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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다양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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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다양한 변신
  • 심은영 연구사
  • 승인 2018.11.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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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 기능성, 식의약, 사료, 완구, 장신구 및 예술품까지 외연을 넓히다

 
‘한국인의 밥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급감[127.7 kg(1986) → 72.8 (2010) → 61.8 (2017)]하고 있다. 늘어나는 재고량에 농민들의 시름이 함께 전해져 들녁의 여유로운 풍경을 마냥 즐길 수가 없는 현실이다.

사실, 한국인에게 밥은 비단 한 끼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사시사철 다양한 반찬과 함께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한국인의 ‘정(情’) 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핵가족화 및 1인 가정 증가 등으로 인해 외식과 간편한 즉석밥 등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비율이 증가하였고, 생활수준 향상, 소득 증가 등으로 인해 육류 및 원예작물(과일, 야채)의 소비도 함께 증가하였으며, 세계화의 추세에 힘입어 글로벌 음식점을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어, 우리 식탁에서 볼 수 있는 쌀의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과학기술 또한 발달함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한 고품질 및 특수미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쌀의 영양학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가공 용도별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벼 품종을 육성 중이다. 17년도 말 기준, 농촌진흥청 개발 벼는 총 251품종으로 밥쌀용이 187종, 특수(가공)미가 64종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밥쌀용 최고품질 쌀은 삼광 등 15품종, 기능성 품종은 눈큰흑찰 등 8품종, 수량이 높은 다수성 13품종, 찰벼 17품종, 유색미 12품종, 향미 6품종, 기타, 사료용, 밭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식이섬유 함유량을 높이고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다이어트 쌀’,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어린이 성장에 도움을 주는 쌀’, ‘칼슘, 철분 등 한국인에게 부족한 미량원소를 보충해주는 미네랄 쌀’, ‘항산화 기능을 증대시킨 컬러 쌀’, ‘쌀 표면에 유효성분을 입혀 영양학적 가치를 높인 코팅 쌀’, ‘미생물을 쌀에 배양하여 발효시킨 쌀’, ‘발아 과정을 거쳐 맛과 기능성이 증대된 발아현미’ 등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비식용으로는, 아이들의 안전한 놀이감인 ‘완구용 쌀 찰흙’을 만들기도 하고, 쌀알을 한 톨 한 톨 염색하고 가공하여 주얼리를 만들어서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기도 한다. 더욱이, 논에 유색미를 이용하여 지자체를 홍보하는 등 단조로운 논에 활력을 불어넣어 예술로서 승화시키기도 한다(논 아트). 또한 최근에는 사료용 벼(녹양, 목우, 목양)를 육성하여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앞으로는 특정 질환 및 질병을 완화나 치료 기능을 첨가한 의료용 쌀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꽃가루를 항원으로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환자들(꽃가루 알레르기를 지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치료용 쌀을 선보여 꽃가루로 고통 받던 환자들이 밥만 먹음으로써 증상을 완화, 억제를 시킨 사례가 방송된 적이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서 한국 또한, 환자 맞춤형 쌀, 소비자 맞춤형 쌀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구성한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가? 즉, 사람은 먹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오늘부터 어떤 쌀을 먹을 것인지, 어떤 식재료를 통해 우리를 구성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글 심은영 연구사(농촌진흥청 수확후이용과) 사진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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