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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체험하는 논을 도시에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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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체험하는 논을 도시에도 만들자
  • 오영기(도시농업관리사)
  • 승인 2018.06.0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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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했던 모내기의 추억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오영기] 쌀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먹거리 중 가장 중요한 식량작물이다. 오죽하면 주식(主食)이라고 했을까. 소중한 쌀을 만들기 위해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좋은 볍씨를 선택하고 싹을 틔우고 모내기를 해야 한다. 좋은 볍씨는 한해 농사를 좌우하기 때문에 ‘농사꾼이 굶어 죽어도 종자를 배고 죽는다’ 는 속담처럼 아무리 식량사정이 어려워도 씨 나락만큼은 소중하다는 말이다.

볍씨를 뿌려 모를 기르는 못자리에서 모가 자라면 본 논에 옮겨심기 위해 한 묶음씩 묶어 준비한다. 이때가 24절기 중 망종(芒種)으로 금년에는 6월 6일이다. 모내기는 농사의 반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이앙기라고 하는 기계를 이용하여 모내기를 하지만 오래 전에는 전통방식인 손모내기를 했다.

손모내기를 해본 적이 있는가? 모내기 할 때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옛말처럼 바쁜 시기라 일손이 부족하여 이웃간에 필요할 때 서로 도와주는 ‘품앗이’라 하여 모두가 힘을 합하여 모내기를 하였다. 집집마다 모내기 날짜를 정하여 돌아가며 모내기를 했다.

품앗이는 자연스럽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고 협동심도 기르고 이웃간의 소통의 자리도 만들어 줬다. 품앗이가 어려운 가정은 모내기가 시작되면 시기를 놓칠세라 온 가족이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는 늦은 밤까지 모를 심었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직접 심는 전통 모내기 방식은 모가 가지치기를 왕성하게 할 수 있도록 모를 일정한 간격(20∼25cm)으로 띄워서 심기 위하여 일정한 거리마다 붉은 표시를 해둔다. 모내기를 시작하기 전에 논의 양쪽 가장자리에 긴 못줄을 만들고 양 쪽에 한명씩 서서 못줄 간격만큼 띄워주면 표시된 위치에 간격을 맞춰 뒤로 물러서며 모를 심는다.

한 줄 심고 나면 허리한번 편다. 고단한 삶이기도 하다. 여러 사람이 줄을 서서 바쁜 손놀림으로 모를 심는데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 제 몫을 다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어우러져 함께한다. 잘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을 도와 주기도 한다. 거의 다 심었다 싶으면 못줄을 잡은 사람이 ‘허이’라고 크게 소치치거나 호루라기를 사용하기도 하여 다음으로 이동을 알린다. 너무 빠르면 불만이 터지기도 한다. 이에는 모심기를 재촉하여 성과를 올리는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모내는 시기를 놓치면 자라는 과정이나 수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모심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모를 가질 수 있도록 적당한 간격으로 모 다발을 놓아 줘야하는데 짓궂은 사람이 일부러 모심는 사람 뒤쪽으로 던지면 첨벙하고 물이 튄다. 튀는 물에 맞은 사람은 뒤돌아 “야! 시방 뭐하는거여!!!” 라고 소리를 지르며 한바탕 웃음으로 잠시나마 피로를 풀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거머리는 왜 그렇게도 많았던지. 스타킹을 신은 정강이에 몇 마리씩 붙어있고 떼어내면 피가 흐르기도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옆 논으로 던진다. 요즘도 미나리에 가끔씩 묻혀와 주부들이 놀라기도 한다고 한다.

어느 정도 계획된 모내기가 진행되면 새참이 나온다. “새참 드세요” 라는 말에 모두들 함성을 지르고 밖으로 나와 꿀맛 같은 새참을 먹는다. 새참으로는 열무국수, 수제비, 보리밥에 상추와 된장, 삶은 감자, 삶은 고구마에 김치를 올려 먹기도 했다. 쑥개떡, 부침개도 새참으로 한몫했다. 양조장에서 배달해온 막걸리도 빠지지 않았던 메뉴였다. 요즘은 집에서 만든 음식보다 치킨이나 자장면을 배달해 새참으로 먹기도 한다. 때마침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도 불러 함께했던 훈훈함도 있었다.

모내기를 하고 나면 논은 거대한 푸른 정원으로 변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물결은 장관이다. 참으로 아름답기도 하다. 도시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모내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라나는 어린이는 물론 모내기 경험이 있는 어른까지 체험할 수 있는 논을 도시에도 만들어야 한다. 습기가 있기 때문에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미꾸라지를 뱀이라고 놀라는 아이들도 있지 않은가! 콘크리트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흙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이다.
 

 

사진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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