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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비닐이 무서운 이유
  • 김문 논설위원
  • 승인 2018.11.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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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라이프신문 김문 논설위원] 가을걷이를 하는 계절이다. 최근 농사를 짓는 후배를 만났다. “요새 바쁘겠다. 농사를 끝내는 철이니.”라고 했다. 후배의 대답은 “비닐도 걷어내야 하고 마무리할 일이 많습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야, 그거 비닐 사용 안 하면 안 되냐?”라고 물었다. 답이 돌아온다. “그거 안 하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요. 약도 쳐야 되고 풀도 뽑아야 되고...”

잠시 생각해본다. 이해가 되는 점도 있다. 밭에 비닐을 덮는다는 것. 당장 눈앞에 어떤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가뭄도 덜 타고, 풀도 덜 매고, 수확량도 많고, 노동력도 덜 들고, 농약을 안 치면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비닐이야 나중에 걷어내면 된다. 그만큼 비닐은 매력적인 농사 자재이다.

그렇다면 문제점은 없을까. 있다. 비닐의 소재가 석유라는 데 있다. 석유로 만든 비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 환경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간단하게 얘기 하면 비닐은 썩어 없어지는 데만 500년이 걸린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태워서 없앨 때 유독가스가 나오고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재가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먼 앞날을 생각하면 생명과 자연에 대해 이로울 일이 없다. 이러한 깨달음은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때 밭에도 비닐을 깔지만, 비닐하우스 안에도 비닐을 깐다. 가장 큰 이유는 잡초가 나는 것을 우려하는 탓이다. 여기에서 질문 하나를 던진다. 그 속에서 자라나는, 우리 인간이 먹고 싶어 하는 식물의 입장을 상상해보자. 제대로 숨을 쉬기나 할까. 말없는 식물들은 대답을 못하겠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더구나 한여름에 검은 비닐을 덮어 쓰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말이다. 식물도 인간처럼 불어오는 바람도 쐬어야 하겠고 날마다 달라지는 새로운 햇볕도 맞으면서 자라고 싶을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이다. 만약 석유가 고갈되었다고 치자. 비닐 사용을 당연시 여겼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석유와 관련된 농기구를 사용 못한다고 생각해보자. 대략 난감이다. 답답함으로 갈팡질팡할 것이다. 인류가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간단한 손도구를 이용해 자연을 일궜고 먹을 것을 마련했다.

얼마 전 소설가 조정래씨를 만났다. 그는 앞으로는 농사가 대세다.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록 쓰는 소설이고 뭐고 필요 없다. 그래서 강원도와 전라도 두 곳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조금 마련했다고 했다. 비닐도 없이. 농기구도 없이 한 땀 한 땀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재미있고 건강하게 사는 길이라고 했다. 이런 것이 인간과 같이 가는 자연농법이 아니냐면서 가장 원초적이고 자연적으로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했다. 법정스님이 돌아가시기 전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농사는 검은 비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석유의 독을 같이 먹는 것과 다름없지요. 무슨 마트에서 물건을 사잖아요? 그럴 때도 검은 비닐에 먹을 것을 싸서 줘요. 참참...”

몇 해 전이다. 정부가 지원했던 화학비료 보조금을 단절하자 ‘어떻게 농사를 짓지’ 하면서 농민들이 시위를 벌였던 적이 있다. 이때 생각했던 일, 언제부터 인간이 농약과 기계를 빌려 농사를 지었을까. 농사는 자연 그 자체고 생긴 땅 그 자체인데, 땀으로 자연을 일구는 생명 유지 활동인데. 자연은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어떤 도구로 뒤짚고 엎고 하는 일의 결과는 우리가 미처 모르는 악순환에 파묻히는 바보 같은 일이 되고야 만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기계장치에 의존한다.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계가 없다면 한순간 바보가 돼버린다. 핸드폰만 보더라도 그렇지 아니한가. 부끄러운 일이다.

가을이 간다. 말 그대로 가을걷이를 하는 계절이다. 고구마도 밭에서 캐야 하고 들에 있는 사과도 따야 한다. 누렇게 익은 벼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나면 석유가 만들어낸 검은 비닐도 걷어치워야 한다. 그 자체도 일이다. 한번쯤 생각해보자. 내년에는 검은 비닐 없이 농사를 지어보면 어떨까. 그래서 좀더 기분 좋게 건강하게 먹어보자.

사진 농촌진흥청

김문 논설위원  magazineplus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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