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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 자연을 이용하는 생태학적 건축술
  • 김문 논설위원
  • 승인 2019.01.0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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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라이프신문 김문 논설위원] 프랑스의 과학소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이자 첫작품인 ‘개미’는 1991년에 발표되어 ‘과학과 미래’ 독자상을 수상하며 3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이 책은 개미의 관점에서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개미’를 우리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빌어 인간에 관해 유익하고 흥미로운 작업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는 개미와 같은 작은 생명체가 갖는 지극히 ‘낮은’ 곳에서 인간을 관찰한다.

아마도 우리가 사는 자연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곤충은 개미가 아닐까 싶다. 대체로 많이 보이는 개미는 검은 개미일 것이다. 산이든 길이든 걷다 보면 보이는 개미는 거의 검은 색깔이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검은 것이 있다면 흰 것이 있다. 바로 흰개미이다. 지구상에는 약 2,000 종의 흰개미가 살고 있다. 주로 열대 지방에 산다. 그들은 이상하게도 죽은 나무를 먹고 산다. 이유가 기가 막히다. 다른 생물이 흉내낼 수 없는 목재의 섬유소를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내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과 같이 목조건물이 많은 나라에서는 흰개미를 악명이 높은 해충으로 여긴다. 그러나 오늘날 흰개미는 과학자들의 훌륭한 연구대상이 됐다. 그것은 흰개미의 불가사의한 ‘건축술’ 때문이다. ‘생물의 건축학’을 쓴 일본의 다카시 교수는 ‘흰개미는 확실히 뛰어난 건축가이며 인간의 초고층 건물도 무색할 만큼 천재적인 설계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 가우디는 흰개미의 건축술에는 인간발명의 원천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흰개미들은 어떤 집을 지을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흥미를 끄는 것은 흙으로 지은 높은 탑이다. 다시 말해 고층빌딩인 것이다. 높이가 무려 6m에 이르는 건물도 있다. 더욱 신비한 것은 높다란 고층건물을 단지 흙과 모래와 나무를 자재로 해서 침샘에서 분비되는 타액만으로 짓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너지거나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 콘크리트처럼 견고하다. 이렇게 지은 초고층 개미집에는 한 마리의 여왕을 중심으로 200만 마리가 함께 공동생활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산소는 하루 약 240리터, 공기량으로는 1,200리터나 된다. 

여기에서 잠깐 생각해보자. 만일 공기가 잘 순환하지 않으면 개미는 한두 시간 안에 다 죽고 만다. 그러므로 이들의 집은 신선한 공기가 항상 잘 순환되어야 하며 낮과 밤의 차이가 심한 바깥 공기의 온도변화에도 잘 적응돼야 한다. 그런데 적당한 습도, 통풍, 온도 조절이 적절히 잘 되도록 지어져 있다. 빌딩 아래 위에 적절히 구멍이 뚫려 있어 자연스럽게 환풍을 겸한 온도와 습도 조절이 잘 돼 있는 것과 같다. 현대 건축에 널리 설치되는 이른바 공기 조절 설비가 가장 원리적으로 적용된 훌륭한 장치이다. 오히려 현대의 건축의 설비는 흰개미의 공기 조절 기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흰개미는 그들의 장치를 가동시킬 때 자연의 힘과 자신들의 노력 이외에 어떤 특별한 에너지를 따로 쓰지 않고도 놀라운 효과를 올리는 데 반해, 인간의 고도 공학기술을 구사한 냉난방 장치는 대단히 값비싼 전기 에너지를 낭비해야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날 세계 각국은 에너지 문제해결에 몰두하고 있다. 그 가장 간단한 해답은 흰개미의 건축구조를 통해 흰개미 집과 같은 환풍과 온도 조절, 습도 조절을 하되 외부의 다른 에너지 공급이 필요 없이 오로지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일이다. 흰개미는 그 몸 자체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살아가기에는 아주 약한 곤충일 뿐 아니라 신체 고유의 방어력 같은 것도 없다. 몸에는 보통 개미와 같은 단단한 피부도 없고, 매우 얇은 표피는 외부 기온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마치 인큐베이터 속에 든 미숙아처럼 충분한 습기와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그런 환경이 아니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다. 

크기라고는 고작 6㎜에 불과한 놈들이 자기 키의 1천 배나 되는 고층건물을 지어 산다는 것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앞을 전혀 못 보는 흰개미는 밤마다 벽돌 하나하나 쌓아올리듯 물고 온 아주 작은 흙덩어리를 붙여 끊임없이 노동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흰개미와 집흰개미 2종이 서식한다. 흰개미는 죽어라 막힌 길을 뚫고 잘린 길을 이어 가며 기어이 전국에 퍼져 나가 온 사방에 자리 잡았다. 반면에 집흰개미는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 극히 드물게 산다. 가장 쉽게 채집할 수 있는 곳은 고목의 그루터기로, 조심스럽게 겉을 걷어 내고 파고 들어가면 하얀 개미가 우글거린다.

한때 목조 건물인 해인사 절의 기둥이나 서까래를 싹싹 파먹어 골치를 썩였던 놈들이다. 흰개미가 일단 건물에 침입하면 목재뿐만 아니라 종이, 옷가지, 카펫 따위의 섬유성인 것들은 마구 먹어 치운다. 곤충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는 경탄스러울 만큼 뛰어난 창조력과 결집력이 있다. 모방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일부 자료 ‘생체모방공학의 실례’ 참조)

사진 픽사베이

 

김문 논설위원  magazineplus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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