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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은빛머리 휘날리며 런웨이 무대 누비는, 65세 신인모델 김칠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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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은빛머리 휘날리며 런웨이 무대 누비는, 65세 신인모델 김칠두 씨
  • 이주석 기자
  • 승인 2019.04.14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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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주석 기자] 20대에 꾸었던 꿈을 육십을 훌쩍 넘겨, 남들은 은퇴 후 노후를 즐길 나이에 모델계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런웨이 무대에 혜성처럼 빛내는 이 사람.

이번주(4월 15~19일) 방송되는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칠두 씨의 봄날’ 편을 통해 소개되는 데뷔 1년 차 신인 모델 김칠두(65) 씨가 그 주인공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봄날이 있다. 김칠두 씨의 65년 인생에서도 수없이 스쳐 지나간 순간들이다.

20대의 봄날이 있었다. 젊음이 있어 무엇이든 꿈꿀 수 있던 시절, 모델이 되고 싶었던 칠두 씨. 그는 모델대회에서 입상하며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30대의 봄날도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허향숙(61) 씨를 만나 평생을 약속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4, 50대의 봄날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했다. 잘 나가는 순댓국집 사장이 된 칠두 씨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절을 보냈다.

매 순간 달콤한 성공을 맛본 것은 아니었다. 봄은 왔고, 또 봄은 지나갔다. 그러나 반짝이던 순간들이 일순 빛을 잃어도 칠두 씨는 결코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 실패에 매몰되지 않고, 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실패와 절망 끝에 맞이하게 된 60대. 남들이 은퇴 후 노후를 즐길 나이에 칠두 씨는 거침없이 모델계로 뛰어들었다. 남편도, 아빠도, 순댓국집 사장도 아닌 ‘모델’ 김칠두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 65세 '모델' 김칠두입니다.

모델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가 있다. 181cm의 훤칠한 키, 은빛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이 남자의 발길이 닿는 곳은 곧 런웨이가 된다. 언뜻 보기에는 이 분야에 평생 몸담아온 베테랑 같지만, 김칠두 씨는 데뷔 1년 차 신인 모델이다.

칠두 씨는 젊은 시절부터 모델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그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딸 린(34) 씨의 도움으로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다시금 꿈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 딸의 권유로 모델 아카데미에 등록한 칠두 씨. 그에게 모델은 천직이었나보다. 칠두 씨는 아카데미에 다닌 지 한 달 만에 수많은 모델 지망생들이 꿈꾸는 런웨이 무대에 당당하게 데뷔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요즘 칠두 씨는 쇄도하는 러브콜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딸과 함께 연극 무대에도 오르며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 인생사 새옹지마

사람들은 그의 인생을 탄탄대로라 말하지만, 칠두 씨가 걸어온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타고난 외모와 키, 남다른 패션 감각을 가졌던 20대의 칠두 씨는 모델이 되고 싶었다. 모델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경제적 현실이 그의 꿈을 가로막았다.

아내 허향숙(61) 씨를 만나 슬하에 두 자녀를 두며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도 꾸렸다. 행복했지만, 꿈을 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의 어깨는 늘 무거웠기 때문이다. 작은 슈퍼마켓을 시작으로 안 해본 장사가 없었다. 한푼 두푼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차린 순댓국집은 그야말로 대박집이 됐고, 남부럽지 않은 풍요로운 시절을 보냈다.

성공한 만큼 시련도 뒤따랐다. 확장해가던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고 결국 20년 넘게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하게 된 칠두 씨. 그는 황혼의 나이에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했다.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눈에 띄는 외모에 예순이 넘은 그를 선뜻 써주는 사람은 없었다. 가족 몰래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기도 했지만 곧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그런 칠두 씨를 다시 꿈꿀 수 있게 한 건 린 씨였다. ‘아빠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딸의 말에 칠두 씨는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지난날의 꿈을 떠올린다. 그렇게 발을 들인 모델계에서 칠두 씨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 다시, 칠두 씨의 봄

화려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그늘이 존재하는 법. 가정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은퇴 후 노후를 즐길 나이, 아내 향숙 씨는 반찬가게에서 일하며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칠두 씨는 그런 아내를 보면 늘 미안함이 앞선다. 하루라도 빨리 아내가 짊어진 짐의 무게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뿐. 딸 린 씨와 아들 웅(27) 씨가 넉넉한 환경에서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지 못해 칠두 씨는 안타깝기만 하다.

칠두 씨는 계속해서 더 큰 꿈을 꾼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다. 쉼 없이 일하는 아내에게 편안한 노후를 선물하고 싶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식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싶다. 더불어 자신의 도전이 많은 이에게 희망을 안겨주길 바란다. 그래서 칠두 씨의 봄날은 더없이 치열하고 뜨겁다. 넘어져도 괜찮다. 이 봄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봄이 찾아올 것을 알기에 칠두 씨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칠두 씨는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꿈을 좇으면, 언젠가는 그 꿈에 닿을 수 있다고. 그가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무수한 봄이 흐르고, 65세 칠두 씨의 봄날이 다시 돌아왔다.

15일 방송되는 ‘인간극장-칠두 씨의 봄날’ 1부에서는 27년간 순댓국집을 운영했던 김칠두 씨가 딸 린씨의 권유로 모델 일을 시작한 과정이 그려진다. 혜성처럼 등장한 은발의 신인 모델, 65세 칠두 씨. 모델 일을 해도 여전히 식당일을 하며 고생하는 아내를 보며 미안한 마음에 매일 아내를 마중 나가는데…. 아내가 보이질 않는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번주 ‘인간극장-칠두 씨의 봄날’ 편은 연출 김민정, 촬영 임한섭, 글 이시애, 취재작가 박은지가 맡았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 사진 = KBS 1TV ‘인간극장 - 칠두 씨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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