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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 혹독한 추위가 만들어낸 겨울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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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 혹독한 추위가 만들어낸 겨울 보약
  • 김홍미 기자
  • 승인 2018.02.0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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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홍미 기자] 일교차가 큰 덕장에 명태를 걸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스무 번 이상 반복해서 말린 북어가 황태다.

전날 과음한 남편을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잠든 자식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방망이로 두들겨 패 부드럽게 만들어 잘게 찢은 후 파 숭숭 썰어 넣고 끓인 황태 해장국은 오랜 세월 우리네 삶을 대변하는 음식이다.

식탁에 오르기까지 서른세 번 손이 가야 하고 맛의 80% 이상을 하늘이 결정한다는 황태. 그래서 사람들은 ‘황태는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 매서운 바람과 혹독한 추위, 눈이 만들어낸 겨울 별미, 황태.  한창 제철인 인제 용대리 황태 덕장을 찾아 황태 건조 과정을 스케치하고, 다양한 황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알싸한 비린내와 새하얀 설경이 장관을 이루는 한겨울의 황태 덕장

46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의 멋진 설경을 보며 한참을 달리다 보면 언젠가 부터 알싸한 비린내가 코 끝에 스친다. 이게 무슨 냄새지, 싶어 창밖을 내다보면 황태를 걸어놓은 나무 지지대가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끝없는 황태 밭이 펼쳐지는 것. 약 8만 평의 땅에 고랑대를 이용해 나무틀을 지어 위아래 2단으로 황태를 걸어놓은 약 16만 평의 황태 덕장을 자랑하는 인제 용대리.

2011년에 영농조합법인을 만든 인제 용대리 황태 덕장의 황태 생산량은 우리나라의 80%를 차지한다.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마을 주민들이 1960년대 초부터 동태를 말린 황태로 겨울철 농한기 소득을 올려 생계를 유지해 왔다. 용대리는 영하 23도까지 내려가는 낮은 온도와 골을 타고 흐르는 바람이 휘돌아가는 곳에 위치해 황태 덕장으로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것.

황태 덕장에 걸리는 동태들은 북태평양 먼 바다에서 명태라는 이름으로 잡혀 원양어선을 타고 속초항이나 거진항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3월부터 인부들 의 손을 거쳐 내장을 분리하는 전처리 작업을 한 후 냉동실에 저장되었다가 겨울이 되면 용대리 황태 덕장으로 실려와 12월~4월까지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는 건조 과정을 거쳐 황태로 변신하는 것이다.
 

아미노산이 풍부한 최고의 해독 식재료, 황태

완성품 황태, 혹은 노랑태는 말 그대로 노리끼리한 색이 껍질과 속살에 돌고, 눌러 보면 조금 딱딱한 정도의 스펀지처럼 부드럽다. 이렇듯 방망이로 두들긴 것이 아니라 강원도 특유의 맑은 햇빛과 바람에 의해 3개월간 얼고 녹기를 거듭하며 자연스레 부들부들해진 것이기에 최상급품 황태로 노랑태가 꼽히는 것이다.

명태를 말린 황태는 말리는 동안 각종 영양소가 농축이 되고 성질이 따뜻해진다. 특히 간의 해독력을 높이는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맛이 담백해 예로부터 검증된 숙취해소 식품.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과 먹으면 해독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다른 생선에 비해 지방 함량이 적고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하여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그만이다.

요리를 할 때는 황태포를 주로 많이 활용하는데 물에 살짝 불려 밑간 후 충분히 볶아야 타지 않고 구수한 맛이 우러난다. 또한 황태를 조리할 때 황태의 껍질 쪽에 잔칼집을 살짝 주어야 코다리가 오그라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오래 익히면 지나치게 익어 뻑뻑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조리한다.
 

황태는 원산지보다 건조하는 곳이 더 중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 그 때문에 용대리 주민들은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지만 러시아산 명태를 이용하여 맛있는 황태를 만드는 전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예전의 맛과 영양을 회복했다. 명태를 얼렸다 녹이는 건조 과정이 주가 되는 것인만 큼 황태는 원산지보다 건조하는 곳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결론도 내렸 다.

중국에서도 황태를 만들어내는데 그 맛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 우리나라 기온은 예전부터 삼한사온이 있기 때문에 3일 동안 얼었다가 4 일 동안 녹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질 좋은 황태가 되는데, 중국에서는 영하 27도 정도의 이상 기온에서 겨우내 얼었다가 봄이 되면 녹아 마르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것. 게다가 봄에 황사가 오기 전에 황태를 모두 거둬 창고에 보관하거나 전국에 판매가 되는데 중국은 동태가 녹을 무렵 황사가 붙어 마르기 때문에 요리를 하면 흙냄새가 나기도 한다고.

자연 그대로 눈을 맞으며 건조하는 우리네 방식과 달리 중국에서는 황태를 말릴 때도 비가 오면 덮어주고 눈이 오면 털어주기도 하는데 눈이 녹으면서 진물이 생겨 썩거나 맛이 변하기 때문이란다. 문제는 이러한 저급의 중국산이 너무나 쉽게 인제 용대리 황태로 둔갑하여 시중에 유통된다는 점. 용대리는 ‘황금빛 선물 인제 용대 황태’라는 단체 표장등록을 마쳤다. 용대리 황태에는 반드시 이러한 표장등록이 되어 있으니 황태를 고를 때 반드시 따져 보는 것이 좋겠다.

사진 | 이성용 촬영협조 | 황태마을 용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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