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상단여백
‘인간극장’ 전남 곡성 천덕산 오지마을…‘운명의 배필’ 차금옥·허상숙 부부
  • 이주석 기자
  • 승인 2019.07.12 06:00
  • 댓글 0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주석 기자] 전라남도 곡성군 봉조리 천덕산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오지마을. 이곳에 두 번 죽었다 깨어난 남자 차금옥(61), 그의 불행을 자기 일인 양 품어주고 사랑하는 여자 허상숙(57) 부부가 산다.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 5부작 ‘오, 상숙 너는 내 운명’의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자 서로에겐 운명의 배필이다. 15년 별거 끝에 5년 전부터 부부는 오지마을 곡성 오곡면 봉조리에서 양봉장과 감나무를 가꾸며 제2의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함께라서 행복한 부부의 신혼 같은 산골 생활, 인간극장에서 만나보자.

# 두 번 죽었다 살아난 남자, 차금옥

전라남도 곡성군 봉조리, 여섯 가구만 남은 오지마을이다. 구불구불한 천덕(天德)산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해발 400미터 고지에 차금옥, 허상숙 부부가 산다.

고구마 두 개와 산열매로 허기를 채우던 시절, 금옥 씬 열두 살에 가난을 탈출하여 무작정 기차에 올랐다. 기차에서 만난 구두닦이를 피해 무작정 내린 곳이 구미 시였다. 그는 1년간 이발사 보조로 일하다가 택시에 치이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식불명, 식물인간 상태로 3년간 병원에 누워있었던 금옥 씨는 그의 나이 열여섯이 되던 해 기적처럼 깨어났다.

가족들은 소식 없는 그를 사망신고 처리했고, 그에겐 보통 사람에겐 없는 ‘사망, 부활’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새겨진 ‘제적등본’이 있다. 그러나, 불행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스물여섯에 결혼하여 구미에서 4남매를 낳고 택시, 버스기사로 열심히 살았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은 결혼생활 15년 만에 그를 다시 고향으로 불러들였다.

그때 나이 마흔하나, 금옥 씬 어떻게든 고향에서 재기해야만 했다. 염소를 키우는 축사를 만들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지만 귀향 1년 만에 축사에서 시너가 폭발하는 바람에 큰 화상을 입게 된다.

그나마 목숨을 잃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두 다리를 잘라내야 할 만큼 큰 화상이었지만 그는 다시 1년 만에 일어섰다. 아직도 그의 두 다리에는 빠지지 못한 열과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더 이상 자신과 같은 불행이 다른 이에게 닥치지 않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식물인간에서 깨어났을 때 ‘다시 걷게 되면, 반드시 봉사하며 살리라’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금옥씬, ‘인간 신호등’이라 불리며 지난 30여 년 동안 교통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 당신은 내 운명, 허상숙

경상북도 구미의 섬유공장에서 상숙 씨 나이 스물둘, 금옥 씨 나이 스물여섯에 만난 두 사람은 금옥 씨의 적극적인 청혼으로 부부가 됐다. 처음 신혼은 금옥 씨의 고향, 곡성 봉조리에서 시작했지만 큰 아이가 첫돌이 되던 해, 부부는 고향을 떠나 구미 시에서 15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2남 2녀를 낳고, 상숙 씨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상품검수’일을 하며 30여 년간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했지만 열심히 산다고 살아지는 게 인생이 아니었다. 결혼 후 알게 된 남편의 어린 시절 교통사고, 그 후유증으로 남편 금옥 씨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홀로 귀향하겠다는 남편을 말리지 못한 채 아내, 상숙 씨는 15년을 남편과 떨어져 살며 4남매를 키웠다. 물론 살림과 생계, 아이들 양육은 모두 아내 상숙 씨의 몫이었다. 그래도 각자 잘 살아내길 바랐는데, 남편의 불행한 사고 소식,
 
화상으로 1년간 병원에 누워있는 남편을 지켜보며 아내는 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지금도 상숙 씨는 아이들 키우랴,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남편 병간호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고 한스럽다.

홀로 15년간 산골 생활을 하며 20여 kg이나 몸무게가 준 남편, 산송장처럼 지내는 그를 상숙 씨는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하자 5년 전, 그녀는 도시생활을 접고 남편이 사는 곡성 봉조리로 들어왔다. 지금은 남편의 몸무게가 85kg, 오히려 살이 쪄서 걱정이다.

“당신이 날 두고 도망갈까 봐 늘 걱정이다”라는 남편의 너스레를 웃으며 받아주는 상숙 씨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의 과거가 안쓰럽고, 큰 화상을 입고도 살아준 남편이 고맙기 그지없다. 게다가 결혼 이후 아파 누워 지낼지언정 3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구미에서, 지금은 곡성에서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그가 오히려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남편과 그동안 베풀고 나누지 못한 결혼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상숙 씨의 얼굴엔 남편의 타고난 유머감각 덕분에 매일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우여곡절 많은 남편과 이렇게 잘 살아온 것을 보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상숙 씨. 어쩌면 이런 상숙 씨를 만난 금옥 씨가 정말 운명 같은 배필을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 다시 찾아온 신혼

만평의 농장 부지에,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양봉장, 10여 년 전부터 가꿔온 2000여 그루의 감나무, 펜션을 겸한 부부의 보금자리 주변으론 과일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갖가지 과실나무가 자란다.

이 모든 것들이 남편 금옥 씨가 아내를 모셔오기 위해 땀 흘려 가꾼 것들이다. 금옥 씨는 지난 두 해 동안 냉해로 감나무 수확이 여의치 않자 섬진강 물놀이 안전요원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여름철 3개월 동안 일한다. 이 또한 장애와 환갑이 가까운 나이라고 거절당했지만 초등학교 중퇴자인 금옥 씨가 각고의 노력 끝에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일반과정 자격증을 따내며 수차례 도전한 끝에 얻은 일자리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양봉장은 제법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벌치기가 되겠다고 양봉 대학까지 다닌 상숙 씨와 한봉으로 경험이 풍부한 금옥 씨가 머리를 맞대고 일군 결과다.

남편이 일하는 섬진강가에서 도시락으로 싸온 점심을 함께 먹으며 5일장이 서면 곡성 장으로 손잡고 마실을 나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 없는 가운데에서도 여유와 사랑을 나누는 부부의 일상은 그야말로 제2의 신혼이다.

오늘 ‘오, 상숙 너는 내 운명’ 5부작 마지막회가 방송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과거 죽을 만큼 아파봤던 금옥 씨에게, 병원은 언제나 두려운 곳이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자 며칠 후, 저녁.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는 부부. 떨어져 있는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부부였기에 함께 있는 지금,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챙길 여유가 더 생겼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봉사하며 살고 싶은 금옥 씨와 그런 금옥 씨를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싶은 상숙 씨. 그래서 금옥 씨에게 아내 상숙 씨는, 언제나 운명의 짝꿍이다.

이번주 ‘인간극장-오, 상숙 너는 내 운명’ 편은 연출 조우영, 글 이시애, 촬영 임한섭, 취재작가 송효림이 맡았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 사진 = KBS ‘인간극장’

이주석 기자  organiclife02@naver.com

<저작권자 © 오가닉라이프신문-자연에 산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이주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