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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조금례·장원익 母子, ‘어머니의 섬’이 된 고군산군도 선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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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조금례·장원익 母子, ‘어머니의 섬’이 된 고군산군도 선유도
  • 이주석 기자
  • 승인 2019.11.0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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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어머니의 섬’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주석 기자] 60여 개의 섬 무리, 고군산군도. 그 중에서도 선유도는 아름다워 신선이 노닐었다는데….

그림 같은 여명 아래 제철 꽃게잡이에 한창인 장원익 씨(43). 그가 바다로 나가면, 배가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가 있으니, 선유도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 조금례(70) 씨다.

어머니의 섬으로 5남매의 아빠인 원익 씨가 돌아온 건 8년 전. 처음에는 군산 집에서 선유도로 출퇴근하며 가업인 김 양식업을 하며 고기를 잡았다. 1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섬에서 어머니와 지내고 있는데, 어떤 사연인걸까?

오늘(1일)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 ‘어머니의 섬’ 마지막 5부가 방송된다.

# 바다의 아들, 장원익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여기 있다가 저기 보면 저기 있고 ... (중략)  아마 여기 선유도에 사시는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이 형 때문에 우리가 다 욕먹는 거야" - 선유도 고향 후배 김홍성 씨

"손님 오면 회 썰어야지, 바다에서 있다가 들어 와갖고 회 썰지, 또 회 썰고 또 나가. 그럼 또 와갖고 집 고친다고 또 뭐 혀 또 나가. 또 나가서 바다 일하다가 자꾸 왔다갔다 왔다갔다. (우린) 그렇게 못하거든요." - 선유도 고향 후배 임형택 씨

60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 아름다운 선유도 바다의 새벽을 열고  제철 만난 꽃게 그물을 올리는 이가 있으니... 그 사람은 바로 섬에서도 착실하기로 소문난 일꾼 장원익 씨다.

청년 시절, 서울 생활도 하고 조선소에서도 일하며 살아온 5남매의 아빠 원익 씨. 8년 전, 다니던 조선소를 그만두고 군산에서 고향 섬인 선유도로 출퇴근하는가 싶더니 1년 전부터는 아예 짐을 싸고 선유도로 들어왔다.

엄마 아빠 따라 낚시가고, 갯일 가면서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선유도. 아버지 어깨너머로 김포자 넣는 법이며 물때 보는 법을 배우고 어머니 따라 갯벌에 나가 낙지를 잡고 바지락 캐며 자란 탓일까? 돌아온 섬, 어느새 바다 일이 천직이 되었단다.

언제든 반겨주는 고향 섬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뭐든 후하게 내줬다. 가업이었던 김 양식을 둘째 형으로부터 물려받고, 작년 봄부터는 마을에서 하는 수산물 센터에 자리도 한 칸 잡았다. 물고기며 꽃게며 그날그날 장사할 것들을 잡아 오면, 바다의 사냥꾼 어머니는 조개와 낙지를 잡아 와 횟집 구색을 맞춰주신다.  마을 동생들은 그런 그를 두고 ‘바다의 홍길동’이라고 부른다.

KBS 인간극장 ‘어머니의 섬’

#선유도 인생 70년, 섬 아낙 조금례

“집안일 다 해주고, 심지어 세탁기까지 다 돌려줬어요. 우리 아저씨가. 빨래까지 다 널어주고, 내가 밥 못 먹고 누워있으면 밥 차려 갖고 와서 막 먹자고 하고. 그렁께 그런 거 다 해주니까 탓 할래야 탓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아저씨...” - 선유도 아낙 조금례 씨(70)

50여 년 전,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둘이 살던 스무 살 섬 처녀 금례 씨는 정읍에서 왔다는 9살 연상 총각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김 양식을 했던 남편은 양식철이 지나면 돈벌이를 거의 못 했지만 밥상도 손수 차려주고 살림도 척척 도와주던 남편이 있기에 금례 씨는 하루 종일 갯벌에서 일하고 돌아와도 힘든지 몰랐다.

쉬는 날이면, 목선을 타고 함께 낚시 다녀오는 것도 섬에서 누릴 수 있는 부부의 행복한 취미였다. 뭍에서 온 남편이나, 무남독녀 섬처녀 금례 씨나 외로운 처지는 꼭 같았던 부부. 4형제를 낳고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사이좋게 살아왔다. 그러던 1년 전, 지병 하나 앓은 적 없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밥을 먹지 않고 있으면 손수 밥상까지 차려주던 그가 없으니 끼니도 거르고 잠도 못 이루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무거운 짐이라도 들라치면 재빨리 달려와 받아주던 남편, 자식들 걱정에 이제는 마음을 좀 잡아보려는데 배추 밭에 농약치다가 울컥, 우물에서 물 긷다가도 울컥, 이 섬 어느 한 자리도 남편의 흔적이 배어있지 않은 곳이 없는데...

KBS 인간극장 ‘어머니의 섬’

# 섬집 엄마와 아들

매일이 눈물 바람인 어머니를 막내아들 원익 씨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결국 강아지 같은 예쁜 딸 넷과 아내와의 시간은 잠시 미루고 어머니 곁에 있기로 했다. 가장 가까이 있었어도 늘 티격태격했던 아버지를 황망하게 떠나보내면서 어머니를 지켜드리기로 약속했다. 그날로 어머니 금례 씨와 아들 원익 씨는 한 집에서 잠이 든다.

남편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자리... 이제는 아들을 기다리는 자리가 됐다. 해가 저물도록 오지 않는 아들의 배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는 어머니... 붉은 노을을 뚫고 아들 배가 나타나자  어머니의 얼굴이 환해진다.

"아버지하고 가깝게 있으면서도 아버지하고 제일 티격태격 하기도 많이 하고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한 2년 더 사셨으면 했는데 의외로 생각처럼 시간이 안 기다려주더라고요." - 바다의 아들 장원익 씨(43)

"집안일 다 해주고, 심지어 세탁기까지 다 돌려줬어요. 우리 아저씨가. 빨래까지 다 널어주고, 내가 밥 못 먹고 누워있으면 밥 차려 갖고 와서 막 먹자고 하고. 그렁께 그런 거 다 해주니까 탓 할래야 탓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아저씨..." - 선유도 아낙 조금례 씨(70)

엄마와 아들이 손을 합치니 태풍 대비도 척척. 아들과 함께 갯벌에 나가 낙지 잡고 조개 캐다 보면 슬픔도 어느새 가라앉는다. 태풍이 지나면 망원경을 들고 물때를 확인하는 일도 아버지의 일에서 아들의 일이 됐다.

KBS 인간극장 ‘어머니의 섬’

# 어머니의 섬으로 모여드는 가족

꽃게 철이 끝나면, 이제 원익 씨의 본업인 김 양식 철이 돌아온다. 러시아에서 온 지 3개월 된 초보 일꾼들 아침상을 어머니가 봐주고 나면, 원익 씨가 데리고 나가서 김 부자 띄우는 일을 가르친다.

그렇게 일은 많아지고 잠시라도 섬을 비울 틈이 나질 않는 원익 씨. 어머니에겐 효자가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주말 아빠’가 되었다.  군산 집에 자주 못 가는 날이 계속되면서 이제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어색하다고 말하는 딸들과 아내에겐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 아이들은 아빠가 보고 싶어 주말이면 엄마를 따라 선유도로 온다.

횟집 장사를 맡아 하는 아내는 매일 얼굴을 보지만 군산에서 학교에 다니는 딸들과는 ‘주말 가족’으로 지내다 보니 이날이 아빠 원익 씨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아내와 딸들과의 시간은 잠시 뒤로 미루고, 어머니와의 시간을 선택한 원익 씨.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고맙고 미안해서, 장사 밑천이라도 보태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낙지를 잡으러 간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한 모자는 오늘도 선유도 바다의 밭을 일군다.

KBS 인간극장 ‘어머니의 섬’

오늘 방송되는 5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8년 전, 군산에서 선유도로 출퇴근 하던 원익 씨는 아버지와 사별하신 어머니 곁을 지키기 위해 1년전 부터 선유도로 내려왔다. 본업인 김 양식 철을 맞아 장모님 까지 합세해 일을 끝냈더니, 이제는 배가 말썽이다.

다행히 조선소에서 일했던 원익 씨는 배에 물이 찬 상황을 금방 알아차려 수습한다. 문제들이 차차 해결되자 여느때와 같이 찾아온 선유도의 일상. 주말엔 딸들이 와서 가게 일을 돕고 저녁엔 후배 동생들과 갯벌에 나가 소라잡이를 한다.

막내아들 덕에 혼자하기 버거웠던 밭일도 금세 해버리는 금례 씨. 그렇게 아들과 엄마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선유도에 가면, 서로를 애틋하게 지켜주는 원익 씨 모자가 있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 사진 = KBS 인간극장 ‘어머니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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