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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과 비만을 부르는 ‘향(香)의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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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과 비만을 부르는 ‘향(香)의 기만’
  • 김문 논설위원
  • 승인 2018.12.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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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이 좋은 이유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문 논설위원] 우리가 살아가면서 음식의 진짜 맛과 향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얼마나 잘 즐기고 있을까. ‘가공식품’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먹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그런 자체를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겨울철 주로 많이 먹는 과일이 귤이다. 하우스귤과 노지귤, 어느 것이 맛과 향이 좋을까. 두 말할 나위 없이 노지귤이다. 껍데기를 벗겨내 살짝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새큼한 수분이 많이 나오고 향이 짙은 것도 노지귤이다. 다시 말해 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기와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에는 장수 마을이 몇 곳 있다. 한경면 조수 1리의 경우 9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20여 명이나 된다. 중산간 마을로 감귤 과수원이 많다. 대부분 노지귤이다. 이곳의 노인들은 집 한 켠 텃밭에서 자라나는 채소와 감자, 고구마 등으로 밥상을 차린다. 제주에는 쌀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밥은 좁쌀밥, 보리밥, 귀리밥 등이다. 여기에 콩요리가 단골로 등장한다. 얼른 봐도 장수의 비결을 알 수 있다. 자연에서 길러진 신선하고 향이 좋은 먹을거리로 식사를 한다.

흔히 ‘음식중독’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끊임없이 원해 과식과 폭식을 자주하게 되는 증상이다. 배고픔을 채우기보다 음식을 먹으며 정신적 쾌감을 느끼고자 한다. 요즘 TV만 보더라도 먹방 프로그램이 아주 많다. 그런 걸 보고 있노라면 허기지지 않더라도 먹고 싶은 욕망이 저절로 생긴다. 이런 것을 두고 뇌의 배고품이라고 말한다.

음식중독으로 대사증후군에 당뇨, 고혈압 진단을 받은 한 개그맨은 한 달 정도 습관을 바꿨다.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 외식을 하더라도 콩비지 등 패스트푸드가 아닌, 가급적 맛이 진하지 않은 음식으로 먹었다. 한 달이 지난 후 개그맨은 놀랍게도 50대의 생체 나이를 원래의 나이 서른 중반으로 돌려놓았다. 몸무게도 줄었고, 무엇보다 채소라면 질색하던 그가 토마토의 다양한 맛에 눈을 떴다. 가공 식품을 먹어 무뎌진 몸의 감각을 되살려, 온 몸의 세포에 영양이 퍼져나가는 그 느낌을 되살렸다.

그렇다면 맛과 향이란 무엇일까. 플로리다 주립대학은 얼마 전 토마토에는 30여종의 향을 내는 '필수 영양소'가 있다는 걸 밝혀냈다. 암을 예방하고 식욕을 억제하며,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리 활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인 ‘파이토 케미컬’ 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면서 향이 좋다는 것은 '저는 당신 몸에 좋아요'라는 신호로, 많은 영양분을 품고 있는 건강한 열매라는 것을 밝힌다.

그런데 대량 생산을 위한 품종 개량은 바로 이 파이토 케이컬의 영양소를 지닌 향을 '희석'시킨다. 부피는 늘고, 생산량은 증가하지만 파이토 케미컬과 미네랄이 부족해지고, 그 자리를 수분과 탄수화물이 채워져 영양의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농약을 쳐서 하우스에서 한 달 속성 재배를 한 것과 노지에서 겨울을 이겨낸 두 종자의 포항초(포항에서 재배되는 재래종 시금치)를 놓고 볼 때 겨울바람을 이겨낸 포항초가 당도도 높고 향과 맛이 훨씬 좋다. 특히 파이토 케미컬 성분의 페놀리그난과 플라노보이드 성분에서 노지의 포항초가 압도적이다. 결국 햄버거와 콜라, 피자, 라면 등을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채울 수 없는 건 바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의 부족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과식'과 '비만'은 바로 '향의 기만'에 있다. 발달한 현대의 음식 산업은 향을 통해 음식을 선택하는 인간의 기호를 속인다. 과일이 아닌데 과일 향이 나는, 설탕물에 불과한 음료수들처럼 합성 향들이 인간의 코와 입을 교란시키며 '영양 지혜'를 뭉개버린다. 가짜 향과 고유의 향은 우선 '토종 씨앗'에서 출발한다. 토종 씨앗으로 토종의 퇴비를 써서 키운 작물들은 모양이나 수확량은 작지만 맛은 그렇지 않은 다품종 개량종과 확실히 뛰어나다. 다품종은 오렌지 주스 원액에 물을 섞어 희석시킨 50% 주스나 마찬가지이다.

음식을 대했을 때 중독과 쾌락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 중추의 혈류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 중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중독인 줄 인지하지 못하는 이 '음식 중독'에 전세계인의 19.9%이 걸려 있다. '가공 식품'에 맛과 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파이토 케미컬의 분포가 낮은 콜라, 흰 빵 등은 과식을 부르고, 식욕을 통제하기 힘들도록 한다. 바로 오늘날 음식 중독의 주범이다. 자연은 인간의 '공생' 파트너이다.(일부 자료 EBS 다큐 프라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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