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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는 교육' 포럼 개최...'벌새' 김보라 감독·'공감의 뿌리' 메리 고든 대표 연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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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는 교육' 포럼 개최...'벌새' 김보라 감독·'공감의 뿌리' 메리 고든 대표 연사로
  • 한유진 기자
  • 승인 2019.11.2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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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한유진 기자] "은희는 세상을 정면으로 뚫고 직면하려는 아이로 묘사했어요. 영지는 은희에게 질문하고,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선생님이에요. 내가 잘 모른다는 걸 알고 판단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영화 '벌새'를 연출한 김보라 감독은 교육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김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벌새의 장면들과 한국의 교육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김 감독은 28일 열린 '미래를 여는 시간' 교육혁신포럼에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아쇼카한국·미래를 여는 시간·푸른나무재단이 주최한 이날 포럼은 '사람을 살리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서울 여의도 한국교직원공제회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포럼에는 비영리 국제단체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ROE)를 설립한 메리 고든 대표가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김 감독과 고든 대표는 교육에서 '공감'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감독은 1990년대 한국 사회의 교육이 가졌던 폭력성을 언급하면서 "어린 시절이 좋았다고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나는 학창시절이 역겨웠다"고 입을 열면서 성적 만능주의가 가득했던 한국 사회의 교실들을 지적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인 '은희'가 학교에서 엎드려 잠을 잤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잠만 자서 파출부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장면을 청중들에게 보여줬다.

김 감독은 이것이 실제 경험이라고 말하면서 "아이가 파출부라는 직업을 폄훼하는 말을 한다는 데 분노를 느꼈고, 교실에서 재난에 가까운 불안함을 느꼈다"며 "이런 불안함이 우리 안에 낙인찍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과거에 우리가 얼마나 아팠는지를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 없음'이 결국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랑을 불어넣고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강연자로 무대에 오른 고든 대표는 "영화는 ROE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돼 있다"며 "친구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건 결국 '공감'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고든 대표는 ROE 활동을 통해 공감을 학습시키는 것이 학교폭력이나 왕따문제 등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크게 감소시킨다는 것을 연구 결과로 입증한 바 있다.

그는 "모든 아이들에게는 공감능력을 발달시킬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공감능력을 키우고, 의사소통의 65%를 차지하는 비언어적 요소를 읽어낼 수 있게 정서적 문해력을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들은 무시·경멸·폭력 등을 주고받는 경우 누구보다 빠르게 정서적인 악영향을 받는다는 실증 결과를 소개하면서 "아이들의 뇌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특히 치명적이고, 어른이 되고 난 이후의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혜영 아쇼카한국 대표는 "학교폭력·왕따·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나 자살 등 문제가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생각하며 고심 끝에 '사람을 살리는 교육'을 포럼 주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아쇼카한국에 2021년까지 3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교육을 혁신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깊은 고민 끝에 답을 '공감'이라는 키워드에서 찾으려고 한다"며 "공감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 실마리를 주는 강연이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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