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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진화 어디까지…하이테크 ‘수직농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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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진화 어디까지…하이테크 ‘수직농장’이 뜬다
  • 김종면 논설주간
  • 승인 2018.12.0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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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종면 논설주간} 농업은 지금 혁명 중이다. 20세기 초 ‘농업 기계화’라는 최초의 농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르다. 농업과 첨단기술의 만남, 그 극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은 바로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다. 인공 구조물 안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고도로 자동화된 아파트형 ‘식물공장’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 팜(Smart Farm)의 대표적인 형태다.

수직농장에서는 식물이 자라는 자연환경이 완벽에 가깝게 인공시설로 대체된다. IoT,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빛과 습도, 온도 등 작물의 재배 환경과 발육 상태를 자동으로 제어한다. 햇빛 대신 식물재배 전용 발광다이오드(LED)를 설치해 인공 빛을 쪼인다. 사용 목적과 대상에 따라 광원을 조절하면 엽채, 과채, 화훼류 등 다양한 작물을 친환경적으로 기를 수 있다. 농약을 쓰지 않는 안전한 먹거리다. 땅을 적게 차지하는 만큼 도심이나 근교의 접근성 좋은 곳에 지어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일반 농장에 비해 물을 훨씬 덜 사용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수직농장에 대해서는 물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비용이 문제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완전제어형’ 수직농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설치비와 운영비가 든다. 전통 방식의 농업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경제성을 지니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업 또한 첨단 산업화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식물공장, 그 중에서도 특히 수직농장은 상징적인 사례다.

식물공장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는다. 1957년 덴마크의 크리스텐센 농장에서 새싹채소를 태양광을 이용한 온실에서 재배한 것이 효시다. 컨베이어벨트로 작물을 운반하고 부족한 햇빛은 고압 나트륨램프로 보충하는 소박한 수준이었다. 1970년대부터는 미국과 일본이 이 분야 연구를 주도했다. 미국은 우주탐사선에서 사용할 미생물을 생산하고 우주인의 식량을 확보할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식물공장에 눈을 돌렸다. 미국은 세계 최대 남극 기지인 맥머도(McMurdo) 기지에 200㎡ 규모의 식물공장을 세웠다. 일본은 1985년 쓰쿠바 과학기술박람회에서 완전제어형 식물공장을 처음 선보였다.

최첨단 식물공장에 속하는 수직농장의 개념을 창안한 사람은 미국 컬럼비아대 환경과학과 교수 딕슨 데스포미어다. 1999년 그가 제시한 모델은 식량난과 농경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50층 높이의 수직농장을 세워 5만 명에게 농작물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농업 신기술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업체로는 미국의 수직농장 전문기업 ‘크롭 원 홀딩스(Crop One Holdings)’와 실리콘밸리의 농업 스타트업 ‘플렌티(Plenty)’, 일본의 채소 전문 생산업체 ‘스프레드(Spread)’, 중국의 테크기업 ‘중커산안(中科三安·Sanan Sino-Science)’ 등이 꼽힌다. 이른바 ‘애그테크(AgTech)’ 기업들이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농업생명공학, 정밀농업, 대체식품, 식품전자상거래 기술 등을 아우르는 선도적인 분야다. 스마트 팜보다 넓은 개념이다. 정밀농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비료, 물, 노동력 등 투입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농업기술로 첨단기술의 총아인 수직농장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수직농장 산업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에는 기술력을 갖춘 다양한 형태의 수직농장들이 존재한다. 뉴저지주 뉴어크시에 있는 ‘에어로팜스(AeroFarms)’는 미국을 대표하는 애그테크 기업 가운데 하나로 2004년에 설립됐다. 연간 1000t의 채소를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뿌리를 물에 담가 기르는 수경재배 대신 공중에 떠있는 뿌리에 영양분을 섞은 물안개(Mist)를 뿌리는 ‘수기경재배(Aeroponics)’ 방식으로 작물을 키운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운영비를 대고 있다. 시카고에도 수직농장이 있다. ‘팜드히어(FarmedHere)’다. 이곳에서는 원격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생육 환경을 관리한다.
 

미국 수직농장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2013년 설립된 플렌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전 회장으로부터 2억 달러(약 2200억원)가 넘는 투자를 이끌어내 화제를 모았던 기업이다. 샌프란시스코 남부에 5만㎡ 규모의 수직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플렌티는 수평 선반을 층층이 쌓아올려 사용하는 기존 수직농장들과 달리 벽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LED 조명이 설치된 6m 높이의 수직 파이프를 이용해 기둥과 내부 벽면에서 작물을 재배한다. 이 같은 기술로 물은 기존 농장에 비해 1%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고, 생산량은 350배까지 끌어올리는 개가를 이뤘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농작물을 빠르게, 월마트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플렌티의 슬로건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일본은 일찍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식물공장 사업에 나섰다. 2009년 ‘식물공장 보급 확대 종합대책’을 세워 스마트 팜 기반 농업의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어 전국적으로 400여 개의 식물공장이 가동 중이다. 파나소닉, 도시바, 후지쓰, 샤프, 도요타 등 유수한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스프레드는 세계 최초의 무인 ‘로봇농장(Robot-run Farm)’으로 성가를 높이며 대표적인 미래형 식물공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교토 교외 간사이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화된 상추 공장 ‘테크노 팜(Techno Farm)’을 운영한다. 이 테크노 팜 컨셉을 토대로 수직형 자동화 식물재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스프레드가 자체 개발한 야채 생산 시스템인 ‘베지터블 팩토리’는 2016년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미국의 권위 있는 산업 분야 상인 에디슨상을 받았다.

중국에서도 수직농장은 뜨거운 관심사다. 2015년 중국과학원 식물학연구소와 푸젠 산안그룹이 함께 만든 테크기업 중커산안은 지난 7월 푸젠성 안시현에 5000㎡ 규모의 2세대 하이테크 수직농장을 건설했다고 발표했다. 첨단 자율제어장치를 갖춘 이 농장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생산성과 그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다. 이곳에서는 하루 3만6000여 명이 먹을 수 있는 8∼10t의 채소를 생산한다. 직원은 자동화 시설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4명뿐이다.

수직농장이 가장 와닿는 곳은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동 국가들일 듯하다. 사막이 많은 중동 지역은 1인당 농경지가 0.19ha(약 1900㎡)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연 강수량도 세계에서 가장 적어 사실상 농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물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직농장을 통해 ‘농업강국’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중동에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내년까지 20개의 수직농장이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농업 스타트업 크롭 원 홀딩스와 손잡고 두바이에 세계 최대의 수직농장을 건설한다. 알 막툼 국제공항 부근에 세워질 이 수직농장의 규모는 1만2000㎡(약 3600평). 하루 2.7t의 농작물을 생산하지만, 물 사용량은 전통 방식 농업 대비 1%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수직농장은 중동 국가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직농장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다. 정부와 대학, 기업에서 다양한 차원의 연구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09년 경기도 수원의 국립농업과학원에 수평형 식물공장을 만들었다. 이어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이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컨테이너형 식물공장도 개발했다. 전북대학교는 2013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익산캠퍼스에 ‘LED 농생명 융합기술연구센터’라는 식물공장을 조성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팜 전공을 개설한 연암대학교는 수직농장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은평구 통일로 일대와 양천구 목동에 수직형 농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국내 수직농장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6년 LG그룹은 새만금에 대규모 식물공장과 연구 단지를 구축하기로 했지만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결국 좌초됐다. 일본에서는 대기업들이 직접 식물공장 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낸다. 우리 기업들의 참여도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수직농장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 문제다. 막대한 초기 설비비는 종종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수직농장은 3.3㎡(1평)당 설치비가 1000만원 안팎인 반면 비닐온실은 수십만원, 유리온실은 100만원 선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나 기업의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이 되기 십상이다.

세계는 왜 미래 농업의 대안을 찾는 데 골몰하는가.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식량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유엔의 2017년 세계인구전망보고서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가 98억 명으로 증가하면 식량은 75%가 더 필요하지만, 식량은 매년 1.75% 가량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는 2017년 기준 76억 명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가 최근 발표한 2010년 기준 2050년까지의 세계 식량 수요량 예측 지수에서는 식량 중에서도 농작물인 채소와 과일에 대한 수요가 고기·유제품, 곡류에 대한 수요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는 무엇보다 절박한 과제다.

새삼스럽게 지구온난화 위기를 강조할 것도 없다. 한반도는 이미 온대 기후가 아니라 아열대 기후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2090년대에는 사과나 복숭아 같은 온대성 기후 작물은 일부 지역 외에는 재배할 수 없게 된다는 전망도 있다. 농경지도 갈수록 줄어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경지 면적은 최근 10년 사이 서울과 인천을 합한 것만큼 감소했다. 고령화로 인한 농촌 노동력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식량안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 불확실성의 먹구름을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

오늘날 농업은 바야흐로 전통적인 노동과 토지의 한계에서 벗어나 첨단 융복합기술 중심의 ‘똑똑한 농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가 짐 로저스의 바람대로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혁신의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전 세계 수직형 농장 시장의 규모는 2023년에 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 평균 성장률은 23.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수직농장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은 농업의 유토피아를 그려보자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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