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4:35 (금)
실시간뉴스
발효의 비밀, 옛것이 좋은 것
상태바
발효의 비밀, 옛것이 좋은 것
  • 김문 논설위원
  • 승인 2019.01.31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문 논설위원] 어릴 때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많이 봤다. 주섬주섬 배추, 무, 젓갈 하여간 이것저것 잘도 버무린다. 그 안에는 무슨 비결이 있을까.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식탁에 나타난 것을 봤다. 달콤 쌉쌀함, 시큼함... 콧등을 스치며 한 입에 넣었다. 시원하기도 하고 입맛을 돋우는 느낌이 온다. 슬쩍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많이 먹어라’ 그 한마디가 찐하게 다가 왔다. 김치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아직도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발효식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발효식이라는 것은 어머니한테 듣지 않았다. 그저 ‘몸에 좋은 거란다’라는 말만 들었다. 왜 좋은지 커가면서 알게 됐다. 알다시피 김치, 요구르트 등은 모두 발효를 이용해 만든 식품이다. 적어도 한국인은 발효적인 식품과 친숙하게 살아간다. 식품이 발효가 되면 영양가와 저장성이 높아진다. 또한 작은 생물의 분해 활동으로 식품의 성분이 새롭게 합성되므로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게 된다. 이런 식품은 우리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김치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그 밖에 콩 발효식품인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이 있고, 소금으로 절이는 젓갈 등이 있다. 김치와 된장은 성인병 예방과 항암 효과가 있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동물성 재료인 젓갈은 아미노산을 공급하고 밥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완한다. 김치가 익으면서 새우젓, 멸치젓 등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칼슘의 공급원이 된다. 채소 자체의 칼슘, 구리, 인, 철분과 소금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며 비타민 C와 비타민 B1을 공급해준다.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 된장, 고추장 중 김치는 아직도 집에서 담가 먹지만 된장, 고추장은 어느새 마트에서 사다먹는 제품으로 바뀌었다. 발효식품이니 좋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고추장도 된장도 전통의 것들에 비해 많이 달달해졌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대형 마트에서 팔리는 18개 가정용 고추장을 분석해보니 고추장 100% 중 27%가 당류였다. 물엿, 조청, 설탕 등을 첨가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양념수준이 아니라 주요 당류 및 나트륨 공급원이 되고 있다. 이 정도면 ‘옛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탄수화물과 같은 유기물을 섭취하면 산소호흡을 통해 유기물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하고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지만 무산소호흡을 하는 생물들은 유기물을 완전히 분해시키지 못하고 다른 종류의 유기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도 적다. 발효과정에서 역시 유기물이 분해되어 또 다른 유기물이 만들어지고 적은 양의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포도당을 담은 그릇에 효모를 넣고 뚜껑을 닫으면 미생물인 효모가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인 포도당을 분해한다. 이때 뚜껑이 덮여 있으면 산소를 통한 호흡이 불가능하며 무산소호흡이 이루어진다. 효모는 포도당을 완전히 분해시키지 못하고 에탄올을 만든다. 이러한 발효를 알코올발효라고 하며 이를 이용해 막걸리나 맥주와 같은 술을 만들 수 있다.

젖산균을 무산소 상태에서 포도당과 반응시키면 젖산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발효를 젖산발효라 한다. 요구르트나 치즈, 김치 등이 젖산발효에 의해 만들어지는 음식이다. 젖산발효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우리 몸속에서도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무리하게 달리기를 하고 나면 숨이 차 헐떡이게 된다. 몸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빠르게 산소를 흡수하여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함이다. 달리는 동안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이 산소호흡을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의 양보다 크면 부족한 만큼을 무산소호흡을 통해 얻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무산소호흡이 바로 젖산발효인 것이다.

집에서 만들어지는 김치는 냉장기술의 발달로 필요한 만큼 조금씩 담가 먹곤 하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한번 만들 때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 년 먹을 것을 예상하고 만드는 게 통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손이 많이 가게 된다. 그리고 다 만들어도 장독을 가끔씩 들여다보면서 맛을 보던 옛 어머니의 모습이 그것을 증명한다. 어머니는 김치가 잘 익었는지 덜 익었는지 수시로 장독을 오가며 관찰한다. 또 햇살이 좋을라치면 김치가 너무 익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이런 모습들을 떠올리면 ‘어머니의 인고’의 시간이 생간난다. 하여 발효는 인내다. 올 한 해는 인내하며 건강하게 살기를 목표로 해보면 어떨까.

사진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DB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