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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계수·유란희 부부, 인천 토박이들의 곡성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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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계수·유란희 부부, 인천 토박이들의 곡성 귀농 라이프
  • 이연숙 기자
  • 승인 2018.11.21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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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계수·유란희 부부.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연숙기자] “자연이 주는 상쾌함과 평화로움에 매료됐어요.” 평소 백패킹이라는 취미 활동을 즐겼다는 곽계수·유란희 부부. 앞으로도 쭉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살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은 자연스럽게 귀농으로까지 이어졌다.

전라남도 곡성군의 한 귀농가. 부부는 새벽 5시면 눈을 떠 집 인근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향한다. 1000평 규모의 멜론 농장을 한번 쭉 둘러보고 나면 어느덧 아침 8시. 해가 중천에 떠서야 아침밥을 먹은 후 집안일을 시작하는 게 이제 그들의 일상이 되었다.
“낮에는 사람들을 만나며 농사 공부도 하고, 각자 마룻바닥에 앉아 책을 읽거나 드넓은 마당에서 운동하는 등 개인 시간을 가져요.”

해가 뉘엿뉘엿 질 즈음에는 오전에 못다 한 일을 하러 다시 하우스로 간다는 곽계수·유란희 씨. 멜론의 잎과 가지를 다듬고 밭 곳곳의 풀을 뜯다가 해가 지평선 뒤로 사라지면 모든 일과가 끝난다.
“여름 낮에는 해가 너무 뜨거워서 일을 전혀 못해요. 바쁠 때는 새벽 3시에 일어나 헤드 랜턴을 킨 채 일할 때도 있고요. 아주 밤늦게까지요. 이렇게 분주한 시기만 지나면 귀농 생활은 대체적으로 한가한 편이에요. 요새는 비가 자주 와서 하우스 문 여닫으러 왔다 갔다 하기 바빴죠. 작물을 키울 땐 온습 관리도 매우 중요하거든요.”

자연에 살으리랏다

그들의 나이 30대 중반. 학창시절 인천에서 비보이, 비걸 활동을 하며 알게 된 부부는 3년 전부터 옛 추억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현재 1년 10개월 차 신혼부부다. 도시에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들은 문득 10~20년 뒤에도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부부가 한창 전국의 산과 들, 바다, 숲, 강을 여행하며 백패킹을 즐길 때였다.

“그저 푸르른 녹음이 즐비한 자연 속 상쾌함, 평화로움이 좋았어요. 잿빛도시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진귀한 기분이요. 그렇다면 아예 자연과 가까운 인생을 살면 어떨까? 둘 다 귀농이라는 답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누구보다 자연에 대한 경애감이 진득한 부부간에 의견 충돌이 있을 리 만무했다. 가능하면 더욱더 오래 그 안에서 머물고 싶다는 가치관도 매우 잘 떨어졌다고 그들은 회상했다.
“둘 다 돈에 큰 욕심이 없기도 하고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살자는 마음이에요.”

1 하우스 멜론 농장에서 작업하던 곽계수·유란희 부부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 곽계수, 유란희 부부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싱싱한 멜론. 3 곡성 멜론은 지리적 특성상 당도와 향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4 아침 일찍 농사일을 본 후 화엄사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곽계수·유란희 부부. 5 바쁜 농사철이 지나면 부부는 산과 바다, 강 등 자연 속으로 백패킹을 떠난다.

로망 vs 현실

물론 실제 귀농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어느 지역으로 갈 지부터 시작해 무슨 작물을 키우고, 농기계는 어떻게 다룰지, 작물 판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모든 게 다 처음이라 낯설고, 생소했을 터. 무엇보다 집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그들은 털어놓았다. 시골에 널린 빈집이 많음에도 다들 자녀들이 언젠가 고향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매물로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직장생활 중 알게 된 한 지인과 함께 곡성에 들렀다가 경이로운 산세에 반해 귀농지로 선택한 부부는 그의 도움으로 작물과 집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재 가꾸고 있는 작물은 멜론. 겨울에는 딸기를 재배할 계획이다. 곡성의 지리적 특성상 덥고 비가 적으며 일교차가 커 과일 당도와 향이 뛰어난 게 특징이라고 그들은 자랑했다. 곡성의 멜론 맛은 전국 최고이며, 딸기 또한 동남아로 수출하고 있단다. 이러한 명성에 질세라 틈틈이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농기계 교육, 작물 재배교육도 열심히 받고 있다는 곽계수· 유란희 부부. 다 자란 멜론은 수확해 SNS에서 판매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계란부부’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그들이다.

‘참’ 행복한 삶이란

어느덧 그들이 귀농한 지 약 4개월이 되었다. 아직 생초보 귀농인. 준비과정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애초 꿈꾸던 귀농에 대한 로망과 현실 간의 격차는 적은 편이다.

“키우는 작물의 종류나 재배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 같은 경우 개인 시간이 꽤 많아요. 틈날 때마다 등산하러 다니거나 취미활동을 하고 있죠. 귀농 전에 가장 많이 걱정했던 마을 텃새도 전혀 없답니다. 저희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어르신들이 자식같이 잘 해주거든요. 아직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게 적응이 안 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에요.(웃음) 아, 시골은 밤에 슈퍼 문을 일찍 닫아서 불편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는 지금의 삶이 참 행복하다는 곽계수·유란희 부부. 멜론도 친환경적으로 키우는 등 시골에서 제대로 된 자연 친화적인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처음부터 돈 목적이 아닌, 적게 벌어도 정년 없는 삶을 살고 싶었으니까요. 일단 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첫해에는 경험 쌓는다 생각하고 마음을 비워야 점점 몸도 적응되고 시야도 넓어져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귀농 선배들의 조언

이에 그들은 향후 자신들처럼 귀농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아낌없는 조언도 마다치 않았다. 우선 활동적이거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맞을 것 같다는 곽계수·유란희 씨. 애초 그들은 8,000만원을 예산으로 잡고 시골로 내려왔다. 집만 구매하고, 하우스는 연 임대료를 주고 사용하고 있다.

“곡성은 하우스 1동(200평)기준에 연 임대료가 50만원이라 무척 저렴해요. 하우스4동(1000평)을 한 단지라고 하는데요. 부부가 농사짓기에 한 단지 정도면 적당합니다. 특히 멜론의 경우 정식부터 수확까지 3개월 밖에 안 걸려 자금 회전율도 굉장히 빠르죠. 마을사람들이 전부 나이 많으신 분들이라 하나같이 자식 챙기듯 김치나 쌀 등을 가져다주시는데요. 돈 쓸 데가 별로 없어요. 아끼려고 하면 충분히 아낄 수 있는 곳이 농촌이더랍니다.”

부부의 귀농 첫해 예상 매출액은 5,000만원.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수입해오는 작물들까지 재배하는 게 그들의 목표다. 단 이때도 무리하지 않고 딱 먹고 살 만큼만 벌어 인생을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그들은 소망했다. 또한 지역발전을 위해 백패킹 문화를 널리 알릴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는 것도 또 다른 꿈 중 하나라고 부부는 덧붙였다. 앞으로도 계속 펼쳐진 그들의 곡성 귀농 라이프를 힘껏 응원해 본다.

사진 곽계수, 유란희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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