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이 왔다는 것은 ‘행잉 꽃 바스켓 구경에 얼마나 시간을 빼앗길 것인가?’일지도 모른다. 잘 걸어 둔 멋진 행잉 바스켓 하나면 어디서든 꽃피는 계절을 연출할 수 있기에. 땅 밟는 집,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 필수인 미국에 살아 온 이래, 그동안 나는 멋진 행잉 바스켓(Hanging Basket, 걸이 꽃바구니 화분) 디자인을 해 보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글 사진 황유진(오가닉식탁 저자)
원예원에 걸어 둔 바스켓 디자인이 맘에 들면 그대로 사다가 걸어 두면 가장 편하겠지만, 10년씩이나 정원 가꾸기를 한 사람으로선 이젠 정말 나만의 행잉 바스켓 디자인 노하우를 가질 때도 된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은 실패한 경험, 성공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가장 성공한 행잉 바스켓 디자인 경험의 예를 들라면 밖에서 추운 겨울도 견디며 무조건 잘 자라 주던 노랑꽃으로, 이사할 때도 그 행잉 바스켓은 반드시 챙겼고 수명은 거의 5년간이나 지속되었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 숲 안에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이후엔 나는 더욱 행잉 바스켓에 신경을 쓰게 되었는데, 그늘이 많기에 무엇이든 높이높이 걸어야 햇볕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 어둡고 썰렁한 현관을 밝게 비추는 등불 같은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그늘,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꽃, 아래로 흐드러지게 늘어지는 꽃, 화려하지만 세련된 컬러 조합으로 시선을 끄는 힘을 지닌 꽃들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론과 실천이 늘 어렵기에 몇 년 전엔 새 환경에 적합한 행잉 바스켓 디자인을 위해 몇날 며칠 고심하고 스케치하여 원예 마켓을 뒤져 원하던 꽃을 구해 만든 적이 있다. 그 결과 내가 원하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행잉 바스켓을 3년째 가질 수 있었으니, 지난 날 실수로 날려 버린 그 소박한 행잉 바스켓은 이제 천천히 잊을 수 있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행잉 바스켓을 2년 이상 유지한 비결은 겨울엔 차고 창고의 창가로 옮겨 물과 빛을 관리하다가 이듬해 5월경 밖으로 내걸어 본 실험 결과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 행잉 바스켓의 특징은 관리가 쉽고 반그늘에서 흐드러지게 아래로 늘어지며, 불꽃처럼 분출하는 꽃 종류이다.
다음은 이번 행잉 바스켓 디자인에 사용된 4종 꽃 정보이다.
1. 베고니아 스타(Begonia Stars), 오렌지
보통 베고니아와는 다르게 독특하게 늘어지며 피는 베고니아(Trailing Begonia)로, 5월부터 첫 번째 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이 지속적으로 핀다. 색상 선택은 오렌지.
특징은 베고니아 투버(BEGONIA TUBER)라는 구근, 덩이 같은 뿌리가 화분흙으로 파고들며 크기를 더한다. 트레일링 베고니아를 구하기 힘든 곳이라면 겉모양이 비슷한 오렌지 푸크시아(퓨셔, fuchsia)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2. 바코파 수테라( Bacopa Sutera), 흰색
순백색 귀여운 별꽃에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바코파. 겨울나기를 하고 이듬해 가을까지 계속 피고 지는 모습이다.바코파 스노우토피아(Bacopa snowtopia)라고도 하며, 수테라(Sutera)라는 식물 분류에 속하는 꽃. 선택한 색상은 흰색.
3. 아프리카 봉선화(임페이션스 월라리아나, Impatiens walleriana), 핫 핑크
미국에서는 발삼(balsam), 단순 봉선화(simply impatien), 뉴기니아 봉선화(New Guinea Impatiens)로 알려진 동부아프리카 출신의 봉선화이다. 특징은 줄기가 물속에서 수시로 뿌리를 내리는 경향이 있어 줄기 번식도 가능하다. 대담하고 반짝이는 화려한 색상의 꽃으로 그늘과 반그늘에서 가장 잘 빛나며, 공간에 열대성 감각을 더하는 매력이 있다. 선택 색상은 핫 핑크.
4. 로벨리아(Blue Lobelia), 블루
로벨리아는 봄과 가을의 시원한 날씨 동안 화려하게 피고, 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는 개화를 멈춘다. 선택 색상은 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