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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저주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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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저주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 김문 편집위원
  • 승인 2018.07.12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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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공포①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문] 흔히 반려라고 한다. 짝이 되는 동무가 어느 날 집을 떠났다. 아니 버려졌다. 어디서 뭘 하는지 소식을 몰랐다.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 반려는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바다에 빠졌다. 바닷물을 먹으며 살았다. 세월이 지났다. 작은 괴물이 되어 먹잇감으로 재탄생했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그를 먹기 시작했다. 큰 일이 생겼다.

오랜 세월 깨끗하게 살아온 생물들의 몸이 달라졌다. 시름시름 앓다가 생체구조가 변형되기도 하고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이 할거나. 그것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저주였고 주술의 결과물이었다. 다시 인간에게 돌아와 공포의 눈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플라스틱의 공포’로 말이다. 집에서 버려진 플라스틱이 바다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 지내다가 먹이사슬의 과정을 거쳐 버려진 앙갚음이라도 하듯 우리 식탁에서 무섭게 앉아 있는 것이다.

요즘 환경식품과 관련된 뉴스 중 단연 으뜸은 플라스틱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또 바닷물을 먹고 살아가는 바다생물들에게 생체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오랫동안 아무런 생기(生氣)없이 떠돌던 플라스틱이 다시 살아나 인간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바다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이다. 그래서 요즘 마이크로비드(microbead)로 불리는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오염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바닷새의 경우 작고 반짝이는 마이크로비드가 물고기 알로 보여 플라스틱을 주식처럼 먹고 있다고 한다. 거북은 비닐을 해파리로 오인해 먹기도 하고, 고래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때문에 위가 파열돼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다.

2015년 여름 일본 도쿄에서 잡은 멸치 64마리 중 49마리가 체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연구 사례가 있다. 호주 연방과학 산업연구기구(CSIRO)는 알바트로스, 갈매기, 펭귄 등 186종의 바닷새들의 먹이 행태 및 해양 플라스틱 관련 자료를 종합하고 분석한 결과 2050년이 되면 모든 바닷새의 99.8%가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멀지 않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된다는 우울한 예측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비늘에 박히거나 아가미를 통해 물고기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해양 포유동물 267종은 플라스틱 때문에 다치거나 죽는다. 미역, 김과 같은 해조류나 산호초, 굴 등도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렇듯 미세 플라스틱의 폐해는 우리의 상상 밖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십 년 후에는 인간이 재앙의 바다 앞에 서게 된다고 경고한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적나라하게 다뤄 관심을 끌었다.

플라스틱이 대중화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그러니까 70여 년에 불과하다. 유리, 나무, 천, 종이, 섬유 등을 대체하면서였다. 플라스틱은 짧은 세월동안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늘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이다. 올해는 인도가 세계환경의 날 주최국으로 선정되었으며 슬로건은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자’이다.

플라스틱은 탄생한 지 1세기도 채 안 돼 우리의 생활을 지배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가 플라스틱 재료로 먹거리를 사다가 플라스틱 그릇을 올려놓고 식사를 하면서 플라스틱의 저주를 불러들일 줄 상상이나 했을까.

우선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자. 불필요하게, 아무 생각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주변의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져보자. ‘지구를 보호하자’는 그 어떤 구호보다 내가 쓰는 플라스틱 하나를 줄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시대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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