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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나라에서 즐기는 산소길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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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나라에서 즐기는 산소길 드라이브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23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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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 자전거여행
▲ 화천 자전거 여행

저수량 10억 톤을 자랑하는 파로호가 있어 ‘물의 나라’로 불리는 강원도 화천이 요즘 라이더들 사이에서 자전거 명품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화천군이 3년 전 ‘파로호 자전거 100리길’을 개통한 후 명품 코스로 입소문이 나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총 42.2㎞ 길이로 3~4시간이면 충분히 돌 수 있고, 청정한 아름다운 풍경에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라이더들로 자전거 물결을 이룬다. 자연이 잘 보존된 원시림을 달리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부교가 설치된 강 위를 달릴 수 있는 환상의 자전거 드라이브 코스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자전거로 물 위를 달린다?

물 위를 달리는 자전거, 상상만으로도 신나지 않은가.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든 곳이 바로 강원 화천 ‘파로호 자전거 100리길’이다. 파로호는 1944년 10월 화천댐 건설로 이루어진 인공호수로,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봄, 이 호수에서 국군이 중공군의 대공세를 무찌른 것을 기념하여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라는 친필휘호를 내린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화천군이 역사 속으로 잊혀져가던 파로호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3년 전부터 북한강 최상류 강변을 따라 물 위에 부교를 설치하고 용화산 원시림 속 산책로를 통과하는 자전거 명품코스를 개통한 것. 화천생활체육공원에서 출발해 위라리칠층석탑~화천댐~산천어 월드파크~딴산~화천교~붕어섬~원천초교~아쿠아틱리조트~연꽃단지를 거쳐 화천생활체육공원으로 돌아오는 순환코스다. 총 거리는 42.2㎞로 그리 길지 않지만 숲속을 달리고 부교를 건너야 하며,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다보면 3시간이 너무도 짧다. 또 그래야만 자전거 명품코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 길은 원시림을 관통해 가는 흙길과 강물 위로 지나가는 강상(江上)길로 나뉜다. 원시림을 관통해 가는 숲속길(1㎞)과 북한강 위로 지나가는 수상길(1㎞), 물안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길(2㎞), 연꽃길, 야생화길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라이딩은 화천교에서 가까운 생활체육공원이 중심이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 얼마 가지 않아 오른쪽으로 고려시대 위라리칠층석탑을 만나고, 조금 더 가면 화천수력발전소를 지나 인상적인 ‘꺼먹다리’가 나타난다. 화천댐이 건설되면서 1945년에 세워졌는데 다리 부식을 막기 위해 상판 나무에 콜타르 처리를 해 다리가 까맣다고 해서 꺼먹다리라고 불리고 있다.
이 다리는 6·25전쟁 당시 격전지로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상징물이다. 교각에는 전쟁 당시 포탄과 총알에 의한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전쟁 영화와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닮은 산소길

꺼먹다리에서 화천댐까지 계속 달려도 좋지만 꺼먹다리를 건너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용화산의 원시림을 지나는 자전거 흙길이 나타난다. 흙길로 조성된 이 길은 ‘산소길’로 불린다. 폭은 좁지만 울창한 숲속을 달리는 기분이 그만이다. 산소길은 어감이 주는 그 느낌처럼 싱그러운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산소처럼 상쾌한 길이다. 그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었던 원시림을 중장비나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주민들이 직접 호미로 작업해 길 전체가 흙으로 덮여 있다. 길 한가운데 뽑지 않은 나무가 길을 가로막아 허리를 숙여서 지나야 할 정도다. 어떤 이들은 이 길을 두고 스페인의 순례길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옮겨놓은 듯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상적이다. 봄과 여름에는 길옆으로 산나물이 가득하고 가을이면 산 다래와 머루 등도 곳곳에 널려 있다. 가끔 오소리와 너구리, 쪽제비 등 북한강 유역에 사는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길에서는 애써 타고가려 하지 말고 자전거를 천천히 끌고 가면서 자연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 물의 나라에서 즐기는 산소길 드라이브

물결을 따라 찰랑 찰랑거리는 퉁퉁다리

원시림 흙길을 빠져나오면 1㎞에 이르는 강상도로가 기다린다. 폭 2.5m짜리 플라스틱 상자로 만든 부교로 만든 다리로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명품길로 이른바 ‘퉁퉁다리’라 불리기도 한다.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만들어 놓은 다리가 아니라 폰툰(pontoon)을 이용한 목재다리다 보니 페달을 밟을 때마다 찰랑 찰랑거리는 물결이 다리에 그대로 전해진다. 물 위에 떠 있으니 강물의 높낮이에 따라 퉁퉁다리는 그 높낮이를 같이한다.
산을 끼고 강변을 따라 부교 위를 천천히 달리는 기분이 색달라 라이더들의 입가에는 절로 웃음이 만발한다. 맑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라이더들 사이에서 “자전거로 이 100리길을 하루에 달리면 100세까지 장수한다”는 말이 생긴 이유도 다 거기에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쏠쏠한 정보 하나. 화천까지 자전거를 갖고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국민체육공단에서 화천군에 기증한 대여 자전거를 이용해도 좋다. 60여 대의 고급 자전거를 붕어섬 입구에 비치해 신분증과 5000원을 내면 자전거를 대여해주고, 라이딩을 마치고 반납할 때 화천에서 현금처럼 사용되는 5000원권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덤으로 생수와 장갑 헬멧을 무료로 빌려 주기 때문에 화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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