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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사랑에 빠진 소꿉농부 김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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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사랑에 빠진 소꿉농부 김사경
  • 이연숙 기자
  • 승인 2020.04.01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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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꼽농부 김사경의 풀 사랑
소꼽농부 김사경의 풀 사랑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연숙기자] 10평 남짓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작물보다 풀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농부가 있다. 본인을 소꿉농부라 소개하는 김사경 농부가 그 주인공이다. 풀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풀을 공부하고, 강연을 하며 풀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소꿉놀이하듯 시작한 농사

노원구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는 김사경 농부는 본인을 소소하게 농사를 짓는 소꿉농부라고 소개한다. 마치 소꿉놀이하듯 부담 갖지 않고 소박하게 농사를 짓고 있어서다. 원래 일본어를 전공하고 20년 가까이 대학과 기업에서 강사로 활동했던 그녀는 7년 전 우연히 친구를 따라 서울시가 운영하는 도시농업 강의를 듣게 되었다. 평소 본인이 하고 있는 일 이외에는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농업 강의는 달랐다. 들을수록 재미를 느껴 과정을 끝까지 수료했고, 본격적으로 텃밭 농사도 시작하며 농업에 빠져들었다.

사람들과 함께 농업과 관련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현재 각종 도시농업단체 활동과 도시농업 강의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활동 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바로 ‘풀 강의’다.

풀과 사랑에 빠지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풀과 사랑에 빠졌다. 많은 작물을 두고 어떻게 풀에 빠지게 된 건지 이유를 묻자 “외로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당시 주변에 가족과 친구,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다 텃밭의 잡초들을 보니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자라고 있는 것이 너무 외로워 보였고, 꼭 나를 보는 것만 같아 감정이입이 됐다고 한다.

그때부터 잡초를 뽑지 않고 작물과 같이 가꾸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텃밭 관리가 엉망이라며 나무라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나만의 정원을 가꿔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풀에 대한 애정은 점점 더 커져 작물보다 풀을 더 신경 쓰기도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풀을 공부했고, 나아가 사람들에게 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강의도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고, 그리고, 맛보다

그녀가 진행하는 풀 수업은 조금 독특하다. 짜여진 커리큘럼에 얽매이거나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저 풀을 바라보고, 그리고, 맛보며 수강생들과 함께 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녀만의 수업 방식이다.

수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풀 드로잉 수업이다. 그녀가 드로잉 수업을 하는 이유는 풀을 예쁘게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서는 더 오래, 자세히 그 대상을 관찰해야 하는데, 드로잉을 하면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풀을 매력을 찾을 수 있다. 그 소소한 기쁨을 수강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처음 시작하게 된 수업은 이제 그녀의 수업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본격적으로 풀 요리 수업을 할 때도 그녀는 수강생들에게 특별한 레시피를 제시하지 않는다. 풀마다 어떤 맛을 가지고 있고, 어떤 재료와 잘 어울리는지를 설명한 후 직접 준비한 기본양념들과 풀을 수강생들에게 건넨다. 그리곤 개인이 원하는 만큼 재료를 넣어 마음대로 요리를 하도록 둔다. 풀은 계절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또 사람도 컨디션에 따라 입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날 주어진 재료로 본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겨울 풀 요리 추천

겨울에는 풀이 잘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면 겨울의 추위를 뚫고 자라난 풀을 꽤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겨울철 추천하고 싶은 풀 요리는 겨울냉이로 만든 만두다. 냉이 하면 봄냉이를 많이 생각하지만, 사실 가을,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자라난 귀한 냉이는 훨씬 향긋하고 맛있다. 냉이를 잘게 잘라 만두소를 만들고 정성스럽게 빚어 쪄내면 맛이 기가 막힌다.
 

냉이를 잘게 잘라 만두소를 만들고 정성스럽게 빚어 쪄내면 맛이 기가 막힌다. 사진=김사경 제공
냉이를 잘게 잘라 만두소를 만들고 정성스럽게 빚어 쪄내면 맛이 기가 막힌다. 사진=김사경 제공

 

특별히 만두를 추천하는 이유는, 만두가 혼자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두 자체도 여러 가지 재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지고, 또 만두를 빚는 과정에서도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와 시간이 들어가다 보니 두 배는 더 맛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풀과 썸 타다

그녀는 풀의 매력에 푹 빠진 수강생들과 풀과 썸탄다는 의미의 ‘풀썸’이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썸’이라는 것은 좋아하지만 언제든 싫어지면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관계인데, 개인의 고유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모임이 됐으면 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모임의 사람들은 풀 산책을 나가서 새로운 풀을 만나보기도 하고, 풀과 관련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풀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할 수만 있다면 ‘풀 뜯어 먹는 나물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항상 수업이 1개월에서 1년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아쉬움을 느꼈는데,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4년 과정의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1학년 때는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으며 기초지식과 경험을 쌓고, 2학년 때부터는 동기들과 교류하며 자발적 탐구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 이후부터는 커뮤니티를 형성해 위의 학년이 밑의 학년을 가르치며 강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진행 조혜미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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