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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포퓰리즘’과 도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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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포퓰리즘’과 도시숲
  • 김종면 논설주간
  • 승인 2018.04.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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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종면 논설주간] 지난겨울에는 한파가 끝나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찾아온다고 해서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달갑지 않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봄이 한창인 지금도 그리 마음이 편치 않다.  봄철 미세먼지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3∼5월에는 통상 겨울철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우리는 더 이상 삼한사온에 청명한 하늘을 자랑하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한꺼번에 폈다가 순식간에 저버리는 봄꽃, 잠시 머물다 가는 봄을 느낄 여유도 없이 우리는 또 언제 닥쳐올지 모를 미세먼지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지 않으면 안 된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은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대중교통 무료운행과 차량 2부제를 핵심으로 한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대중교통 무료운행에 대한 보전 비용으로 하루에 약 5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지만 서울시의 도로교통량은 1.8% 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세 차례에 걸쳐 쓴 돈이 150억원이다. 그래도 별 효과는 없었다. 실효성 없는 사업에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서울시는 결국 대중교통 무료운행 정책을 폐기했다.

이와 관련, 박원순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포기한 게 아니라 미세먼지 대책을 심화시킨 것”이라며 “처음부터 대중교통 무료정책은 정부 차원의 더 강력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둔사(遁辭)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무료가 됐든 마중물이 됐든 무슨 수단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정책실험도 전후 맥락을 잘 살펴보고, 충분한 여론수렴 작업을 거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150억원 예산은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한 서민들에게 돌아간 것”이라는 말은 무책임하다. 미세먼지 같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까지 ‘보여주기식’ 포퓰리즘이 스며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환경부는 최근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미국·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 일평균 50㎍/㎥였던 기준이 35㎍/㎥로, 연평균 25㎍/㎥였던 것이 15㎍/㎥로 바뀌었다. 미세먼지 예보등급은 모두 강화돼 현행 51~100㎍인 ‘나쁨’ 기준은 36~75㎍으로 상향됐고, ‘매우 나쁨’은 101㎍ 이상에서 76㎍ 이상으로 조정됐다. 강화된 미세먼지 환경기준에 맞춰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기준도 오는 7월 1일부터 강화된다.

미세먼지 대책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일시적으로 통근시간 ‘공짜버스·지하철’을 운행하는 식의 대증요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의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고 나섰다. 2025년까지 친환경 전기차 10만 대를 시내에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전력공급원이 필요하다. 국내 소비 전력의 43%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서울시가 전기차 충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집중충전소는 가동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소전기차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전기차와 수소차의 병행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목소리가 과연 정책적 적실성을 담보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충전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이 ‘미래차’ 홍보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 대책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도시숲이다. 미세먼지 저감, 열섬현상 완화 등 다양한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 치유의 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에 기후변화에 대비한 대규모 도시숲을 조성했다. 6만㎡(1만8150평)에 이른다. 제주도에서는 올해 20억원을 들여 생활권내 도시숲을 확대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환경친화도시와 생활권 도시림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1㏊(1만㎡)의 숲은 미세먼지 46㎏을 포함해 대기오염물질을 168㎏나 흡수한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의 냉방 효과가 15평형 에어컨 10대를 7시간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서울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려면 축구장 2만7000개 크기인 2만1824㏊의 산림이 추가로 조성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은 산이 많은 나라다. 그렇다고 도시숲이 많은 것은 아니다. 서울의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5.35㎡로 런던 27㎡, 뉴욕 23㎡, 파리 13㎡ 등에 크게 못 미친다. ‘그린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다양한 도시숲 모델을 개발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나무나 숲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 나오는 양치기는 40년동안 매일 떡갈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마침내 황무지에 거대한 숲이 들어서는 기적을 일구어낸다. 그렇다. 진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공동의 선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희망’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내 나무 갖기 운동’이 소리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자연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이라고 할까. 그 강렬한 ‘녹색갈증’이 도시숲 운동으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앞에는 미세먼지라는 이름의 ‘괴물’이 놓여 있다. 이를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미래형 차를 보급하는 것도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도 다 훌륭한 방책이다. 다만 경계할 것은 포퓰리즘의 유혹이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공짜 대중교통’ 정책을 뼈아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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