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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경영학
  • 김종면 논설주간
  • 승인 2018.03.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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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종면 논설주간]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드니 디드로는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다. 딸의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소장한 책을 러시아 황제 예카테리나 2세에게 팔아야 할 정도였다. 예카테리나는 고맙게도 디드로의 책을 사들이고 그에게 관리 책임까지 맡기며 월급도 꼬박꼬박 주었다. 디드로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 사람 중에는 당대의 지성 볼테르와 루소도 있었다.

디드로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아름다운 진홍색 드레싱 가운을 선물 받았다. 그런데 새 옷을 입고 서재에 드니 책상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디드로는 책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새 책상이 들어오자 이번에는 책꽂이가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닌가. 그 다음에는 의자…. 결국 서재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디드로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는 새로운 주변 환경이 낯설기만 했다. 모든 환경이 자신의 우아한 기품에 맞춰야 한다고 강요하는 오만한 진홍 가운이라니…. 디드로는 회한의 한숨을 토해냈다.

이것이 ‘디드로 딜레마’다.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르는, 욕망이 만족이 아니라 또 다른 욕망을 낳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가리킨다. 어떻게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두 개가 새로 돋아나는 히드라처럼 검질긴 인간의 욕망, 그것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필요한 것이 ‘욕망의 경영학’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인간의 욕망과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수십 년 전에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라는 수필집에서 이미 사용한 말이다. 하루키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뜯어 먹거나,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서랍 안에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작은 일상에서 인생의 낙(樂)을 발견하는 그런 소소한 행복론도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왠지 2% 부족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라는 삼중고를 이겨낸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이들이 진정한 행복의 요소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행복은 자기만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그것은 가치 있는 목적을 향해 성실히 나아갈 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그저 나른하기만 한 지족안분(知足安分)에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뜻깊은 일을 어렵게 성취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욕망이 고갈된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욕망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참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이 될 수도 있다. 그 욕망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렇기에 어디쯤 절제의 선을 그을까 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딜레마에 빠져 흔들리는 디드로의 모습이 다시 눈에 삼삼하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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