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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 거친 곡식 속에 숨어 있는 맛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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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 거친 곡식 속에 숨어 있는 맛의 진실
  • 고지연 농학박사
  • 승인 2018.10.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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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언제까지 길들어진 입맛에 맞추어 정제되고 화학적 향으로 가득찬 음식을 계속 먹을 것인가. 이젠, 건강 관리뿐 아니라 체중 관리를 위해서라도 거칠지만 진짜 ‘맛’으로 가득 차 있는 곡식과 식품을 먹을 때다. 그건 양들도 안다.

글 고지연 농학박사(농촌진흥청 밭작물개발과)

얼마 전 발간된 ‘맛의 배신’이라는 책 표지에는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당신을 위한 향미 처방’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의 저자는 우리가 배가 아플 때까지 먹어대는 이해하기 힘든 과식의 원인은 당신의 의지가 박약해서가 아니라 음식의 ‘맛’이 없어서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맛’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달고, 짭조름하고 느끼한 악마의 유혹과 같은 인위적인 맛이 아니라 건강한 자연식품이 가지고 있는 향미라 할 수 있는 미량영양소와 파이토케미컬에서 우러나온다고 한다.

실제 양의 위장에 직접 ‘테르펜’이라는 파이토케미컬을 주입하면 다른 양들과 달리 사료를 먹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료통에서 물러난다고 한다. 위장에 들어간 ‘테르펜’이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흔히들 잡곡은 다이어트에 좋다고 말한다. 어차피 잡곡도 흰 쌀이나 밀가루와 같은 탄수화물이 주성분을 이루는 곡식인데 왜 그럴까? 그 비밀은 잡곡에는 풍부하지만 정제된 탄수화물에는 거의 없는 파이토케미컬 물질인 폴리페놀,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성 물질, 미량원소 등에 답이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조, 기장, 수수, 식용피, 그리고 콩, 팥과 같은 밭작물은 도정을 거의 하지 않은 통곡물(whole grain) 상태로 섭취한다. 이러한 곡식의 바깥층 부분(과피 및 호분층)과 싹이 나는 배아에는 폴리페놀, 미네랄, 비타민 등 몸의 생리활성을 돋우어 주는 기능적 성분들이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성분들이 정제된 곡식과 통곡으로 섭취하는 잡곡과의 큰 차이를 나타낸다.

수수는 대표적으로 항산화활성이 높은 잡곡인데 그 항산화활성은 수수의 알갱이에 붉으스름하게 보이는 호분층에 축적된 폴리페놀과 탄닌함량에 기인한다. 그 뿐 아니라 이러한 파이토케미컬 성분은 실제 동물의 생리활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수수의 추출물을 먹인 쥐에서 먹이지 않은 쥐에 비하여 콜레스테롤의 흡수가 최고 50% 정도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는데, 특히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 함량을 현저히 감소시키면서도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은 크게 변화시키지 않아 더욱 효율적이었다.

그 외에도 해외에서 밀렛이라고 통칭되는 조, 기장 등의 소립 잡곡은 낟알이 매우 작아서(낟알 1000개의 무게가 3~5g) 다른 곡물보다도 배아와 호분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곡물 낟알 하나에서 배아의 비율을 보았을 때 쌀 3%, 소맥 2%에 비하여 밀렛은 17%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양의 곡식을 먹었을 때 조, 기장이 상대적으로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 여러 가지 미량원소를 더 섭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조는 곡류 중 단백질 함량이 9~12%로 높고, 아미노산 구성이 양호하며, 비타민B가 풍부하다. 쌀에 비하여 식이섬유 3~10배, 칼슘 3~5배, 철분이 3배 더 많다. 그 외에도 폴리페놀 및 피트산 등 항산화물질이 많아 콜레스테롤 저하, 당뇨 예방 등 성인병에 대한 광범위한 예방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영양과 기능상의 장점들 때문에 최근 수수와 조와 기장 같은 밀렛 곡식은 식품을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섭취하여 식품의 고유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하자는 ‘마크로바이오틱’ 식문화의 대표적인 식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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