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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보다 먼저 농사를 지은 농사의 신, 가위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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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보다 먼저 농사를 지은 농사의 신, 가위개미
  • 김문 논설위원
  • 승인 2018.10.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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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문 논설위원] 수필가 금아 피천득 선생과 생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돌아가시기 전 가을로 기억된다. “선생님 지난번보다 더 젊어졌습니다.”라고 인삿말을 건넸다. 그러자 금아는 잠시 망설이더니 “허허,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영국의 버나드쇼가 채식주의자였어요. 나이 들어 죽었는데 이때 ‘런던타임스’에서 사설에 뭐라고 했냐 하면 ‘버나드쇼 장례행렬에는 염소와 소, 양떼들이 울면서 뒤를 따랐다.’라고 했지. 평생 동안 육식을 안 했으니깐 그놈들이 얼마나 좋아했겠어. 어쨌든 사설에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해.”라고 말했다.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최훈 강원대 교수)라는 책에서 채식주의, 그 중에서도 채식의 윤리적 측면을 강조한다. 저자의 체험을 토대로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이 왜 윤리적인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아울러 채식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고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채식이란 철학자만이 아니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볼 만한 문제임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사냥을 하던 인간은 농사를 지으며 채식을 하게 된다. 농토에서 자란 먹거리 식물들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해서 농사를 짓는 방법을 알았을까. 어느날 다들 ‘뚝딱’ 하고 동시에 시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인간사회는 곤충에게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는 생태학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완성했다. 개미의 생물학적 특징, 환경, 그리고 생물들간의 상호관계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인간은 곤충들의 생김새, 생태적 움직임을 많이 모방하며 살아왔다. 갑충류의 곤충을 닮은 탱크 등 여러 첨단무기를 만들어냈다. 이렇듯 곤충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사회에서도 배울 것이 많은 존재다.

농사 역시 곤충의 생태적 활동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됐다는 것이다. ‘가위개미’의 예를 들어보자. 북미와 남미 대륙에 주로 서식하는데 이름 그대로 가위로 자르듯 잎을 잘라 곰팡이를 키워 이 곰팡이를 먹이로 살아간다. 얼마 전 라이스 대학, 텍사스 대학, 상파울로 대학 등 다국적 연구팀은 다양한 가위개미 및 곰팡이의 유전 정보를 해독해 이들의 기원과 특징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의하면 자연계에 곰팡이를 키워 먹는 개미는 가위개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위개미의 특징은 살아있는 신선한 잎에 곰팡이를 키우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매우 쉽게 식량을 조달할 수 있어 개미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복잡한 군집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가위개미의 기원은 4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기간은 1만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인류의 농사보다 훨씬 앞선 ‘농사의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잎꾼개미’라고도 하는데 나뭇잎을 잘라놓고, 함께 모여 사는 둥지로 가져와 잘게 씹은 후 농사를 짓는 재료로 사용한다. 그렇게 잘게 씹은 나뭇잎을 침과 섞어 배지를 만든 후 주요 먹이원인 버섯종균을 배지에 붙여 배양한다. 다른 먹이를 먹지 않고 재배작물만 먹으며 평생을 산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재배농법이다.

이들은 땅속에 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형태의 집까지 짓는다. 이들 수십, 수백 마리의 개미는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몸 크기와 나이에 맞게 역할분담이 철저히 나뉘어 있어 작업반장 없이도 서로 협력하면서 일을 한다. 땅굴 안에서 여왕개미를 보살피고 나뭇잎을 잘게 씹어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한 먹이원인 버섯을 키우는 일은 정원사개미라 불리는 가장 작은 개미가 맡는다. 이보다 약간 더 큰 개미들은 일개미들이 일을 하는 동안 개미들을 보호하며 적이 공격할 경우 가장 먼저 방어태세에 들어간다. 나뭇잎을 가장 많이 옮기는 계급의 개미는 중형일개미가 맡는다. 나무에서 큰 턱으로 나뭇잎을 자르고 둥지 안까지 옮기는 일을 하는 것이다. 가장 덩치가 큰 대형개미는 일개미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호위무사 역할을 한다. 이들이 나뭇잎을 잘라서 둥지로 이동하는 거리는 짧게는 몇 m에 불과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50m 이상이 되는 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개미를 볼 수 있다. 국립생태원의 임헌영 동물관리연구부장은 “2015년 10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들여온 잎꾼개미는 엄격히 정해진 검역절차를 거쳐 생태원으로 이송돼 외부탈출 방지를 위해 특수 장치 안에서 전시 관리되고 있다.”면서 국내 유일의 개미생태를 관찰할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며칠 전 등산을 갔을 때였다. 일렬로 좁은 등산로를 횡단하는 수많은 개미떼들을 볼 수 있었다. 손톱보다 작은 개미들이 경탄스러울 만큼 줄을 지어 질서정연하게 기어가는 모습을 한참을 쳐다봤다. 문득 인간사회에서도 저렇게 질서가 계속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일부 관련내용 국립생태원자료 참고>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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