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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백과 풍성한 가을, 호박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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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백과 풍성한 가을, 호박 예찬
  • 오영기 도시농업관리사
  • 승인 2018.11.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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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오영기] 가을은 온갖 곡식과 과실(오곡백과)을 수확하여 풍성하고 마음도 넉넉한 여유로운 계절이다.

어릴 적 부족한 먹거리를 채우기 위해 논두덕에 콩을 심기도 하고 콩밭 사이에는 배추를 심기도 했다. 자투리땅을 활용하는 어머니의 지혜다. 그것으로는 부족하여 플라스틱 바가지가 나오기 전에 바가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심은 박이나,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호박 등의 덩굴식물은 어김없이 지붕으로 올렸다. 호박은 지붕에도 올렸지만 쓸모없이 버려진 땅이 있으면 그 자리는 호박이 차지한다.

때로는 열매를 찾으려고 줄기나 잎이 밟혀도 호박은 불만 없이 계속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별 모양의 예쁜 꽃과 밥을 할 때 위에 쪄서 된장과 쌈으로 먹는 어린잎과 파릇한 애호박, 황금색의 얼굴을 내미는 늙은호박 등이 주렁주렁 결실을 맺어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당시에 호박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커줘서 그런지 흔하게 여겨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지금도 호박은 우리 몸의 항산화 효과를 돕고, 노화방지, 면역력 증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귀한 식물인데도 불구하고 주부들의 식재료 선택의 우선순위에서 멀리 있는가 하면 소에게 사료대용 간식으로 먹이기도 했다. 줄기에 대롱대롱 힘들게 매달리고, 각을 세워 모나지도 않고, 둥글둥글하게 살아가는 호박인데 속담에는 양면성이 있다. 채소나 과일 중 속담이 제일 많은 것이 호박인 것 같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나?”의 속담은 언뜻 보면 좋은 표현이 아닌 듯하나, 호박이 겉보기와는 달리 속 내용으로는 수박보다 영양이 월등하다는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은 못 생김을 비유하여 표현하는 말로 흔히 쓰이던 말이기도 하다.

늙은호박은 벌에 쏘여 부은 것처럼 울퉁불퉁 못생겼다. 호박의 못생긴 이미지를 그대로 꽃에도 적용하지 않았나 싶다. 호박꽃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호박꽃은 분명히 꽃이다. 꽃이 크기도 하고 위에서 보면 별모양으로 예쁘다.

호박꽃처럼 예쁜 꽃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떨어졌다“는 속담은 뜻밖에 좋은 물건을 얻거나, 행운을 만났거나, 큰 이득을 보았을 때, 새로 들어온 사람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좋은 뜻의 말이기도 하다. 호박은 카빙(carving)이라는 다양한 조각물로 다시 태어나는 예술작품으로 변신하여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물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내용을 보면 호박의 덩굴손은 사람처럼 두 손을 이용하여 물건을 끈으로 묶을 수는 없지만 필요에 따라 양쪽의 끝을 먼저 감고 중간부분은 반대로 감아 더욱 튼튼하게 지탱하는 놀라운 지혜를 가진 식물이다. 호박이라고 거들떠보지 않았다면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보기 바란다.

같은 호박은 아니지만 보석호박도 있다. 송진이 굳어진 것으로 진주, 산호와 함께 광물은 아니지만 보석으로 사랑받고 있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노리개나 비녀, 마고자 단추 등 각종 장신구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보석 호박의 가치는 높은데 식물의 호박은 언제나 그 진가를 인정받을 것인지 그날이 성큼 다가와 주기를 기대한다. 예술작품으로, 건강을 함께하는 식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보석호박으로 만들어 보자.

이 가을에 시장에서 누런 늙은 호박 몇 개를 집안에 들여놓자. 그리고 내년 봄에는 정원이나 자투리땅을 이용하여 호박을 심어보자.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가 주렁주렁 커가는 과정을 가족이 함께 지켜보며 행복을 키우고 ‘호박의 날’을 정하여 아이들의 간식과 다양한 요리와 카빙(carving)으로 작품도 함께해 보자. 귀하고 소중한 보석 같은 호박으로 건강한 미래를 꿈꾼다.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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