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경제 박연화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장이 전 사회, 전 분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지역사회와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던 초기를 지나, 공직사회와 정치권, 스포츠와 문화계, 증권시장까지 전방위적 타격을 당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와 유렵 각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제 시장은 전세계가 촘촘한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만큼 세계 주요 국가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세계-내수 경제 모두 위기…"경제성장률 '0%' 최악의 상황 올 수도"
13일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폭락했다. 개장 직후 코스닥 시장은 8% 넘게 추락하면서 현물 선물 모든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크'가 2016년 이후 처음 발동됐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이틀 연속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전 지구적 감염)' 선언 이후 전세계 각국,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발 입국금지' 발표 이후 미국의 증시가 폭락한 파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주요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도 알 수 없이 치솟고 있어 세계 경제가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암울한 전망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올해 세계 경제가 약 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초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6%로 낮췄다가, 이달 12일 다시 1.0%까지 하향조정했다.
국내에선 코로나19 사태 초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산업계다. 특히 여론에 민감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통·서비스·관광·여행·레저·호텔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코로나19 극복 종합대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본격화된 2월째주 방한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48.1%로 줄었다. 특히 방한 중국인은 80.4% 급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이 주고객층인 면세점 매출은 40.4% 줄고, 항공기 탑승객은 무려 84.4% 급감했다. 또 백화점 매출은 20.6%, 숙박은 24.5%, 음식점 14.2%, 놀이공원 입장객은 71.3% 감소하는 등 산업계 전반이 휘청거렸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지금 사실 한국의 상황만 보면 안된다. 이미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올해 들어 흔들리고 있었다"며 "소위 '간당간당' 하는 상태서 지금 (코로나 19로) 한방 더 맞은 셈이니까 전세계 경쟁률이 0%까지 내려가는 것도, 지나치게 들리겠지만 불가능산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수경제에 대해서도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공급과 수요의 충격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라며 "공장이 가동 안돼 공급망이 멈추고 사람들이 여행이나 외식을 하지 않으니 수요 충격이 온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아는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올림픽 어쩌나"…정치·스포츠계도 줄줄이 여파
4·15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비상이 걸렸다. 대민 접촉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공식인 선거운동 자체에 제약이 있는데다, 선거캠프에서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여파가 적지 않아서다. 최악의 경우에는 집단 감염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난 콜센터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구로을 예비후보는 13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지금 구로 주민들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매우 힘들어하고 계신다"며 "그래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운동보다는 공공시설 방역활동 등을 하고 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공직사회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선 나흘 동안 해양수산부에만 확진자만 21명까지 늘었다. 13일 오전까지 이들을 포함해 국가보훈처 2명, 보건복지부·교육부 각 1명 등 총 25명의 세종청사 공직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지난 12일 부서별로 일정 비율을 정해 원격근무(재택근무 또는 스마트워크)를 의무화하고, 업무가 특정 공무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순환·교대 근무를 하며 국·과장 등 관리자는 정상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강화된 예방책을 내놓았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스포츠계와 문화계가 코로나19 사태의 한가운데 놓였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선 유타 재즈 소속 루디 고베어, 도노반 미첼 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시즌 일정이 전격 중단됐다. 유럽에선 크리스타아누 호날두가 소속된 유벤투스의 다니엘레 루가니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이탈리아 세리에A 일정 중단되는 등 각국의 프로축구 시즌 일정에 줄줄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도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달 29일부터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남녀 리그가 잇따라 중단됐다. 3월28일 개막이 예정됐던 프로야구(KBO리그)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해 14일부터 진행되기로 했던 시범경기가 취소되고 정규시즌도 기약없이 연기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의학자인 윌리엄 샤프너 밴더빌트 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일본 정부가) 크루즈 선박 사태를 어떻게 다뤘나.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또 과연 올림픽이 올해 개최가 될 것인가 굉장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가 결정을 내릴 자리에 있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사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