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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정서와 치유의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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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정서와 치유의 곤충
  • 이영보 농업연구사
  • 승인 2019.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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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이다.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과 뺨을 스치는 포근한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하지만 ‘빌딩숲’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계절의 변화가 다소 무딘 도시 대신 농촌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이 계절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다.

예로부터 나비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불렸다. 나풀나풀 거리며 날아가는 모습인 ‘이(날비)’를 그 어원으로 보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나비(Butterfly)를 ‘프쉬케(Psyche)’라 불렸는데 이는 영혼(또는 불멸을 의미)으로 애벌레가 고치를 뚫고 나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에 기인하고 있다.

나비는 예로부터 행운이나 길상의 의미(아름다움, 행복, 사랑 등)와 동시에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나비 날개의 색에 따라 행운과 불운을 논하였는데, ‘초봄에 흰나비를 잡으면 상주가 된다’ 라는 속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우리 선조들은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길 전조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나비보고 운수 보기, 나비복 점치기’ 등으로 불리는 나비점 풍습은, 삼월 삼짓날 처음 보는 나비의 색으로 점을 쳐 그 해의 길흉화복을 짐작해 보는 것이다. 흰나비를 보면 그해 상복을 입거나 다른 불길한 일이 생기고 호랑나비 등 색이 있는 나비를 보면 그 해 운수가 좋다는 식이다.

나비점 풍습 이외에도 나비는 친근한 존재로 우리 문화 속에 존재하는데, 오천원권 지폐 뒷면엔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있다. 수박(자손이 만대에 이르도록 자손이 끊이지 말라는 뜻, 즉 장수와 복), 맨드라미(높은 벼슬에 오르기를 기원), 닭의장풀(끊임없는 생명력), 여치류(다산을 상징), 그리고 장수를 기원하는 나비가 그려져 있다.

우리 문화 속 나비는 여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꽃과 뗄 수 없는 존재이기에 여성의 몸을 치장하거나 장신구나 일상 용품으로 많이 이용되어져 왔다.

날개를 활짝 편 모양의 비녀인 나비잠(簪)과 나비 모양 매듭 등이 그것이며, 한 쌍의 나비가 함께 나는 것은 청춘 남녀 간의 사랑, 영화, 부부의 화합 등을 의미하여 남녀가 결혼을 할 때 신접살림으로 장만하는 가구나 침구류 등에도 나비 모양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롱이나 반닫이 등의 나비경첩이며, 촛대 등의 장식이고 신혼 베개·이불 등에도 나비 모양이 이용되었다.

요즈음 인구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청년 실업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마음의 상처와 슬픔을 지니고 사는 현대인들이 많다. 이러한 아픔을 어루만지며 새로운 희망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희망을 주는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치유 농업이다.

나비는 보는 자체만으로도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게 하여 치유의 대상인 반려동물로 취급받고 있다. 실제로 시흥시의 경우(2017), 혼자 사시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호랑나비·장수풍뎅이 등을 이용한 심리치료 효과 분석 결과, 자아존중감은 향상되고 우울증이 현저히 감소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나비를 비롯한 곤충은 이제 더 이상 버러지가 아니라 치유농업의 새로운 소재가 되었고, 반려곤충을 기르면서 초등학교 학생들의 생명 존중의식과 정서적 안정 효과가 향상되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또한, 나비 등 정서곤충을 이용한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반려곤충들이 사는 농촌 환경과 농업을 이해하는데 소중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우연히 마주칠 나비들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해학과 재치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이영보 농업연구사(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술지원팀) |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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