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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과일의 북상, 변화하는 농촌생태계 대책마련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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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과일의 북상, 변화하는 농촌생태계 대책마련 시급하다
  • 김문 편집위원
  • 승인 2018.09.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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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바.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문편집위원] 광염(光) 소나타가 막을 내릴 추세다. 아침과 저녁 바람이 그걸 말해준다. 참으로 길게 기세등등했던 폭염이 날개를 접으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폭염과의 싸움’이 금방 잊혀질까. 당분간 여운은 남아 있기 마련이다.

올해 여름, 서울의 경우 연속된 폭염의 날짜만 38일이라는 전례 없는 대기록을 세웠다. 서울뿐만 아니다. 한반도 전체가 용광로처럼 뜨거운 여름이 30일 넘게 계속됐다. 하여 사람과 가축, 바다의 물고기들도 더위를 견디지 못해 온열 질환, 사망, 폐사 등 많은 사고들이 발생했다. 오죽했으면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와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을까.

문제는 다음이다. 내년에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덥거나’ 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지역 또한 아열대 선을 넘어 열대화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이미 열대와 온대의 중간지역에 나타나는 아열대 기후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아열대는 1년 중 4개월에서 11개월에 걸쳐 월 평균기온이 20도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온 상승이 빨라질 것이며 현재 한반도 중간지역에 있는 포진해 있는 아열대 기후는 빠르게 북진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현상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아열대 과일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그동안 수입산이었던 과일이 우리나라의 토종과일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선 제주도 바로 북쪽인 전남 지역을 보면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과 생산 농가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2000년 10㏊에 불과했던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이 지난해에는 180㏊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재배 농가도 늘어나 최근 560여 곳에 이르고 있다.

한라봉과 감귤, 천혜향, 레드향 등 제주도에서 주로 생산되던 아열대 품종만 하더라도 전남지역에서 67㏊ 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한라봉의 경우는 고흥, 경남 거제 등의 해안가를 거쳐 전남까지 이미 상륙했다. 이밖에 비파(81.9㏊)와 아메리카 아열대의 원산인 백향과(패션프루츠,11.4㏊) 등이 광양·고흥을 중심으로 재배 되고 있다. 파파야, 구아바, 커피, 포포나무와 블랙커런트 등도 농가의 대체작물로 자리를 잡으면서 제주도에서나 자라던 열대과일인 바나나와 구아바를 보는 것이 이제 익숙한 일이 됐고, 매실 재배지인 광양에서는 애플망고까지 생산되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1970년과 2015년 농산물 주산지 재배면적을 비교분석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자료를 보면 사과,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인삼의 주산지는 남부지방에서 충북과 강원으로, 사과의 주산지는 경북 영천에서 강원 정선·영월 등으로, 포도의 주산지는 경북 김천에서 충북 영동 등으로 북상했다. 그 빈 자리는 자연스럽게 아열대 작물로 대체되고 있다. 농가들도 이런 변화를 의식해 할 수 없이 아열대 작물재배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아열대 기후지역은 남한의 경지면적 전체의 10.1%에서 2060년에는 26.6%, 2080년에는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0년 이후에는 서울은 물론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일부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여 남한 어디에서나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고 먹을 수 있다. 이미 충청도에서는 구아바와 차요테, 강원도에서는 애플수박, 경기도에서는 사탕수수 등 아열대작물의 재배지가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 특히 사과인 경우 앞으로 고냉지 배추가 주산지인 강원도 일부지역에서나 재배될 가능성이 높아 ‘고냉지산 사과’가 우리 식탁에 올라올 날이 멀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배·사과·복숭아·포도가 함경도의 깊은 산속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 한반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제주 특산물인 감귤의 재배지가 전남 완도, 여수, 경남 거창으로 북상한 지 오래 됐으며 한라봉 역시 서귀포에서 전남 보성, 담양, 순천, 나주로 확대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하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기후 변화 시 재배 가능한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 과수 작물 11종 등 열대·아열대 작물 총 38종을 도입해 적응성 시험을 하고 있다.

과일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식품이다. 그런데 곁에 있던 친근한 식탁의 과일들이 철새처럼 북쪽으로 떠나고 있다. 그저 기후변화의 한 현상이니 하고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동경로 등을 면밀히 파악해서 장차 한반도의 농촌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등 다각도로 연구하고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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