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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체육, 이제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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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체육, 이제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 김종면 주필
  • 승인 2021.10.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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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김종면 주필] 대체육(代替肉)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진짜 고기를 대신하는 차원을 넘어 ‘대세육(大勢肉)’의 자리에라도 올라설 모양새다. 대체육은 더이상 소박한 채식주의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세계의 유수한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거대한 산업의 영토가 됐다.

대체육은 식물성 재료 등을 사용해 고기와 비슷한 맛과 향, 식감을 내도록 만든 식품이다. 그것은 크게 둘로 나뉜다. 콩이나 버섯 등 식물성분 단백질로 만드는 식물성 고기와 소·돼지·닭 등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는 배양육이다. 최근에는 고기 맛을 내는 미생물을 발효시켜 달걀 흰자 등을 첨가해 만드는 방식도 개발됐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은 주로 식물 성분의 대체육이다.  

대체육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생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식품업계의 대체육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미국이나 유럽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환경·식량 문제가 대두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5조 2500억원에서 2023년 6조 7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크다.  

요즘 소비자들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족'이 늘어나고 있다. 엄격한 채식주의를 신봉하는 비거니스트(Veganist)부터 가끔 고기나 생선도 먹으며 유연하게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에 이르기까지 채식문화는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그만큼 대체육 수요도 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채식인 수는 2008년 15만명에 불과했던 것이 2019년에는 150만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한국채식연합의 조사 결과도 있다. 식품업계가 채식 트렌드, 나아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비거노믹스(Veganomics)’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서 대체육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식품업계가 대체육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여기는 근거다. 한국무협협회(KITA)는 보고서를 통해 대체육이 2030년에는 전 세계 육류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의 건강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자연의 건강, 즉 환경 문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재앙'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됐다. 대체육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이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의 자동차 등 모든 운송수단이 내뿜는 탄소보다 많은 양이다.

FAO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세계 인구는 2배 이상 늘어난데 비해 육류 생산량은 4배 이상 늘었다. 육류 생산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축산농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늘어 환경오염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육류 소비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50년까지 육류 생산은 4억55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공장식 축산'으로 온실가스는 넘쳐나고 삼림은 파괴되고 담수는 고갈되는 전면적인 환경위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 방식의 육류 생산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대체육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체육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하며 주목받게 된 데는 미국의 '비욘드 미트'나 '임파서블 푸드' 같은 거대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공이 크다. 이들은 식물로 만든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진짜 고기와 경쟁하며 브랜드 자산을 키워가고 있다. 

2009년 설립돼 기업가치 10억달러(한화 1조원)를 달성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비욘드 미트는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체육 업계의 선두주자다. 비욘드 미트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에단 브라운은 육류에서 식물 기반 대체육(Plant-based Meat)으로 식생활을 바꾸면 인간의 건강, 환경, 천연자원 보존, 동물복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고기에 대한 재해석을 통한 식생활 패턴의 전환이다.

비욘드 미트는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아닌 재료로 식물성 대체육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임팩트 비즈니스’의 한 사례라 할 만하다.  
 
우리도 대체육 시장을 견인할 푸드테크 전문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대체육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화·SK·CJ제일제당·신세계푸드·대상·롯데푸드·농심·풀무원·동원 F&B 등 큰 기업들이 미래 식품업계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투자와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흐름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대체육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 대체육이 문자 그대로 기존의 육류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대체육의 재료가 되는 식물성 단백질과 고기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에 대한 안전성 평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최근 비욘드 미트와 함께 식물성 대체육 업계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임파서블 푸드가 개발한 햄버거가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임파서블 버거는 패티를 만드는데 사용된 ‘콩 레그헤모글로빈’이라는 첨가물의 안전성이 문제가 됐다. 콩과식물의 뿌리혹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레그헤모글로빈에는 유기철분인 ‘헴(Heme)’ 분자가 들어 있다. 헴은 임파서블 푸드 대체육 기술의 트레이드마크로 고기 맛을 내는 핵심 비결로 통한다. 그런데 논란이 된 임파서블 버거에 쓰인 헴은 콩의 뿌리가 아닌 유전공학 기술로 변형한 맥주 효모에서 추출한 것이다. GMO인 셈이다. 

식물성 대체육의 재료가 되는 콩의 GMO 여부는 숙명처럼 따라붙는 문제다. 콩단백질 원료가 GMO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종종 논란이 된다. 대체육은 과연 안전한가, 대체육 제조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대체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건강한 식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가공식품(Processed Food)을 먹는 것을 줄이는 게 건강의 시작인데, 대체육은 기본적으로 자연식품(Whole Food)을 본떠 만든 일종의 정교한 가공식품이라는 것이다. 

‘대체육의 저주’가 언제 어떻게 현실로 드러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육이 식량·환경 위기를 해소할 유력한 방안 가운데 하나임은 틀림없다. 대체육 산업 육성은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될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후반에 이미 ‘콩고기’가 등장해 식량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반세기의 대체육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미국 등 푸드테크 선진국에서는 대체육을 넘어 ‘대체 해산물’에까지 눈을 돌리는 등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후발주자다. 식품과 기술을 결합한 첨단 푸드테크를 개발하는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대체육 산업 육성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먹거리 종합대책으로 발표한 ‘국가식량계획’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우리만의 특화된 ‘K-대체육’을 개발한다면 음식한류의 또 다른 길을 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김종면 주필
김종면 주필

 

 

 

 

 

 

 

 

 

 

#대체육 #대체해산물 #GMO #비욘드미트 #푸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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