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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이경남 씨, 토종닭 키우며 사는 오가닉라이프유정란이 주는 건강한 행복
  • 이연숙 기자
  • 승인 2019.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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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농장 뒤뜰에 방사되어있던 백골계 한 마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경남 씨.  사진 양우영 기자

[오가닉라이프신문] ‘꼬꼬댁~!’ 도심 한복판에서 들리는 닭 울음소리. 마치 늦잠을 깨우려는 듯 힘차게 울려대는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일산에 자리한 아주 작은 농장이었다. “아내가 국악을 해서 그런가. 참 별나게도 우렁차죠잉?” 도시농부 이경남 씨가 인생 이모작을 위해 데려온 노란 병아리는 어느덧 부쩍 커 유정란이라는 건강을 선물하고 있다는데…. 자급자족, 이 씨의 행복 라이프.

글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이경남 씨의 직업은 기업인. 전국 피부과, 스킨 클리닉에 쓰이는 피부 관리 기계를 연구, 제조, 판매하는 회사에서 굵직한 자리를 맡고 있다. 그런 그가 불현듯 양계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해서지요.(웃음)”

이 씨는 베이비붐 세대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진지하게 퇴직 후 삶을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시에서 운영하는 도시농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이미 퇴직한 사람부터 약사, 학교 선생님 등 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만큼 관심 분야도 제각각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작은 텃밭을 기르는가 하면 아예 농사를 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었으며, 농사를 예술로 풀어내는 예술가, 농업을 6차산업으로 이끄는 공예작가, 체험 강사 등 농업의 비전을 내다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어릴 적 닭과 함께 자란 감수성
 

일산에 있는 이경남 씨 농장 뒤뜰, 자연에 방사되어 자유롭게 뛰어 놀고 있는 토종닭들. 유기농 쌀을 던져주니 뿔뿔이 흩어져 있던 닭들이 한데 모여 배고픔을 달랬다. 사진=이경남

그 중에서도 그가 본격적으로 닭 키우는 일에 뛰어든 것은 어릴 적 추억 때문이었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그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닭은 키우던 모습을 보고 자란 것. 닭이 스스로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생산하던 시대였다. 아버지가 집에서 키우던 닭이 알을 낳으면, 어머니가 그 달걀로 프라이를 만들어 학교 도시락으로 싸주던 감성이 아직도 그의 가슴에 남아있다.

“작고 귀여웠던 병아리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성계로까지 자라는 과정을 보면 스트레스 내지 잡념이 모두 사라져요. 닭이 풀 하나씩 쪼아 먹는 모습만 봐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씨앗을 심은 후 싹이 트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일 터.
“당연하죠. 닭은 살아있는 생명체인걸요.”

그렇게 그가 작은 양계장의 주인이 된 지 올해 4년째 되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시행착오도 매우 많았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어렵사리 분양받아온 병아리 100마리가 모두 죽은 적도 있었다고. 병아리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데, 닭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그가 이를 놓친 것이다. 이후 자동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주는 기계를 설치한 그는 다시 150마리의 병아리를 데려와 지금껏 문제없이 기르고 있다고 자랑했다. 도리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닭들이 생존해 곤혹스러웠을 정도였다고 한다.

“딱 세 마리만 죽고 다 건강하게 컸으니까요. 중간에 지인들이 오면 직접 분양도 해줬답니다.”
 

자연이 준 선순환 사이클이란
 

자연에 방사되어 자란 닭들이 낳은 건강한 유정란들. 시중 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무정란과 달리 생으로 먹어도 비린내 없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사진=이경남

일반 케이지에서 키운 닭과 토종닭의 맛은 육질부터 남달랐다. 어디 그뿐인가. 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달걀과 달리 그의 닭이 낳은 달걀은 100% 유정란으로, 생으로 먹어도 비린내 없이 고소한 맛이 가히 일품이었다. 달걀의 크기, 난항의 색상 차이도 컸다. 유정란은 일반 달걀과 달리 껍질이 단단하고, 난항의 색도 진한 것이 특징이다. 비결은 그가 닭을 키우는 방식에 있었다.

“지금은 친환경적인 방법을 쓰고 있어요. 자연에 방사해 마음껏 뛰어놀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해 큰 논란이 된 살충제도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닭이 스스로 모래 목욕도 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추구하는 것은 아예 유기농. 지금도 농장 텃밭에서 건강하게 키운 무나 배추 등 채소를 닭에게도 아낌없이 주고 있지만 직장 생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간간이 사료를 배식하고 있다는 이경남 씨.

“곧 은퇴하면 사료도 직접 유기농으로 만들어 먹이려고요.”
궁극적으로는 자급자족 수준으로 운영한 텃밭에서 기른 작물을 닭의 모이로, 닭의 계분을 텃밭의 퇴비로 사용, 농장이 선순환되는 사이클을 만들고 싶다는 이경남 씨.

“힐링이 저절로 되는 셈이지요. 도시 농업하면서 정서적으로 크나큰 안정감을 얻었어요. 조카 녀석들도 가끔씩 들러 닭에게 모이를 주곤 하는데요. 아이들 인성교육에도 참 좋은 것 같아요. 동물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도 깨우치고, 사랑이라는 큰 가치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저처럼 도시에서 작게나마 닭을 키워보는 것은 어떠세요?”

오랜 사회생활에도 그늘 없이 밝고 쾌활한 이 씨의 모습이 큰 인상을 남겼다.


이연숙 기자  organiclife02@naver.com

<저작권자 © 오가닉라이프신문-자연에 산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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