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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라돈 침대’, 정책적 결단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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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라돈 침대’, 정책적 결단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 김종면 논설주간
  • 승인 2018.06.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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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쌓인 대진침대 매트리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종면 논설주간] ‘라돈 침대’ 파동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지 두 달이 됐다. 충남 천안 대진침대 본사와 충남 당진의 임시 야적장에는 라돈 매트리스가 흉물처럼 쌓여 있다. 오염된 매트리스를 쌓아둘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폐기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한 쪽에선 땅에 묻으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방사성폐기물처리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돈 침대 사태가 발생한 게 언젠데 아직 방사성폐기물 논란을 벌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는 원자력안전법(원안법)상 방사성폐기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상 가공제품으로 규제하고 있는 만큼 원안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도 토륨광의 일종으로 핵원료 물질에 해당하지만, 핵연료물질은 원안법상 방사성물질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방사성폐기물에서 제외돼 폐기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편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안법 제2조 18항은 방사성 폐기물을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라돈뿐만 아니라 인체에 해로운 알파선(헬륨 양이온)·베타선(전자)·감마선(전자기파)도 방출된 이번 침대는 마땅히 방사성 폐기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원안위가 라돈 침대 사태의 처리 주체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제정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방사성폐기물 처리 주체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다.

방사능 원료물질의 관리 책임은 원안위에 있다. 모나자이트의 수입·유통·활용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원안위의 책임이 무겁다. 원안위도 물론 할 말은 있다. 2012년 시행된 생방법에 따르면 일정 수량 이상의 방사선 물질을 수입·취급하는 자는 원안위에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제품 유통과정을 모두 추적하지 않고, 가공제품에 대해서도 모든 제품의 방사선 피폭선량을 검사하도록 되어 있지 않다. 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침대와 같은 생활밀착형 제품에서 방사선 원료 성분이 나온 것은 어떤 이유로도 면책될 수 없다.

그러나 라돈 침대 처리 절차와 방법을 놓고 동어반복에 가까운 논란을 거듭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부 당국의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라돈 포비아’라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사태를 해결할 주체로서의 컨크롤 타워조차 명확하지 않고서야 무슨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원안위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

원안위는 생방법에 따라 원안법과는 별도의 폐기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트리스 속 커버·에코폼·금속 스프링 등을 분리한 후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속 커버 등을 제조사의 창고에 밀봉해 보관하거나 땅에 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금속 스프링과 기타 소재는 환경부와 협의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알랄라(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이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1977년 도입한 것으로 사회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개인 피폭량을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엑스선(X-Ray)처럼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방사선은 어떤 경우든 피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라돈 침대에 들어있는 모나자이트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정도는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라돈 침대를 단순히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등 ‘손쉽게’ 처리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방사성 라돈이 방출된 것으로 확인된 위험한 침대를 통상적인 일반폐기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원자력환경공단이 원안위의 방침을 집행만 할 게 아니라 법에 따라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일각에선 알라라 원칙을 적용해 라돈 매트리스를 분리한 후 모나자이트가 들어있는 소재는 원전의 저준위 폐기물과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돈 침대 파문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우리 공동체 전체의 문제다. 시간을 끌수록 사회적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당국자미(當局者迷)라고 할까. 주도적으로 일을 맡아 처리해야 할 당국이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좌고우면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이제 분명한 해법을 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때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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