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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단톡방’… 차관급부터 막내 주임 수십명까지 실시간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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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단톡방’… 차관급부터 막내 주임 수십명까지 실시간 대응
  • 한유진 기자
  • 승인 2020.02.13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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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부 지침 문서화…위기상황서 절차·시간 대폭 단축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종합대책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자리에서 박 시장은 “그동안 방역에 중점을 뒀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제 민생 문제를 중점으로 자영업자 관련 종합대책 수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종합대책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자리에서 박 시장은 “그동안 방역에 중점을 뒀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제 민생 문제를 중점으로 자영업자 관련 종합대책 수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드경제 한유진 기자] "한 단톡방에 부시장님부터 부서 막내 주임까지 다 들어와있어요. 여기서 즉각 정보보고와 토론, 지시까지 끝납니다."

서울시 한 간부에게 코로나19(신종 코로나) 실무를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많은 공무원 조직이 '속도'와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지만, 서울시는 이같은 방식으로 나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간부가 보여준 스마트폰 화면에는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 메신저 앱에 80여명이 참여해있는 단체 채팅방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차관급인 행정1부시장부터 실·국·본부장에 막내 주임, 자치구 및 보건소 직원까지 속해있는 방도 있었다.

내용을 훑어보니 채팅방은 현장 정보보고를 위한 현장 및 문서 사진과 웹사이트 링크, 파일들로 빼곡했다. 또 중간중간에는 현장 상황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반영해 책임자가 지시를 내리는 대화들도 눈에 띄었다.

예컨대 최근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 이송 지침 때문에 보건소와 119구급대 간 애로사항이 있어 긴급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이 있었다. 곧 담당자들이 현재 지침을 공유하고 이에 관한 의견을 나누더니 몇 시간 뒤 수정된 지침 문서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 간부는 "과거에는 상황을 부서별로 공유하고 검토해 보고하고, 다시 책임자들이 모여 각 부서별 의견을 모으고 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이제는 현장 보고내용을 모두가 동시에 확인할 수 있고 책임자들이 바로 지시를 내릴 수 있어 업무효율이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는 현장의 즉각적인 정보공유와 빠른 지시 및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 많아 이같은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관계자들을 모아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다른 한 서울시 직원은 "2014년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한 단체 채팅방에 900여명이 들어온 적도 있다"며 "메르스 때도 처음 맞이하는 상황이라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방식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방식은 아예 내부 지침으로 문서화돼 있다. '서울시 감염병 현장조치 매뉴얼'에는 각 단계별 대응으로 '집단대응 카카오톡 개설', '카카오톡에서의 재난형장 정보공유 및 지원요청', '카카오톡에서의 부서별 집단대응 미비사항 즉시 이행토록 조치' 등 내용이 담겨있다.

물론 이런 방식도 업무상 리스크가 있다. 예를 들어 급하게 현장상황을 보고하면서 예민한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이나 글이 공유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바로 서로 대화해서 이를 지우도록 했다고 한다.

이런 방식이 정착된 것은 스마트폰의 메신저가 활성화된 측면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임한 뒤 '현장'과 '속도감'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분위기가 바뀐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박 시장이 보고를 받을 때도 잘 갖춘 보고문서가 아닌 메모 형식의 보고를 자주 주문하고, 그러다가 다소 부족한 내용이 있더라도 질책하지 않다보니 이런 방식이 일상화됐다고 한다.

또다른 서울시 직원은 "예전에는 단체채팅방에 부시장이나 실·국·본부장을 초대하면 예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가장 먼저 초대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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