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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채소를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서유채 농장 강성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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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채소를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서유채 농장 강성탁 대표
  • 이연숙 기자
  • 승인 2018.12.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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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포닉스는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싱싱한 작물로 가득한 농장 풍경. 사진=서유채 제공
서유채 농장에서 작물 재배를 위해 키우는 철갑상어. 사진=서유채 제공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연숙기자] 비료와 사료도 주지 않고 그저 물고기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고품질의 채소가 자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강성탁 대표가 운영하는 서유채 농장에서는 매일 물고기들이 열심히 채소를 길러내고 있다.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물고기와 채소가 공생하는 자연순환적 농법 아쿠아포닉스

‘아쿠아포닉스’ 처음 듣는 이 생소한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아쿠아포닉스란 물고기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가 결합된 합성어로 우리말로 하면 ‘양어 수경재배’라 할 수 있다. 액체 비료를 주는 일반 수경재배와는 달리 그저 물고기에게 먹이만을 주면 저절로 식물이 자란다. 원리를 살펴보면, 물고기가 사료를 먹고 생활하면서 배출해내는 배설물인 암모니아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식물재배에 필요한 질산염으로 변한다. 질산염은 식물을 자라게 하고 정화된 물은 다시 수조로 보내 물고기에게 공급한다.

수경재배는 물을 계속 갈아줘야 하지만 아쿠아포닉스는 물을 갈아주지 않고 계속 순환시켜 토지재배 대비 물을 90% 이상 절약할 수 있는 자연적인 농법이다. 강성탁 대표는 아쿠아포닉스처럼 쉽지만 좋은 품질의 작물을 생산해내는 농법이 없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아쿠아포닉스는 사실 농사의 ‘농’자도 모르시는 분들이 하셔야 해요. 가장 자연친화적이면서 쉬운 농법이죠. 어항만 있으면 집에서도 아쿠아포닉스에 도전할 수 있어요. 조그만 어항에 물고기 1~2마리 정도를 두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작물을 키우면 돼요. 참 쉽죠?”

이렇게 들으면 아쿠아포닉스라는 농법이 굉장한 발견이자, 생소한 원리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알고 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활용해오던 익숙한 농법이다. 우렁이 농법도 일종의 아쿠아포닉스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모습이 자취를 감춰가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우리 농업사회에 아쿠아포닉스가 다시 부활할 날을 꿈꾸고 있다.
 

아쿠아포닉스 농법 서유채 농장 강성탁 대표.

자연이 최고의 비료, 인간의 욕심이 농사를 망친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은 질소, 인, 칼륨이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자라난 작물은 토지재배 대비 이 영양분들의 함유량이 현저히 적다. 그 중에서도 질소의 수치가 20ppm으로 일반 작물에 비해 10분의 1 정도의 수치다. 그래도 잘 자랄까 싶지만 오히려 질소의 수치가 낮기 때문에 작물의 조직과 신경세포가 더욱 촘촘하고 치밀하게 자라 식감이 아삭하고 보관 기간도 훨씬 길어진다.

강 대표는 질소의 수치가 높아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꼭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작물이 썩는 이유가 비료를 주게 되면 질소 등 영양분의 수치가 너무 높아져서입니다. 서유채에선 상추를 주로 재배하는데, 이 상추는 한 달 이상 보관해도 썩지 않고 수분이 날아가 바스락 거리면서 부서집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 재배해야 가장 좋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아쿠아포닉스의 대중화를 꿈꾸며

강 대표는 미국 국적을 획득하고 30년 이상을 타국에서 지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다시 회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이유는 오직 ‘아쿠아포닉스’의 보급을 위해서다.
 

물고기들의 배설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쌈채소. 사진=서유채 제공.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대중화된 농법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보급 속도가 더디다. 그 이유를 비료를 꼭 주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료를 주지 않으면 작물이 잘 자라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아쿠아포닉스에 도전하기를 망설이게 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강 대표는 많은 이들에게 교육을 해주고 있다. 강 대표에게 교육을 받은 여러 농가에서 내년 제품 출하를 목표에 두고 열심히 준비 중에 있다.

강 대표의 최종 꿈은 지금 농장이 위치한 태안에 대규모 아쿠아포닉스 채소 생산 단지를 조성하는 것. 더 많은 이들이 자연순환적인 아쿠아포닉스 농법에 도전해 질 좋고 맛 좋은 채소의 생산량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 대표가 꾸려나갈 아쿠아포닉스의 미래가 기대된다.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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