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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93세 시어머니 ‘봄처녀’, 69세 며느리 ‘옥구슬’…이순복·황귀옥 姑婦시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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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93세 시어머니 ‘봄처녀’, 69세 며느리 ‘옥구슬’…이순복·황귀옥 姑婦시인 이야기
  • 이주석 기자
  • 승인 2020.02.17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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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주석 기자] 전남 곡성에는 93세 '봄처녀' 이순복 할머니와 '옥구슬' 황귀옥(69) 며느리가 산다. 4년 전, 늦은 나이에 시 쓰기를 시작한 그녀들의 필명이다.

이번주(17일~21일) KBS 1TV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5부작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7살에 시집와 22살에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을 키워낸 이순복 할머니. 이제는 4대 가족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물을 팔러 시장에 온 순복 할머니. 그러나 장사는 뜻대로 되지 않고…. 급기야 할머니는 자리를 뜬다.

오늘(17일) <인간극장 - 봄처녀와 옥구슬> 1부에서 소개되는 줄거리다. 이제 전남 곡성 고부(姑婦) 시인 이순복 할머니와 며느리 황귀옥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1928년생 이순복, 그녀의 이야기

저녁 먹고 사랑방에 간 줄 알았지 / 그 저녁이 마지막일 줄 몰랐지 / 이제나 저제나 올까 / 길게 목 빼고 기다리기만 했지 / 이레가 지나 / 식어 버린 몸에 붉은 꽃 피우고 / 돌아올 줄 몰랐지 < 상사화 – 이순복(봄처녀) 中 >

올해로 93세 이순복 할머니는 열일곱에 곡성으로 시집왔다. 첫째 아이는 낳은 지 얼마 못 가 세상을 떠나고 그다음 낳은 아들이 현재 정동신 씨(74)다. 하지만 아들이 돌도 안 되었을 때 마을 사랑방에 간 남편이 빨치산으로 오인받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때 순복 할머니의 나이, 고작 스물두 살이었다.

아들 동신 씨가 고등학생 때 곁방살이가 붙인 불에 집안이 홀라당 타버리고 시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아들과 단둘이 남겨진 순복 할머니. 재산도 다 타버리는 바람에 슬픈 틈도 없었다. 의지할 데 없이 이를 악물고 아들만 보고 버텼다.

하지만 할머니의 인생에도 볕이 드는 순간은 있었다. 어느덧 훌쩍 자란 아들이 며느리를 데리고 왔다. 바로 황귀옥(69) 씨다. 집에 들어온 갓 스무 살 어린 며느리가 꼭 딸 같고 반가웠다. 마을에서는 유명했던 순복 할머니의 며느리 사랑. 그런 아들 부부가 4남매를 낳았을 때는 지난 세월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봄처녀'와 '옥구슬' … 그녀들의 인생, 詩가 되다

93세 ‘봄처녀’ 이순복 할머니와 69세 ‘옥구슬’ 며느리 귀옥 씨. ‘봄처녀’와 ‘옥구슬’은 4년 전, 늦은 나이에 연필을 잡아 시를 시작한 그녀들의 필명이다. 둘째 손녀 은희(46) 씨는 항상 할머니의 아픈 기억과 상처를 풀어드리고 싶었다. 10년 전 귀촌한 이후, 계속 할머니께 글을 써보라고 권한 은희 씨. 그렇게 여든이 넘은 나이에 순복 할머니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아픈 과거 속에서 서로 위로가 되어 버텼던 순복 할머니와 며느리 귀옥 씨. 지금도 떠오르기만 하면 가슴께가 아릿한 기억들인데 가슴 깊은 곳에 맺힌 응어리들을 시로 풀어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봄처녀’와 ‘옥구슬’ 두 여자의 삶이 詩가 되는 순간이었다.

첫 번째 명절 새벽 / 부시시 늦잠 자니 / 며느리 잠 깰까 봐 / 명절상 살금살금 / 화들짝 얼굴 붉히며 / 부끄러워 웃었지 // 친정 집 아버지 생일 / 남편과 집 비운 날 / 사진 속 며느리와 / 혼잣말 속삭였다지 / 어머니 외로운 가슴 / 가여워 쓰담쓰담 < 울어머니 – 황귀옥(옥구슬) 中 >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옥구슬’ 며느리 귀옥 씨

오십 년 전 오라버니라 불렀던 사내와 / 오붓이 고추 모종한다 / 지금은 남편이라 부르는 사내 / 듬직한 팔뚝으로 고랑 따라 / 꽝꽝 말뚝을 세우고 / 꼬인 줄 풀어내며 앞서 간다 < 오라버니 – 황귀옥(옥구슬) 中 >

스무 살에 곡성으로 시집온 며느리 황귀옥(69) 씨. 남편 동신 씨와 3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펜팔로 마음을 확인하고 세 번 만난 후 결혼을 결심했다. 양잠부터 축산, 농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던 부부. 크게 지었던 관광농원은 처음에는 성공적으로 시작했지만 끝에는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귀옥 씨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그 옆에는 항상 시어머니가 있었다.

어느덧 50여 년을 함께한 고부, 서로 애틋해 처음 보는 이들은 엄마와 딸로 오해할 정도다. 옆에서 힘이 되어준 순복 할머니와 가족들 덕에 버틸 수 있었던 귀옥 씨. 아픈 시기를 함께 견디고 극복한 고부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떠났던 순복 할머니의 손주들이 곡성으로 돌아오고 증손주들까지 불어나 4대가 한 지붕 아래 살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복작복작하고 웃음이 가득한 집안. 힘들고 모진 세월을 뒤로하고, 누구보다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고부다.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4대 가족, 가슴 뭉클한 시 발표회

고등학교 이후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던 순복 할머니의 손주들이 곡성으로 돌아왔다. 10년 전 둘째 손녀 은희(46) 씨를 필두로 막내 택섭(40) 씨와 셋째 손녀 은숙(43) 씨까지 4남매 중 셋이 돌아왔다. 은희 씨는 초등학생 두 아들까지 데리고 와 지금의 4대 가족이 완성되었다. 조용하던 집안이 활기를 띠고 아이들의 뜀박질 소리가 들린다.

복작복작하고 웃음이 가득한 집안, 곡성 대가족의 설은 특별하다. 설이 되면 만두를 빚는데, 식구가 많은 덕에 빚다 보면 500개는 거뜬히 넘는다. 증손자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반죽 기계를 돌린다. 고부는 쌀 한 말을 빻아 뽑아낸 가래떡을 투닥거리며 썬다. 그 속에서 이런저런 수다 꽃을 피우는 가족들. 함께 해온 세월만큼 할 이야기도 산더미다.

봄을 기다리던 어느 날, 4대 가족의 시 발표회가 열렸다. 설을 맞아 ‘가족’이라는 주제로 시를 써온 가족들. 귀옥씨는 50여 년 전 시집 오던 날 처음 만났던 시어머니를 떠올리고…. 아들 동신 씨도 어머니에게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시에 담았다. 그들의 속마음을 들은 순복 할머니의 눈시울도 붉어진다. ‘봄처녀’와 ‘옥구슬’, 그녀들의 삶과 詩가 익어가고~어김없이 올해도 저 산 너머 봄이 온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 사진 =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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