 몸담았던 강윤원 대표. 그는 은퇴 후 삶을 고민하다가 처음 농사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그의 고향은 파주. 밭과 논이 즐비한 곳에서 태어난 탓에 농사일에 익숙하기도 할 터. 퇴직 전 제2인생의 일터로 삼기 위한 농지 구입부터 일사천리로 진행한 강 대표가 틈틈이 농업 관련 책을 뒤적거리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은 지 어언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그가 일군 밭, 논 규모도 수천 평에 이른다. 그중 그는 북한 최접경지에 위치한 700평 규모의 보림농장으로 기자를 초대했다. 겨울이라 가을에 걷어 들인 콩, 고추들로 담근 장들이 든 장독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던 보림농장. 그러나 칼바람도 지난 한 해 그가 열심히 농사에 임했던 흔적을 모두 지울 순 없었다. 하우스 안은 여전히 작물 재배 후 남은 부산물로 가득했다. 장독대 근처엔 구수한 된장 냄새가 코를 간질이는 듯했다.

“올해 봄이 오면 다시 감자를 심을 거예요. 5월에는 오이, 토마토, 참외, 가지 등 각종 채소류를 키워 가족은 물론 이웃 주민들과 나눠 먹고 있답니다. 어느 정도 공간이 허락되면 참깨와 콩도 재배하고요.”

자연과 동화하면서 생활하자
그가 기르는 작물은 거의 자가 소비성을 위한 것이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때 클 보(甫), 수풀 림(林)의 보림농장(甫林農場) 푯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연과 동화하면서 생활하자는 뜻입니다.”

이는 첫째 건강을 위해서, 둘째 퇴색해가는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는 강 대표. 우선 그의 보림농장 내 작물들은 모두 친환경 재배가 원칙이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은 절대 금물. 대신 음식물 쓰레기, 풀, 가축의 부산물 등으로 손수 퇴비를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모두 자연순환방식에 의한 것이다. 이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생산이 비로소 가능해졌다고 그는 기뻐했다.

“사람이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우리가 먹은 음식들은 체내에 축적되니까요. 특히 여성이 주의해야 합니다. 가임기 여성이 인스턴트식품같이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게 되면 불임 가능성이 커지잖아요. 가장 먼저 건강을 위해 제초제 사용 없는 유기농업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느덧 생소한 문화가 된 ‘품앗이’를 통해 이웃과 상생도 가능케 하는 도시농업. 은퇴 후 도시농업 관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만난 다양한 사람과의 교감, 소통은 그가 현재 나도농을 설립하는 게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1 강윤원 나도농 대표가 운영하는 보림농장 정문에 자리한 푯말. 2 한여름, 비가 그친 뒤 보림농장의 풍경. 3,4,5,6 지난해 봄부터 가을까지 보림농장을 가득 채웠던 상추, 참외, 해바라기, 고추들. 7 강 대표가 진행하는 배움텃밭에서 수강생들이 작업에 한창이다.

작지만 강한 농부
2018년 창립된 나도농은 고양도시농업네크워크가 주관한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마친 수료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자원봉사단체다. 조경기능사부터 유기농 기능사, 종자기사,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다.

“친목을 위해 꾸린 모임이 공론의 장에서 의미 있는 사업을 하고자 합니다. 한국 도시농업 발전에 작은 기여를 하는 게 목표예요.”

나도농은 작지만 강한 농부들을 뜻하는 ‘강소농’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농장을 교육관광농장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그는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에 앞서 손녀들을 통해 도시농업의 체험 교육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강 대표. 예전엔 흙을 만지는 것도 어려워하던 애들이 이제는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게 하나의 놀이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애들이 스스로 심은 씨앗에서 싹이 트고, 애지중지 물을 주며 키운 것들의 결과물이 상추 등 먹을거리로 나타났을 때 매우 뿌듯해 하더라고요. 인성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농장에 오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새, 풀, 나뭇잎은 물론 연못 안 붕어, 미꾸라지 등 자연에 동화되며 행복해지는 모습이 눈에 확연히 보여요.”

이를 아이들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현대 어른들에게도 경험케 하고 싶다고 그는 소원했다. 이에 제일 우선 올해 청소년, 직장 퇴직자를 대상으로 도시농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강 대표.

“올해가 나도동 운영 첫해인 만큼 교육 사업부터 찬찬히 나아가려고 해요. 요즘 귀농귀촌을 꿈꾸는 분들이 많은데요. 도시농업 체험을 통해 미리 경험하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도시농업이 주는 혜택인 건강, 공동체에 대한 이점을 누려보기를 바랍니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자료 사진 강윤원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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