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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전문가 김선희, 삶을 가드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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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전문가 김선희, 삶을 가드닝 하다
  • 이연숙 기자
  • 승인 2018.03.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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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전문가 김선희 씨.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플로리스트부터 원예치료사, 도시농업 강의 플래너, 텃밭 디자이너까지 김선희 씨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꽤 많다. 그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직업은 아무래도 도시농업 전문가가 아닐까 싶다. “사실 식물 키우는 재미가 제일 크기는 해요.(웃음)” 도시농업은 오랫동안 플로리스트로 살아오며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가드닝 한 그녀가 완성한 최종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글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김선희 씨는 대학 시절 원예를 전공했다. 서울 선릉역에 번듯한 꽃집을 운영 중인 그녀는 20년 넘게 플로리스트로 살았다. 그런 그녀가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 강의를 나가다가 만난 한 지인의 권유로 도시농업과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한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 수료는 그녀의 삶에 매우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도시농업에 대한 실질적인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기존 농업과 달리 6차 산업으로 연결된 도시농업은 밭에서 농사짓기보다 원예 치료, 강의 설계, 텃밭 디자인 등 활용 범위가 무척 넓었다. 그녀는 도시농업에서 풍기는 어마어마한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왜 이 일에 좀 더 일찍 뛰어들지 않았을까 후회했을 정도예요.”
 

행복이 싹트다

그녀가 도시농부가 된 지 올해로 4년째다. 은평구 내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의 작은 밭과 집 옥상에 브로콜리와 방울토마토, 양배추, 대파, 배추 등 사계절 작물을 키우고 있다는 그녀는 농사일 자체가 주는 마음의 위안이 굉장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그녀가 도시농업에 큰 매력을 느낀 가장 큰 요인이다.

“꽃집에서 보는 생화도 참 예쁘고 좋은데요. 일단 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잘린 상태잖아요. 처음부터 씨를 뿌리고 하나의 생명이 커 가는 것을 본다는 점에서 플로리스트보다 도시농부의 삶이 더 재밌더라고요.”

어떠한 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애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소소하지만 식물도 아이를 키우는 일과 똑같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새싹이 돋아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데 새삼 기쁘죠.”
이에 그녀는 자신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 행복을 전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인성 교육에도 탁월한 도시농업

현재 그녀는 S&Y 나눔 공동체 소속 하에 주로 서울시 내 어린이집,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농업 강의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있다. 이름 하여 스쿨팜. 초기 강의 기획부터 실제 수업 진행은 물론 텃밭 디자인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다. 중학교가 자율 학기제로 바뀌면서 아이들이 농업을 다양한 직종 중 하나로 볼 수 있도록 진로 체험도 진행 중이다.

“도시농업만 해도 직업군이 열세 가지가 넘는데요. 이에 대해 직접 실습하고, 동영상으로 간접 체험도 시키고 있어요. 도시농업 분야는 발전 가능성이 엄청나요. 젊은이들도 많이 뛰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찍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식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녀가 강사료라고 해 봤자 교통비 정도밖에 못 받음에도 반 봉사활동으로 이 일에 열심히 참여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짧은 수업 과정에서도 아이들이 조금씩 변하는 게 눈에 확연하거든요.”

그녀는 학교 수업에 나가면 반드시 아이들에게 자기 화분 한 개씩을 꼭 키우게 한다. 그렇게 하면 우선 아이들에게 책임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애나 어른이나 다 똑같아요. 깨알만 한 씨앗을 뿌린 곳에 싹이 트면 기뻐서 날뛰듯 좋아하지요. 매일 아침 일찍 와 물도 주려고 하고 많이 신경 쓰더라고요. 작은 성과이지만 스스로 맛보는 성취감이 아주 클 거예요. 저는 도시농업 교육이 아이들의 인성에도 참 좋다고 봅니다. 저 또한 매우 보람찬 일입니다.”
 

상처받은 마음에 꽃을 피우다

하물며 아이들도 이러한데 장애인이나 치매 노인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그녀는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더욱 깊은 뿌듯함을 맛보고 있다고 행복해했다. 어린 아이들뿐 아니라 요양원이나 노인복지회관, 특히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서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텃밭 수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김선희 씨. 보통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수 없어 내면에 욕구 불만이 가득 쌓여 있는데….

“대개 얼굴 표정이 많이 어둡지요. 수업에도 매우 소극적이고요. 평생 어렵게 살다 보니 마음에도 상처투성일 거예요. 그런데 자연을 벗 삼아 직접 생명을 다뤄 본 분들은 수업 횟수를 거듭할수록 표정이 많이 달라져요. 평소 내성적이고 적극적이지 않았던 분들이 제게 먼저 밝게 인사라도 건넬 때면 어찌나 감동적인지 몰라요. 도시농업이 주는 심적 치유 효과는 역시 탁월합니다.”

이런 그녀를 누군가는 원예치료사라고 부른다.
“누구나 가정에서든 회사에서든 작은 생명 하나쯤을 길러 보면 좋겠어요.”

물론 식물을 키우면서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많을 터. 어떻게든 잘 키우고 싶은데 자꾸 마르거나 썩어서 죽는다며 불평불만이다.

“저는 좀 편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작정 큰 식물부터 키우려 하기보다 집안에서 콩나물 기르기부터 도전해 보는 것이라고 그녀는 조언했다. 특히 너무 의욕이 넘쳐 자주 물을 주는 바람에 식물을 썩히기 일쑤인 사람이라면 더욱 콩나물 키우기를 추천한다.

“제가 작년 겨울에 ADHD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다 콩나물 키우기 숙제를 내 준 적이 있는데요. 저는 다들 귀찮아서 안 할 줄 알았더니 마지막 수업 날 아이들이 다 부쩍 자란 콩나물을 가지고 왔어요. 그리곤 이걸로 맛있는 거 만들어 달라고 난리 법석이었지요. 콩나물은 아시다시피 조금씩 싹 트는 거 보면서 수시로 물을 줘야 해요. 빚이 안 들어가도록 잘 막아 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그렇게 신경 써서 키워 냈다는 게 참 대견하더라고요. 다들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라 엄마가 도와줄 수 없었을 텐데 말이에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콩나물은 일주일 만에 딱 결과가 보인다. 짧은 시간 안에 큰 성취감을 경험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러다 작물 키우기에 흥미가 더해지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한편 김선희 씨는 올해 서울시립대 원예학 석사과정에 들어간다. 더 많은 것을 배워서 아이들이나 소외계층의 아픈 마음에 아름드리 꽃을 피우게 하고 싶다고 그녀는 소망했다.
 

도시농업에 한 발짝 다가서기
집에서 쉽게 콩나물 키우는 법

준비물 : 콩나물콩, 물이 빠지는 바구니, 밑에 바칠 볼, 젓가락 2개, 검은 봉지, 어두운 천

1. 시장, 마트 등에서 구입한 튼실한 콩나물콩을 깨끗이 씻은 후 물에 하루 정도 불려 준다.
2. 잘 불린 콩나물콩을 물이 빠지는 바구니에 담아 검은 비닐을 씌우고 위에 어두운 천으로 한 번 더 덮는다.
3. 바구니 밑에 물이 흐르지 않도록 볼을 하나 받쳐 준다.
4. 이후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물을 준다.
5.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콩나물을 보며 소소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껴 본다.
6. 일주일 후 부쩍 자란 콩나물로 콩나물국, 콩나물 무침, 콩나물밥 등 가족들과 함께 무공해 콩나물 요리를 만들어 즐기면 몸과 마음이 절로 힐링이 된다. 

*콩나물 뿌리가 물에 닿으면 잘 썩을 수 있으므로 바구니와 볼 사이에 젓가락 두 개를 올려 간격을 두도록 하자.
*콩나물은 자라면서 열이 많이 나는데, 이때 물을 듬뿍 주지 않으면 잔뿌리가 많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콩나물은 빛을 안 받아야 색이 노랗고 싱싱하게 자라므로 빛 차단에 꼭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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