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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효녀, 60년 배 과수원 잇다... 신지연 씨의 귀농 경영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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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효녀, 60년 배 과수원 잇다... 신지연 씨의 귀농 경영 스토리
  • 이연숙 기자
  • 승인 2018.10.2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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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 씨 귀농 성공 스토리.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연숙기자] 최근 전통산업인 농업에 신 마케팅이 보태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부모 세대는 오래된 전통 농법대로 친환경 농업에 힘쓰고, 자녀 세대는 블로그·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을 통해 자신들만의 마케팅 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특히 60년 된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부모를 둔 SNS 인플루언서 신지연 씨에게 블로그 마켓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블루오션이었을 것이다.

무려 10년 넘게 배우만을 지망해온 신지연 씨. 그러나 그렇다 할 큰 성과를 못 낸 그녀는 3년 전부터 취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성간염으로 죽을 고비를 한번 넘겼다는 신 씨. 절대 무리하지 말고 무조건 잘 먹고 잘 자라는 담당 의사의 처방은 사실상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것을 포기하라는 뜻과 같았다. 이에 유학을 고민할 찰나, 그녀에게 당시 한창 유행 중인 블로그 마켓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제가 옷도 좋아하고 하니까 한번 블로그에 팔아볼까 싶었죠.”

다행히 반응은 생각보다 꽤 좋았다. 그녀가 직접 쓰고 입는 화장품과 옷이 꾸준히 잘 팔렸다. 본격적으로 부모님의 일을 도와드리게 된 것은 고객에게 자신의 제품을 팔 때 서비스로 함께 보낸 배즙 한 팩이 큰 계기가 되었다. 부모님이 직접 만든 배즙을 맛본 고객들이 따로 판매할 의향이 없는지 먼저 문의를 해온 것이다. 그때부터 조금씩 나주에 있는 부모님 과수원 일에 관여하며 블로그 마켓에 배와 배즙을 팔았다. 그렇게 1~2년이 지난 올해 설날에는 블로그 마켓을 통해 판매한 배 매출이 억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가 제공한 배들이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므로 가능한 일이었죠. 백화점에서 15~16만원에 판매하는 선물용 배를 고작 3~4만원밖에 안 받았거든요. 이게 원협에 납품할 때랑 같은 금액 대예요. 그동안 농민들이 1년 내내 엄청 고생하면서도 제값을 못 받았던 거죠. 블로그 마켓에 판매하다 보니 쓸데없는 유통 채널이 줄어 농민들도, 소비자들도 서로 윈윈 하는 선한 구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고객들과 마치 친구처럼 긴밀하게 소통할 줄 아는 자신의 마케팅도 주효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처음엔 전라도 말로 ‘뻘짓 하지 말라’고 하시던 아버지도 이제야 저를 인정해주세요. 화장품이나 옷 판매 분을 제외한 배 순수익금은 모두 부모님께 드리고 있는데요. 동네에서는 제가 효녀라고 소문이 자자해요.(웃음)”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는 이유

블로그 마켓이 의외로 큰 힘을 보이자 자신의 배 맛도 새삼 알게 됐다는 신지연 씨.

“저는 평생 먹어도 저희 집 배가 그리 맛있는지 몰랐는데요. 제 지인들은 물론 고객들이 다른 집배보다 훨씬 크고, 당도가 높다고 좋아들 하세요.”

이에 힘입어 자신의 어릴 적 애칭을 딴 ‘나리배’라는 브랜드도 만들어 아예 부모님 배 과수원 경영에 큰 몫을 하게 됐다고 그녀는 자랑했다. 그녀의 아버지인 신영훈 씨가 과수원 농장장, 어머니 염복자 씨가 나리배 대표, 그녀가 나리배 영업, 판매부장이 된 셈이다. 이렇게 신 씨가 나리배 영업 부장으로 일한 지도 어느덧 3년 차가 되었다. 판매뿐 아니라 배 농사일에도 어느 정도 관여할 수준이 됐다는 뜻이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나리배를 생산하는 과수원은 철저히 친환경 농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모님 둘이서 제초제 없이 8,800평에 이르는 과수원의 풀들을 직접 뽑는 것은 당연지사다.

“예전부터 어머니, 아버지께서 우리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도 항상 몸이 약했던 지라 특히 저 먹는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셨지요. 그래서 더 건강한 농사법에 관심이 가셨다고 해요. 배 과수원 한편에는 배즙에 들어가는 수세미와 생강들을 키우는 텃밭도 자리해 있답니다. 부모님이 과수원을 맡은 지는 12년 정도 됐는데요. 60년 넘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것이라 애정이 참 깊으세요.”

시골의 감수성을 따라
 

1 1년 365일 배 과수원을 지키고 있는 신지연 씨의 부모님. 신영훈 농장장과 염복자 나리배 대표. 2 주먹보다 큰 배. 배 하나가 무려 1KG이 넘는다. 3 친환경으로 농사 중인 배 과수원에 두꺼비가 나타났다?! 4 나무에 배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5 배 과수원 한쪽에는 도라지배즙에 들어가는 친환경 수세미가 자라고 있다. 6 도라지배즙에 첨가될 친환경 생강이 크는 모습. 7 신씨의 어머니가 잘 익은 배 열매 하나를 수확 중이다. 8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아침, 저녁으로 땅이 마르지 않게 관리해주는 스프링쿨러. 9 신 씨의 아버지가 제초제를 사용하는 대신 직접 잡초들을 뽑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고향인 신지연 씨는 어릴 적 방학만 되면 나주 할머니 댁에 가 과수원에서 뒹굴며 살았다. 자기만 오면 반갑게 달려드는 강아지와 새벽이면 어김없이 울어대는 닭, 땅에 떨어진 배를 쪼아 먹던 새들의 풍경이 그녀의 뇌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시골에 대한 감수성은 그녀가 지금껏 인생을 사는데도 잔잔한 밑바탕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꿈을 좇아 오래도록 서울살이를 하다 보니 느릿느릿 흐르는 시골의 삶이 그리워지기도 할 터.

“맞아요. 도시에서는 왠지 모르게 온전히 쉬는 게 불안하잖아요. 가만히 있어도 무엇인가에 자꾸 쫓기는 기분이 들어요. 남들보다 많이 뒤처지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고요.”

이러한 그녀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귀촌, 귀농의 꿈으로 이어졌다. 향후 결혼해 아이를 낳아도 자녀들에게 자신과 같은 시골에 대한 감수성을 선물하고 싶다고 그녀는 소원했다. 머지않아 나주에서 지속될 그녀의 위풍당당 인생 스토리도 기대해 본다.

사진 양우영 기자 자료 사진 신지연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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