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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주의 전통, 오메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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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주의 전통, 오메기술 ★★
  • 백종국 기자
  • 승인 2018.12.03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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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메기술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백종국기자] 술 문화가 다양화 되고 있다. 국산 술은 물론이고 수입 술도 근처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로, 이제 자기의 취향에 맞는 술을 얼마든지 골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기자는 술 문화가 그저 취하려 마시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리즈로 연재중인 기자의 술 시음기가 독자들의 ‘취향 저격’에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번에 소개한 증류주인 고소리술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고소리술의 바탕이 되는 오메기술을 이번 호에 점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을 증류하여 만든다.

이번에 맛본 오메기술은 지난번 고소리술을 제조한 제주샘 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한 것이다. 노란색을 띠는 살균약주로 알코올 함량은 13%. 오메기술은 제주 무형문화재 제 3호로 지정될 만큼 제주의 전통술로 이름 높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세금 부과를 위해 가양주(家釀酒) 제조를 금지해 명맥이 끊길 뻔 했다가 제주 아낙들의 밀주 전통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다.

제주의 김을정 할머니가 기능보유자인데 그녀의 딸인 강경순 명인에 의해 현재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오메기술이란 이름은 오메기떡에서 유래했다. 오메기떡은 화산암으로 물을 가둘 수가 없어 벼농사가 힘든 제주의 밭작물인 조로 만든 떡으로 가운데가 뻥 뚫려 ‘구멍떡’이라고도 부른다.

양조 과정은 좁쌀을 하룻밤 물에 불려 고운 가루로 빻고 끓인 물로 익반죽하여 도넛처럼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오메기떡을 만든다. 이 오메기떡을 물에 삶아서 식기 전에 짓이기고 풀어 된죽을 만든 다음 누룩가루와 물을 붓고 잘 섞어 죽엽을 바닥에 덧댄 술독에 안친다. 이 술독을 바람이 통하는 온도 20~30℃의 어두운 실내에 두면 10~15일 지나 오메기술이 발효되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오메기술은 좁쌀 특유의 들큼새콤하고 감칠맛이 뛰어난 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맛본 제주샘주의 오메기술은 그런 술맛과는 별로 비슷하지 않았다. 한약재가 첨가된 일반 약주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듯했다. 들어간 약재가 감초, 조릿대(대나무), 청호(제비쑥)니 그럴 만도 했다.

무엇보다 좁쌀이 비싸다는 이유로 좁쌀을 일부만 넣고 백미로 대체한 점이 아쉬웠다. 오메기술이 좁쌀로 만든 오메기떡으로 양조한 술이라는 정체성을 처음부터 부정한 셈이었다. 결국 이 술은 백미의 곡물 맛과 한약재 맛에 눌려 조의 맛은 있는지조차 알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정체모를 액상과당이 첨가되어 더욱 ‘짬뽕’이 되었다.

정통 오메기술은 좁쌀, 물, 누룩 외에는 어떠한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량생산을 위해 입국, 효모, 정제효소, 액상과당을 넣은 것은 몰라도 백미와 함께 감초, 청호 등 애초에 무관한 한약재까지 사용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독점 상표인 듯 라벨에 ‘오메기술’ 이라 이름을 박은 것도 넌센스이다. 다소 거칠더라도,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오메기술을 마시고 싶다. 향후 정통 오메기술을 생산하여 널리 유통하는 양조업체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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