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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요 신경균·임계화 부부의 자연밥상②, 가을 수확물로 차린 제철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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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요 신경균·임계화 부부의 자연밥상②, 가을 수확물로 차린 제철음식
  • 김혜경 기자
  • 승인 2018.12.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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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호박갈치조림·대하새우장...
도예가 신경균 임계화 부부의 제철 자연밥상.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2014년 파리 유네스코본부 초대작가인 도예가 신경균 씨. 그가 제작한 백자 달항아리는 여러 국빈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주어졌으며, 콜렉터로서 일본 문화재급이도다완(조선 찻사발) 등 많은 예술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제철요리전문가인 부인 임계화 씨는 미식가인 남편 신경균 씨와 장안요를 찾는 많은 손님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내놓아 인기가 높다. 제철요리의 달인인 두 부부는 도토리, 갈치, 대하 등 가을의 수확물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소개했다.

“문득 가을이 찾아왔다!”
한때 중이 되기 위해 출가했었다는 신경균 작가가 화두를 던졌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나무에서 난 열매, 땅에서 난 뿌리 등을 갈무리하는 때로 가을 수확물로 조촐한 자연밥상을 차렸다 했다.

“가을은 봄과 대비되는 계절이지요. 가지를 따서 말려 두었다가 겨울처럼 고기처럼 볶아 먹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면 이런 겨울 준비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도자기 작업도 겨울 준비에 바쁩니다. 가을은 난방을 점검하고 장작도 준비해야 하는 바쁜 시절입니다.”

계절에 맞게 경남 기장군 장안요의 텃밭에서는 풍성한 수확물이 나왔다. 우선 10월초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콩레이’는 마당의 상수리나무를 세게 흔들고 지나갔다. 임계화 씨는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서 직접 도토리묵을 만들었다. 일체의 첨가물 없이 도토리와 약간의 소금만 사용하여 만든 묵은 색깔이 어둡고 오래 두어도 굳어지지 않았다.

텃밭의 수확물인 땅콩, 호두, 고구마, 단호박 등도 후식으로 만들어졌다. 신 작가는 “서리 오기 전의 호박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이 호박이 가장 맛있을 때”라고 말했다. 고구마와 무순의 경우는 각각 두더지와 고라니가 따먹어 수확물이 적었는데, 임 씨는 “어쩔 수 없다. 같이 먹고 살아야지”하고 반응을 나타냈다.

부부는 자연이 주는 수확에 만족해야지 인위적으로 수확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인간이 더 많이 수확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혹사시키고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신 작가는 안동 헛제삿밥의 유래에 대해 언급했다. 안동에 제삿밥을 좋아하는 사또가 부임했다. 종택이 많은 안동이었지만 365일 제사가 있을 수는 없었다. 밑의 수하들은 급기야 가짜 제삿밥을 만들어 올리기에 이르렀는데 사또는 제삿밥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음식에서 향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뭍으로 붙은 가을 멸치를 따라 기장 앞바다까지 들어왔다가 낚시로 잡힌 갈치도 있었다. 신 작가는 “다른 계절의 갈치는 진정한 제철음식이 아니다”면서 “부드러움에 있어서는 제주 갈치도 기장 갈치를 못 따라온다”고 말했다. 기장 갈치가 궁합 좋은 조선호박을 만나 찜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장 갈치는 잡히는 양이 많지 않아 귀하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옛날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으러 먼 바다에 나갈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삶이 달라지고 물고기들이 연안에 안 오니 계절을 못 기다리게 된 것이다.

대하의 계절인 가을의 초입에 구한 대하를 3주 전 간장에 담근 대하새우장도 선보였다. 신 작가가가 문득 “새우장의 새우에 머리가 아직까지 왜 붙어있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니 “죽은 것은 머리가 쉽게 분리되고 살아 있는 것은 그렇지 않다”며 생생한 새우로 담근 것임을 암시했다. 음식 하나하나에도 자연 속 진리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 작가는 서울음식은 절기에 늦다고 했다. 특히 궁중음식의 경우 더 그랬는데 꿩고기, 닭고기, 쇠고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건식재료여서라고 했다. 지방에서 진상을 받을 때 말린 음식재료를 받기 때문에 획일화 되고 덜 건강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민초들의 음식이 더 건강했다고 보았다.

요즘 사찰음식에 대해서는 너무 화려해져서 옛 모습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찰음식은 ‘청빈낙도(淸貧樂道, 청렴결백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옳은 것으로 여김)’를 반영해서 간단함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재료도 직접 키우는 것보다는 사서 쓰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 작가는 12월초 영국의 감독이 장안요에 와서 도자기 제작 전 과정을 촬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작가에 따르면 영국에는 도자기 제작이 매우 발달했다. 한국, 일본이 도자기의 기능성을 중시한다면 영국은 기능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나 미적인 면에 치중한다고 했다.

파블로 피카소, 호앙 미로 등 유럽의 많은 미술가들이 말년에 도자기 작업을 했었다고 설명하며 자연재료에 대한 서구인들의 관심을 지목했다.

“예술에서만이 아니라 음식에서도 유럽 사람들은 자연재료, 즉석요리를 즐기며 자연을 보호하고 건강도 챙기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의 방식이 가장 현대적이었다는 얘기도 되지요. 조금씩 옛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도자기가 자꾸 첨단으로 가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음식과 작업도 자연 속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대하새우장.

대하새우장
재료 : 대하, 국간장, 물, 소주, 설탕, 청·홍고추, 대파, 마늘

싱싱한 대하를 맑은 물에 씻어 채반에 건져놓는다. 간장2, 물1에 생강편을 적당히 넣고 소주와 설탕을 약간
넣어 팔팔 끓여 식힌다. 대하에 간이 배도록 이쑤시개로 숨구멍을 내고 청·홍고추와 대파 마늘 편을 넣어
대하가 자작하게 담기도록 해서 10일정도 보관 후 머리와 껍질을 벗겨서 먹으면 된다.

우리나라 서해, 남해에서 많이 나는 대하는 몸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며 껍질이 단단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성장 발육과 피부 미용에 좋다. 대하에 포함된 키토산은 지방의 침착을 방지하고 몸 밖으로 불순물의 배출을 촉진시켜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들어진 대하새우장은 간이 적당히 배어 짜지 않은 게 좋았다. 머리 부분을 떼어 내장까지 쏙쏙 먹었을 정도. 장안요에서는 남은 장에 모아둔 해삼 내장을 넣고 밥을 비벼먹는다고 했다. 영락없는 밥도둑이었다.
 

도토리묵.

도토리묵
재료 : 도토리, 물, 소금 약간, 고춧가루, 청·홍고추, 대파(쪽파), 양조·국간장, 참기름 약간, 통깨, 고수

먼저 도토리를 물에 담가 벌레가 나오고 타닌이 적당히 빠지도록 한다. 도토리를 방앗간에 가져가 통째로
갈아온(농협유통 등에서 파는 도토리가루를 사서 써도 된다) 다음 물 하루정도 담가둔다. 새 물을 부어가면서 체에 내린다. 윗물은 버리고 두꺼운 팬에 가라앉힌 가루와 물의 농도를 보면서 소금 약간을 첨하고 눌러 붙지 않도록 잘 저어가며 끊인다.

양념장으론 고춧가루에 청·홍고추, 대파나 쪽파를 다지고 양조·국간장을 반반씩 넣고 참기름 약간, 통깨는 비틀어 낸다. 고수(코리앤더)를 적당히 썰어 함께 낸다.

도토리는 중금속 해독에 가장 좋은 식품 중의 하나이다. 도토리 속에 함유되어 있는 아콘산은인체 내부의 중금속 및 여러 유해물질을 흡수,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밀가루나 전분이 함유되지 않은 제대로 된 도토리묵을 맛보았다.

도토리묵과 고수를 같이 먹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 만큼 도토리와 고수의 만남은 상큼하고 자극적이었다. 고수는 심심한 묵에 포인트를 주지만 취향에 따라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호박갈치조림

호박갈치조림
재료 : 갈치, 조선호박, 양파, 청·홍고추, 대파, 국간장, 마늘, 생강, 참기름, 다싯물

잘 다듬은 갈치를 10cm 정도 잘라서 아가미는 떼고 물에 살짝 씻어 건져놓는다. 조선호박은 2cm 정도 두툼
하게 썰고, 양파 청·홍고추 대파는 어슷 썰어 조선간장2, 마늘 듬뿍, 생강 다진 것 반쪽, 참기름1/2을 넣어 서로 잘 섞어준다. 두꺼운 팬에 호박을 깔고 갈치를 나란히 올려 그 위에 양념장을 얹는다. 다싯물을 자작하게 호박이 잠기도록 붓고 센불에서 끓인 다음 중불에서 충분히 호박을 익힌다.

생선조림을 하는데 바닥에 무는 깔아도 호박을 까는 것은 처음 봤다. 호박이 생선살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갈치살이 부드러워 수저로 긁어먹어도 될 정도였다. 조림이지만 찌개처럼 국물이 많은 편이었다. 반주를 즐기는 신 작가가 국물을 요구해 국물이 많아진 것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견과류와 채소모듬.

견과류와 채소모듬
재료 : 땅콩, 호두, 고구마, 토란, 단호박

모두 장안요에서 직접 키운 작물들로 호두만 빼놓곤 삶아서 큰 사발에 함께 냈다. 땅콩은 껍질째 삶았다. 삶은 토란은 낯설었지만 토란국에 든 토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식사 후 후식으로 먹기에 괜찮았다.

이밖에 점심 찬으로는 우엉무침, 파김치, 김치, 묵은김치, 알타리무김치 등이 상에 올랐다. 우엉무침은 우엉을 얇고 길게 채 썰어 식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사과 배 감 청포도(샤인머스캣) 등 후식 과일로 점심 자리를 마감했다.

자연밥상의 여왕 임계화...
제철음식전문가로서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 명품 도자기를 굽고 생활그릇도 만들고 전시하는 장안요(長安窯)의 여주인이다. 그녀의 대단한 음식 솜씨는 장안요를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제철재료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토대로 계절과 절기에 맞는 가장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제철 음식을 전통 도자 그릇에 담아 시너지 효과를 내왔다. 기장의 넓은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직접 장을 담글 뿐만 아니라 매년 150가지의 김치, 10여 가지의 젓갈을 담그는 제철 음식의 ‘여왕’이다.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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