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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환경 보호 탐사] '사천 광포만'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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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환경 보호 탐사] '사천 광포만'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하는 이유
  • 백종국 기자
  • 승인 2018.10.04 2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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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와 망둥어가 뛰노는 건강한 광포만 갯벌
광포만의 습지보전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환경활동가들. 왼쪽부터 환경운동연합 신재은 국장, 최양일 변호사, 로렌스 스미스 씨, 사천환경운동연합 김희주 사무국장, 이용기 활동가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백종국기자]  사천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광포만은 경남 생태계의 보고다. 둑 없이 열려 있는 하구, 갯잔디 군락, 광활한 갯벌은 파괴되지 않은 자연해안선과 어울려 생태적, 경관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원앙 검은머리물떼새 큰고니 붉은배새매, 멸종위기종인 매, 보호종인 뜸부기 물수리 알락꼬리마도요 아비 등 많은 새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4일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광포만 현장 조사를 나섰을 때도 도요와 백로 계통의 새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물이 빠진 갯벌에서 반경 10㎝ 이내에 살아 움직이는 수많은 게들과 망둥어를 목격하고 광포만이 어느 곳보다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그토록 많은 새들의 터전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광포만으로 흘러드는 곤양천에서는 수많은 다슬기와 함께 멸종위기종인 대추귀고둥가 발견되어 탐사단 일행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곤양천에는 수달과 삵도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건강한 광포만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져 있다. 사천시는 광포만에 408억을 들여 금속가공, 전기, 기계장비 등 제조업종이 들어설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 12월 준공 예정이지만 법적개발부담금을 납부하지 못해 아직까지는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천환경운동연합 김희주 사무국장은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이미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 광포만 산업단지 개발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처리되어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포함된 조류 조사를 누락했다. 환경영향평가는 또 멸종위기종인 대추귀고둥의 정확한 서식처를 모르고 성공 가능성도 담보하지 못한 채 다른 한 곳으로 이 생물들을 이전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멸종위기종 대추귀고둥

 

4일 광포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경운동연합 측은 산업단지 조성을 중단하고 광포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댐, 상하수도 등의 대규모 SOC 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지방 공항들이 모두 ‘유령공항’으로 전락하거나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SOC 투자보다는 도시재생이나 문화, 체육 등 생활SOC로의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신재은 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남 생태계의 보고인 사천 광포만의 산업단지 조성은 중단되어야 하고, 광포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라!”고 밝혔다.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함께 생태관광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순천만과 증도의 사례에서 보듯 보호구역과 지역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순천만과 지난 9월 27일 해양수산부는 충남 서천 갯벌, 전북 고창 갯벌, 신안 및 벌교 갯벌 등을 습지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경기 화성시가 남양만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서두르고 있으며, 경남 고성 해양생물보호구역, 임진강과 제주 전역에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동안 그린피스, 에코모션 등 국제적인 환경단체에서 활약한 최양일 변호사와 미국 환경보호 활동가 로렌스 스미스 씨도 이날 기자회견과 현장조사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바다 환경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본지와 함께 무동력 요트 ‘엘 캐피탄’ 호로 보름 일정의 남해안 환경탐사와 캠페인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최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세계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보았지만 한국의 남해안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진주 같은 해안을 지녔다. 이런 아름다운 경관이 무분별한 발전과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조금씩 파괴되는 것을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해양을 보호하는 노력이 지역민과 국민 모두에게 확대되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렌스 스미스 씨도 “급격한 기후 변화를 막고 지구의 지속을 위해서라도 해양 생태계는 보존되어야 한다”면서 “한국의 남해안에서 아름다운 해안을 여실히 목격했는데 어업과 생태계 모두가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사진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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