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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년 전 우리 조상들의 물고기잡이
  • 김문 편집위원
  • 승인 2018.08.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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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라이프신문 김문 편집위원] 시계바늘을 잠시 과거로 돌려본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 저녁인가 보다. 갈매기들이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날갯짓을 할 때 한 어부는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노를 저어 나갔다. 적당한 지점에 이르자 늘 봤던 그물, 그러니까 그물 아랫부분에는 구멍이 뚫린 돌멩이나 봉돌이 매달려 있고 윗부분에는 물 위에 잘 뜨게 하는 스티로폼 같은 것으로 묶여진 그물을 어부는 능숙한 솜씨로 풀어내며 배의 흐름에 따라 바다 속으로 가라앉혔다. 그렇게 한 다음 집으로 돌아온 어부는 이튿날 해가 떠오를 무렵 다시 바다로 나가 그물을 배 위로 건져 올렸다. 작은 우럭, 돔, 잡어들이 그물과 함께 함께 올라왔음은 물론이다. 어부는 사계절을 거의 그렇게 고기잡이를 했다. 고기는 식구들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시장에 내다팔기도 했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광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이런 방식의 고기잡이가 시작됐을까. 태초 우리 인류들의 먹을거리는 사냥과 채집, 물고기잡이 등에 의해 얻었다. 이후 목축과 농경이 생겨나면서 사냥과 채집은 조금씩 후퇴하기 시작했고 고기잡이는 큰 변화 없이 계속 진행되면서 인류문명을 발전시켰다. 주로 강어귀나 호수, 대양으로 접근하기 쉬운 바다 연안에서 문명이 시작된 것이다. 까닭은 바다에서의 식량원이 육지보다 지속적으로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캄보디아의 웅장한 앙코르와트 사원도 어부의 고기잡이가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세계적인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로 손꼽히는 브라이언 페이건(미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이 바다와 고기잡이로 인류사를 살펴본 책 ‘피싱’을 통해서도 이에 대해 자세히 밝힌다. 고기잡이가 인류의 문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탐험, 교역, 항해 등 인간의 이동생활을 자극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부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역사의 공헌도에 비해 무명의 존재로 살다가 어떤 보상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파도치다가 곧 잠잠해지는 바다처럼 말이다.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7일 우리는 놀라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강원도 정선 매둔동굴에서 후기 구석기 시대인 2만9000년 전(숯 조각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 결과)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물추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과정은 이러했다. 연세대박물관팀은 2016년부터 매둔동굴 인근 지역에서 고고학 탐험과정의 일환으로 3차례 선행 조사를 벌였고 지난 6월 이 지역 구석기시대의 문화 양상을 보여주는 지층에서 그물추 14점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 그물추는 대부분 석회암으로 된 작은 자갈을 이용해 만들었으며, 받침돌인 모룻돌에 자갈을 올린 뒤 망치로 때려내는 모루망치떼기 방법, 그러니까 모룻돌에 석재를 올려놓고 망치로 쳐서 떼어 내는 방법으로 제작된 것을 알게 됐다. 길이는 37∼56㎜, 무게는 14∼52g이었으며 그물추가 가벼워 얕은 물가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았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참마자와 피라미 등으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 등뼈도 함께 발견된 것도 이를 입증했다. 이는 억겁 같은 세월이 지났을 법한 지금의 고기잡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물고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경탄을 금치 못할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매둔동굴 앞으로 흐르는 지장천에는 피라미, 참마자, 버들치, 쉬리, 산천어, 모래무지 등이 서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이번 발굴이 구석기시대 생계 수단과 먹을거리를 복원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그물추는 인류의 물고기잡이 역사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유물 중 시기적으로 가장 빠른 것으로 그동안 구석기 시대에는 수렵과 채집, 신석기 시대에는 농경시대로 도식화하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후쿠이현 도리하마 패총과 충북 청주 사천동 재너머들 유적에서 확인된 약 1만 년 전 그물추가 최고(最古) 유물로 알려졌으며 핀란드와 러시아 접경지대에서는 버드나무속 껍질로 만든 약 9000년 전 그물이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그물추 발견은 앞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어로 활동을 밝혀내는데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아울러 정선 지역에 터를 잡았던 3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물고기를 잡고 식생활을 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생각만 해도 영화 ‘박물관은 살아 있다’의 실제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진 픽사베이

김문 편집위원  magazineplus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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