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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라이프의 안과 밖
  • 김종면 논설주간
  • 승인 2018.03.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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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종면 논설주간]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오가닉 라이프(Organic Life)라는 말을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 할까. 유기체적 삶, 유기적 삶, 유기농 삶, 본질적 삶, 자연스러운 삶? ‘오가닉’이라는 말에 담긴 뜻만 제대로 알고 쓴다면 어떻게 부른들 무슨 상관이랴.

 

생물체처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어 떼어낼 수 없는 상태, 그것이 바로 오가닉이다. 이를 보다 생생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기체적 상상력을 잘 보여주는 문학작품을 골라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기형도 시인이 1987년에 발표한 ‘나리 나리 개나리’라는 시의 끝대목이다. 시인은 하나의 작은 죽음이 큰 죽음들을 거느린다고 썼다. 유기체적 관점에서 보면 각 부분과 전체는 밀접하게 연관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 만큼 유기적 통일체 안에서 하나의 죽음이 큰 죽음을 거느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삶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주 만물이 한 몸, 한 생명인 '인드라망'의 세계와 유사하다고 할까. 오가닉 라이프는 크게 보면 우주적 조화의 삶이다.

오가닉 라이프는 우리 생활의 전 분야를 망라한다. 건강에 좋은 유기농 ‘홀 푸드(Whole Food)’를 먹는다. 무농약 오가닉 코튼 잠옷을 입는다.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친환경 주거 공간에서 산다. 여가활동도 산책이나 자전거타기 등 자연친화적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오가닉 라이프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지나침은 때로 모자람만 못하다. 미국의 세계적인 화학자 제임스 콜만은 ‘내추럴리 데인저러스(Naturally Dangerous)’라는 책에서 ‘유기농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자연’ 혹은 ‘천연’이라는 말이 반드시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연을 닮은 삶은 내면의 수련에 의해 완성된다.

많은 사상가· 작가들이 인간다운 삶의 방편을 일러줬다. 미국의 초절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월든 호숫가에서 생활한 기록 ‘월든’을 통해 단순하고 독립적인 삶의 진경을 보여줬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쌍소는 베스트셀러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지친 영혼을 위한 여유로운 삶의 가치를 설파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 찰스 리드는 “웃게 하라, 울게 하라, 그리고 기다리게 하라”며 기다림의 미덕을 역설했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덕,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삶이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멕시코에는 ‘제스터(Gestor)’라는 직업도 있다. 남의 일을 대행해 주는 일종의 매니저다. 지나친 관료주의 탓에 행정절차가 너무 느려 돈을 받고 관공서 등에서 대신 줄을 서주는 것이다.

오가닉 라이프를 말하지만 우리의 주된 관심은 음식이나 주거 등 ‘물질’ 생활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물질보다 ‘정신’이 앞자리에 놓여야 한다. 오가닉 라이프는 내적인 삶과 외적인 삶, 그 안과 밖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이기적 자아를 다스리느냐 하는 것이다.

오가닉 라이프는 인생에서 불요불급한 것을 덜어내는 ‘뺄셈’의 삶이요,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텅빈 충만’의 삶이다. 그 정신적 측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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