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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요 신경균·임계화 부부 '기원과 염원의 정월 대보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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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요 신경균·임계화 부부 '기원과 염원의 정월 대보름 밥상'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02.15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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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밥상④
장안요 신경균 임계화 부부.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2014년 파리 유네스코본부 초대작가인 도예가 신경균 씨. 그가 제작한 백자 달항아리는 여러 국빈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주어졌으며, 콜렉터로서 일본 문화재급 이도다완(조선 찻사발) 등 많은 예술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제철요리전문가인 부인 임계화 씨는 미식가인 남편 신경균 씨와 장안요를 찾는 많은 손님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내놓아 인기가 높다. 제철요리의 달인인 두 부부는 설날과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기원과 염원을 담은 음식들을 선보였다.

진행 백준상 | 사진 양우영 기자
 

매년 1월이 되면 누구나 새로운 희망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진정한 1월의 시작을 알리는 설날이면 더더욱 그런 마음을 발전시켜 기원(祈願)마저 하게 된다. 한 해 동안 건강하고 일이 술술 풀리며 무탈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이다.

이 같은 기원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것이 무엇보다 설날 밥상이다. 차례 상이 아니더라도 설날 아침에 먹는 밥상에는 특별한 염원이 깃들게 마련이다. 그런 것들이 요즘 점점 없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신경균·임계화 부부의 자연밥상은 기해년 설날과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특별한 밥상으로 차려졌다. 우리 조상들이 설날과 정월에 기원과 염원을 담아 먹는 밥상을 재현한 것이다. 흔한 떡국은 생략되는 등 장안요의 관례를 따르고 편의가 추가됐다.

메뉴는 화려하지 못했지만 어느 때보다 조리에 정성을 쏟았고 음식을 담는 그릇도 고이 쟁여두었던 귀한 것들을 꺼내 사용했다. 福(복), 壽(수), 祥(상) 등의 글자가 새겨져 복과 장수, 상서로움을 축원하는, 200년도 넘은 골동품 접시들이었다.
 

기원과 염원의 설날·정월 대보름 밥상.

“설날과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기원과 염원을 담은 자연밥상을 차려보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200년 전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상을 차렸을까 생각하며 옛 상차림을 가급적 재현해보려 하였습니다.”

제철요리전문가인 임계화 씨는 설날을 앞두고 다소 상기된 표정들 보였다. 준비할 것이 더 많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설날이 주는 중압감이란 것이 있는 듯했다.

임 씨는 설날 상차림으로 대구모젓, 톳액젓무침, 능이국을, 정월 대보름 상차림으로 보름나물, 오곡밥, 부럼을 동시에 준비했다. 일견 간단한 상차림이었지만 몇 달 전부터 준비가 필요한 메뉴도 있었다.

대구모젓은 지난 12월호 소개된 대구맑은탕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남은 대구의 부위를 이용했다. 대구의 알과 아가미를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사용한 것이다. 능이국은 가을에 갈무리해 두었던 능이버섯을 이용했다.

보름나물에 사용한 가지는 여름에 딴 가지를 말려두었던 것이고, 부럼 접시의 곶감은 2년 전 감을 깎아 손수 만든 것이다. 호두와 비자는 또 어떤가. 호두는 부산 장안요 마당에 있는 호두나무 두 그루에서 직접 따고 땅콩은 밭에서 캔 것이고 비자는 집 둘레에 심은 60그루의 비자나무에서 얻은 것이다. 오곡밥에 들어간 팥, 동부콩 등도 장안요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보이는 것은 간단하고 쉬워보여도 그 준비과정에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는가를 알 수 있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 선조들까지 모셔야 하는 달이기에 더욱 정성이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복 받으세요! 오래 사세요! 나라가 태평하길! 등 설날 우리 조상들이 밥상머리에서 가졌던 가족과 친지, 그리고 나라에 대한 기원과 염원의 마음은 순수한 것입니다. 또한 중요한 것이기도 해서 꼭 복원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신경균 도예가는 우리 조상들의 일상생활에서는 종교 앞이 아니었어도 염원이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밥 한 공기, 술 한 잔 등 사소한 음식에도 염원과 기원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너무 없어져 의미가 퇴색했고 안타깝다고 했다.

음식에는 정성 즉 마음이 담겨야 하는데 그것이 없으면 인스턴트 음식과 다를 게 뭐냐고 그는 반문했다. “기운이 담겨지지 않은 음식, 맛으로만 따져 음식을 먹으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음식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그는 말을 이었다.

“최고의 식재료와 음식도 최고의 그릇과 함께 해야 최고가 되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그릇을 만드는 장인들은 염원과 기원을 담아 그릇을 만들었습니다.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함)과 자손번성을 기원하는 마음을 그릇에 담았습니다.”

그는 플라스틱 그릇에 음식을 담아 맛있게 먹는다는 것에 대해 비호감을 드러냈다. 그것은 사육당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그는 비록 인스턴트의 시대이긴 하지만 선조들의 좋은 점은 되살려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대구모젓과 톳액젓무침.

대구모젓

재료 : 소금에 절인 대구 아가미와 알, 고춧가루, 다진 생강, 마늘, 풋마늘, 무, 참기름, 통깨

아가미 뼈는 제거하고 옆에 붙은 살도 함께 쫑쫑 썬다. 절인 알 막은 벗기고 무는 가로 세로 각각 1㎝로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인 후 물기를 꼭 짠다. 아가미와 알, 절인 무를 섞어 고춧가루 , 다진 생강, 마늘을 넣고 풋마늘을 총총 썰어 섞은 후 먹을 때 참기름 몇 방울, 통깨를 더한다.

대구모젓은 씹는 감촉이 특별하고 담백하면서 독특한 맛으로 식욕을 돋운다. 원래 대구 살을 찢어 넣으면 술안주로도 좋은데 이번에는 넣지 않았다.
 

톳액젓무침

재료 : 자연산 톳, 맑은 액젓, 다진 마늘, 청양 청·홍고추, 쪽파, 고춧가루, 통깨

생 톳이면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이물질을 제거한다. 청양고추는 총총 썬다. 양념장을 넣고 살살 무쳐내고 통깨를 뿌린다.

갈조류인 톳은 무기질과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톳에 함유되어 있는 철분은 시금치의 3~4배나 되어 빈혈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칼슘과 칼슘도 풍부해 혈압이 높은 사람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능이국

능이국

재료 : 말린 능이, 콩나물, 무, 고춧가루, 다진 마늘, 국간장

다시마 멸치 파뿌리로 만든 다시물 1/2와 맹물 1/2을 섞어 준비한다. 능이와 무를 넣고 끓이다 콩나물을 넣고 좀 더 끓인다. 칼칼한 맛이 나게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다진 마늘, 국간장으로 간한다.

자연산 버섯 중 첫째로 치는 능이버섯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감칠맛을 낸다. 혈액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단백질 분해 성분이 들어 있어 육류와 함께 먹기에 좋다.
 

정월 대보름 나물.

정월 대보름 나물

재료 : 돌미역, 시금치, 고사리, 말린 가지, 시래기, 콩나물, 무, 다진 마늘, 국간장, 참기름, 소금

돌미역은 두세 번 팍팍 씻어서 떫은맛을 제거하고 다진 마늘, 국간장,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시금치는 약간의 소금을 넣고 데쳐서 물기 꼭 짜고 다진 마늘, 국간장,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고사리는 국간장, 참기름으로 조물주물 무치다가 약간의 다시물 또는 물을 넣고 볶아준다. 말린 가지는 물에 담가놨다가 물기를 꼭 짜고 고사리와 같은 방법으로 무친다. 데쳐서 껍질을 벗긴 시래기도 같은 방법으로 무친다. 무는 곱게 채 썰어 다시물을 자작하게 넣고 국간장, 마늘과 참기름 약간을 넣고 익힌다. 콩나물은 끓는 물에 데친 다음 물기를 빼고 다진 마늘, 국간장, 참기름으로 무친다. 큰 접시에 7가지 나물을 조금씩 올려 완성한다.

 

부럼과 강정, 그리고 곶감.

 
부럼과 강정, 그리고 곶감

재료 : 호두, 땅콩, 통깨, 들깨, 해바라기씨, 호박씨, 아몬드, 비자, 옥수수조청, 올리브유

비자강정은 살짝 볶아서 적당하게 부신 비자를 넣고 넓은 팬에 옥수수조청, 올리브유 2~3 방울을 넣고 끓이다 부어서 밀대로 민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하나씩 둥글게 빚으려면 전기밥솥 보온에서 굳지 않게 열을 가하여 신속하게 굳힌다. 비자는 살충작용이 탁월하며 뭉친 어혈을 풀어주고 변비를 예방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듬견과류강정은 통깨 들깨 해바라기씨 호박씨 호두 아몬드 비자를 한 번 살짝 볶은 후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곶감은 11월 중순 고종감을 깎아서 45일 정도 통풍이 되며 햇볕이 드는 자리에서 말려 겉은 꼬들꼬들 속은 말랑말랑 해지면 하나씩 모양 잡고 지퍼백에 담아서 냉동고에 보관했다 사용한다.

설날·정월 대보름 밥상에는 또 김장김치와 염소고기장조림 등이 올라왔다. 장안요에서는 지난 11월 25일 예년보다는 수량이 크게 적은 200포기 정도의 김장을 담갔다고 했다. 양념에 청각을 잘게 잘라 많이 넣고 홍새우, 보리새우, 맑은 젓국을 넣은 김장김치는 막 익기 직전으로 시원하고 아삭한 맛으로 입맛을 돋웠다.

염소고기장조림은 장안요에서 정초에 희생양으로 마련한 염소고기로 만든 것이다. 쇠고기장조림보다 부드럽고 짜지 않아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원과 염원을 담은 그릇들
 

 
기원과 염원의 설날·정월 대보름 밥상에는 200~250년 전 조선시대의 그릇들이 사용됐다. 경기 광주 분원에서 장인들이 만든 그릇으로 모두 값비싼 골동품들이다.

특히 부럼과 강정을 담은 청화백자 접시는 일본에서 책자로 소개되었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福’(복)이란 글자가 가운데 적혀 있고 다산을 상징하는 박쥐와 밤송이, 불로초가 그려져 있어 자손을 많이 나아 3정승, 6판서가 될 것을 기원하고 있다.

또한 보름나물을 담은 백자 접시와 청화백자 술잔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壽’(수) 자가 쓰여 있다. 대구모젓을 담은 백자 접시에는 상서로움을 기원하는 ‘祥’(상) 자가 쓰여 있다. 음식을 다 먹고 좋은 뜻의 글자가 나타나면 흐뭇해졌을 선조들이 떠올려진다.

신경균 도예가는 굳이 음식을 골동품 그릇에 담아낸 이유를 “골동품도 실제로 쓰여야 살아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화재는 박제되어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등 실생활에서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 양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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