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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에 대한 가치 발견, 종가와 종가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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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에 대한 가치 발견, 종가와 종가음식
  • 김영 농업연구관(농촌진흥청)
  • 승인 2018.10.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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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당 종가음식(강릉)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요소이지만, 그 중에서도 우선 순위를 선택하라면 음식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의 미식법과 지중해식 식문화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프랑스의 미식문화는 단체나 개인의 일생에서 중요한 순간, 즉 출생, 결혼, 생일, 기념일, 성공, 재회 등의 순간을 축하하기 위한 사회적 관습이다. 이탈리아 등 7개 국가가 해당되는 지중해식 식문화는 지중해의 경관에서부터 식사 테이블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기술, 지식, 의례, 상징, 전통 등을 나타낸다.

최근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종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종가는 건축물, 유물, 유적 등 풍부한 유형의 문화자산, 의례와 음식, 가양주, 문화, 가풍, 역사와 인물 이야기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무형의 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농촌진흥청이 종가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종가음식을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종가(宗家)는 한 문중에서 맏이로 이어 온 큰집을 말한다. 하나의 혈연집단으로 씨족사회 전통을 보여주는 고유한 가족제도이자,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 종가 대부분은 조선 중기 전후로 형성되어 40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오고 있다. 종가는 대를 잇는 종손과 맏며느리인 종부가 이끌어 간다. 이들은 가문의 전통을 지키며 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개인의 삶보다 중요시한다. 명절이나 제삿날이면 수십, 수백 명이 찾아오는 종가에는 지역의 특성과 가문의 비법을 담아 전해 내려오는 음식이 있다.

종가음식은 종가 구성원이 종택에 살면서 소비하는 음식으로 일상음식, 접빈음식, 명절음식, 제례음식, 각종 관혼상제 시 준비하는 의례음식 등이 있다. 제례음식은 조상을 모시는 제사상에 후손들이 예와 일정한 규범을 갖추어 차리는 음식으로 일상에서 먹는 음식과 용어, 내용, 상징하는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제례음식 모두가 그 자리에서 소비되지 않고 일상음식으로 이어진다.

제사상에 올리는 북어포나 명태포는 제사 지낸 뒤 곱게 갈아서 간장, 소금, 고춧가루 등을 넣고 버무려 보푸라기를 만들어 먹었다. 봉제사가 중요한 임무이기에 보통 1년에 10번 이상 제사를 지내는 종가에서 유독 보푸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제사상에 올랐던 육류나 생선류를 활용해 찌개나 탕을 끓여 먹는 것이 종가의 일상생활 문화로 정착되기도 한다. 또한 종가를 찾는 방문객에게 대접하는 식사를 위해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이 늘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종가에 수많은 장독대가 즐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사람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종가음식은 단지 음식물 그 자체로만 볼 수 없다. 한 가문이 공유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종가 구성원이 대를 이어 살아온 삶이 담겨 있어 한국의 문화 자산으로 충분한 가치를 느낀다. 지역마다 종가마다 다른 음식과 조리법을 찾아내 데이터베이스 하는 작업이 가장 기초적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진흥청은 종가에서 구전으로 전해오는 음식을 발굴하고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종가음식 전시회, 책자 발간, DB 구축 이외에도 종가음식 관광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안성, 홍성 등 전국 8개 마을에서 종가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종가의 구성원이 소수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등 제한된 접근만이 가능했다.

종가음식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전통 식문화교육, 공동체문화 체험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종가음식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경우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종가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곳으로 농부의갤러리(famersgallery.modoo.at)에서 소개하고 있다.

종가를 방문해 먹었던 종가음식은 종가의 안채든 사랑채든 마루에 앉아 바로 옆에 앉아 계신 종부님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를 들으면서 먹는 밥이 아주 맛이 있다. 이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도라지와 가지는 마당에서 어떻게 키우고 수확했는지, 곶감정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뒷마당의 감나무에 올해는 감이 많이 열렸는지, 한 여름에 만드는 국화주가 잘 발효되었는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들여다보았다는 이야기 등등 음식 만드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특히 가을무는 보약이라며 어서 먹어보라는 권유에, 무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가볍게 여겼던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보기도 했다. 입이 즐거운 음식보다는 마음으로 느끼는 음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김영 농업연구관(농촌진흥청)

글 김영 농업연구관(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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